산업

GS, 안정적인 성장은 옛말…벤처 투자로 신사업 '드라이브'

성상영 기자 2024-02-29 06:00:00
[10대 그룹 투자 집중분석 ⑧] 취임 5년차 허태수 회장, 벤처에 집중 지주사 ㈜GS 매출·영업익 성장 주춤 '빌드 업' 끝내고 수익 모델 육성 박차
허태수 GS그룹 회장이 지난달 25일 서울 강남구 GS타워에서 열린 '2024 GS 신사업공유회'에 참석해 경영 전략을 밝히고 있다. [사진=GS그룹]
[이코노믹데일리] 자산총액 기준 재계 8위 GS그룹의 투자 전략은 남다르다. 취임 5년차에 접어든 허태수 GS그룹 회장은 인수합병(M&A)을 통한 사업 확장에 신중한 태도를 보여 왔다. 그 대신 전도유망한 벤처기업을 발굴해 육성하는 전략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신성장 동력이 뚜렷하지 않다는 평가가 주를 이루는 가운데 그룹 안팎에선 앞날을 걱정하는 시선도 적지 않다. 주력 사업인 정유·에너지·건설 부문 실적이 주춤하면서 이같은 우려가 커지는 분위기다. 허 회장이 지난 몇 년간 언급한 '빌드 업(기틀 다지기)'이 마무리될 시점에 관심이 쏠리는 한편 그가 그리는 밑그림은 서서히 형체를 드러내고 있다.

◆허태수 회장, 연 2회 '신사업 공유회' 직접 챙긴다

28일 재계에 따르면 GS그룹은 전기차 충전과 배터리, 자원 재순환, 산업 바이오 소재를 중심으로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넓게 보면 에너지와 소재에 그룹 역량이 집중됐다. 허태수 회장은 올해 1월까지 총 3차례에 걸쳐 신사업 공유회를 주재하며 의지를 드러내 왔다.

GS 신사업 공유회는 허 회장을 비롯해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와 그룹 신사업 담당 임원이 모여 전략을 논의하는 자리다. 투자 규모가 커지고 사업 추진 속도가 빨라지면서 회의가 열리는 주기도 점점 짧아지고 있다. 첫 회의가 열린 2022년 9월 이후 1년여 만인 지난해 8월 두 번째 회의가 개최됐고 그로부터 5개월 남짓 지나 세 번째 토론장이 마련됐다. GS그룹은 올해부터 상·하반기 각각 1회씩 신사업 공유회를 연다는 계획이다.

허 회장이 연초부터 투자 상황을 점검한 데에는 구상 단계에 머무른 각 영역이 사업화 단계로 넘어가야 한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허 회장은 지난달 신사업 공유회에서 "이제는 그동안 발굴한 벤처 네트워크의 기술을 연결해 미래 시장을 선도할 신사업으로 구체화할 시간"이라고 강조했다.

GS그룹이 투자 고삐를 죄는 또 다른 이유는 안정적인 매출 성장세가 한풀 꺾였기 때문이다. 지난해 지주회사 ㈜GS의 연결 매출은 25조9785억원으로 전년(2022년 28조5825억원) 대비 9%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3조7179억원으로 27% 줄었다.

정유 계열사인 GS칼텍스 실적이 부진한 영향이 컸다. 이 회사를 포함해 가스·전력 등 에너지 사업을 하는 중간 지주사 GS에너지도 덩달아 성과가 좋지 못했다. ㈜GS와 직접적인 지분 관계는 없지만 GS건설 역시 3885억원 영업손실을 내며 만족스럽지 못한 성적표를 받았다.
 
허태수 GS그룹 회장이 지난해 8월 신사업 공유회(전략 보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GS그룹]
◆'빅딜' 대신 '벤처' 택한 GS그룹, 성과는 언제쯤?

이른바 재계 10대 그룹 가운데서도 GS그룹이 신사업에 투자하는 방식은 눈에 띈다. 다른 기업을 보면 새로운 사업에 진출하는 과정이 정형화돼 있다. 새롭게 사업부나 전략 조직을 만들고 내·외부 인사를 영입 또는 발탁하는 식이다. 아니면 스타트업에 지분 투자를 하거나 특정 업종에 영향력 있는 기업을 인수하는 게 일반적이다.

허태수 회장은 '빅딜' 대신 벤처 투자를 택했다. 허 회장은 2020년 2월 취임해 '스타트업 벤처와 함께하는 미래 성장'을 전면에 내세웠다. 북미에 GS퓨처스를 두고 국내에는 GS벤처스를 설립, 각 계열사에는 신사업 전담 부서를 뒀다. GS퓨처스와 GS벤처스가 벤처기업에 금융을 제공하는 투자회사 역할을 맡고, 계열 사업회사가 투자에 참여하거나 사업화를 추진한다. 그룹 전체에 벤처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게 허 회장의 성장 전략 핵심이다.

GS그룹이 점찍은 사업의 윤곽도 구체화되고 있다. 전기차 충전 분야가 대표적이다. 2021년 출범한 GS커넥트는 전국에 4만대가 넘는 완속 충전기를 보급해 1위 사업자가 됐다. 여기에 여러 벤처가 보유한 충전 효율 개선, 모바일 통합 서비스, 자율 충전 로봇 등 기술을 접목해 거대한 전기차 인프라를 만들 수 있다.

산업 바이오 또한 GS그룹이 관심을 갖고 육성하는 영역이다. 이는 생물학을 화학 소재·물질에 응용한 것을 말한다. GS퓨처스·벤처스로부터 투자를 받은 벤처기업들은 석유를 사용하지 않은 친환경 소재를 제조하거나 바이오필름(미생물막)을 연속 생산 공정에 활용하는 기술도 개발 중이다. 향후 사업화 단계에 접어들면 GS칼텍스의 석유 의존도를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GS그룹은 여러 분야에 산재한 벤처 투자를 단계별로 체계화하고 수익 창출 수단으로 발전시켜 나가기로 했다. 기술을 성과로 연결하는 작업을 본격화한다는 것이다. 허태수 회장은 지난달 25일 신사업 공유회에서 "불황과 저성장을 극복할 열쇠는 신기술"이라며 "사업 역량과 신기술을 결합하는 시도를 멈추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