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다이소보다 싸긴 한데…中 '테·쉬·알', 국내 시장 대공습 이면은

김아령 기자 2024-02-16 11:08:39
지난해 3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 케이팝 스퀘어에 오픈한 '알리익스프레스 팝업스토어'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레이 장 알리익스프레스 한국 대표가 기조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코노믹데일리] 특급 가성비로 무장한 중국 이커머스, 이른바 ‘C-커머스’ 열풍이 최근 한국을 강타하고 있다. 테무·쉬인·알리 익스프레스 등 주요 플랫폼이 대표적이며, 앞 글자를 따 ‘테·쉬·알’이라고 불린다. “다이소보다 더 싸다”는 입소문을 등에 업고 10·20대는 물론 60대 이상에서도 중국 플랫폼을 이용하는 이들이 급증했다.
 
그러나 중국 해외직구 거래가 급증한 만큼 소비자 불만도 빠르게 늘었다. 짝퉁(가품)과 같은 품질 문제부터 배송, 환불, 고객센터 등이 큰 문제로 꼽힌다. 특히 중국 업체들이 국내 소비자 보호에 소극적이라는 태도는 개선해야 할 과제로 지적되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의 대형 이커머스 업체들이 ‘쩐(錢)의 공세’로 전 세계 이커머스 시장을 흔들고 있다. 기존 시장 질서를 교란시킬 만한 ‘극초저가’ 상품 쏟아내기와 천문학적인 광고비용 지출을 통해 전 세계 시장을 무섭게 잠식해나가고 있다.
 
알리 익스프레스는 국내에 5만원 이하의 제품으로만 의류 상품을 앞세운 ‘5만원 컬렉션’ 전문숍을 열었다. 1000원대 상품만 모은 ‘천원 마트’도 있다.
 
테무는 ‘최대 90% 할인’이라는 공격적 프로모션을 앞세워 1000원 미만부터 3만원대 제품 위주로 초저가 판매 중이다. 비결은 D2C(Direct to Customer)다. 중간 유통 단계를 없애고 생산자와 소비자를 바로 연결해 유통 마진을 줄이는 모델이다.
 
패스트 패션 끝판왕이라고 불리는 쉬인도 비슷하다. 중국 광저우에 위치한 의류 공장과 도매 시장으로부터 대량 제작·구입한 의류를 초저가에 판매하는 식이다. 덕분에 비슷한 패스트 패션 브랜드인 자라나 H&M 대비 가격이 70% 가까이 저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은 고물가·고금리·고환율 이른바 ‘3고’에 시달리고 있다. 서민들의 주머니 사정을 간파한 중국 이커머스 업체들의 극초저가 상품 공세가 시작되자 테·쉬·알 이용자도 빠르게 늘었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해 애플리케이션(앱) 월간 순사용자(MAU)가 가장 많이 늘어난 쇼핑 앱 1·2위로 테무와 알리익스프레스가 나란히 차지했다. 작년 4월 5788명으로 출발한 테무 MAU는 지난 12월에 328만명까지 급등했다. 같은해 알리익스프레스는 1월 227만명에서 12월 496만명으로, 패션 앱 쉬인 역시 같은 기간 9만명에서 39만명까지 뛰었다. 10월에는 54만명을 찍기도 했다.
 
중국발 직구 액수도 크게 늘었다. 2023년 3분기 기준 온라인 직구 금액은 1조6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5% 커졌다. 특히 중국 직구 금액이 급증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중국에서 출발한 온라인 직구 금액은 2023년 3분기 기준 8200억원으로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늘었다. 전체 온라인 직구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2018년 17%에서 지난해 3분기 50%까지 급증했다.
 
C-커머스 관심이 뜨겁다지만 소비자 입장에서 여전히 리스크도 크다. 짝퉁 논란과 안전 기준 부적합, 까다로운 환불 절차 등이 대표적이다. 사용자가 늘며 개인정보 보호 이슈도 부각되고 있다. 특히 최근 사용자가 급증한 알리익스프레스를 둘러싼 논란이 적잖다.
 
한국소비자연맹에 따르면 지난해 ‘1372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알리 관련 불만 신고는 465건으로 전년(93건) 대비 5배가량 증가했다. 새해 들어서도 약 한 달 만에 150여건 접수돼 지난해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 기준 유형별로는 광고와 다른 배송 지연·오배송·상품 누락·배송 중 분실 등 계약불이행이 전체의 절반(46%·226건) 가량을 차지했다. 예상 배송 기간 내에 배송되지 않아 주문을 취소했지만 반영되지 않았거나, 약속한 무료 반품을 이행하지 않는다는 불만이 주를 이뤘다.
 
계약해제·해지 이후 환불 거부 등도 143건(31%)이었으며 제품 불량 및 파손, 가품 등 품질 불만 역시 82건(18%)에 달했다.
 
알리와 테무 등이 저가품을 무기로 국내 시장에서의 입지를 빠르게 확대하고 있지만, 국내 이커머스 생태계 교란은 물론 가품과 저품질 제품 등으로 소비자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이에 정부는 지난 14일 쿠팡, 11번가, G마켓, SSG닷컴 등 국내 이커머스업계와 대책 마련에 나섰다. 규제를 비껴간 중국 이커머스 업체의 성장이 자칫 유통시장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국내 업체들은 소비자 보호를 위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알리는 지난해 말 짝퉁 방지와 소비자 권익 강화를 위해 1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 이커머스 업계에선 “제재가 없는 한 알리의 자정 노력만으론 가품을 없앨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국내 업체들이 짝퉁을 판매하면 강력한 처벌을 받는 것과 달리 중국 플랫폼 기업들은 현재 통관 절차 외에는 마땅한 규제를 받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제품 상태, 배송 등의 문제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정연승 단국대 교수는 “해외 플랫폼에서 겪는 소비자 피해를 예방하거나 피해 처리를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며 “관세와 부가세 등에서 국내 사업자와 해외 사업자가 동등한 규제를 받을 수 있도록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하고, 해외시장에서도 통할 수 있는 수출 아이템을 발굴하는 데에도 힘을 쏟아야 한다”고 말했다.

알리 익스프레스 관계자는 “본격적으로 현지화를 시작하는 단계에 있어 개선해야할 사항들이 많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며 “소비자 만족도 향상을 우선으로 삼고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는데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