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1인실 입원비 논란…당국 "보장액 과해" vs 손보업 "선택권 제한"

지다혜 기자 2024-02-08 05:00:00
정액 보장 방식으로 '도덕적 해이' 우려 업계 "환자 부담 비용 모두 고려해 설계"
자료사진 [사진=픽사베이]
[이코노믹데일리] 1인실 입원비를 둘러싼 금융당국과 손해보험업계 간 입장차가 확연히 드러나고 있다. 당국이 보장액 과열 경쟁을 우려하며 한도를 축소할 뜻을 밝힌 가운데, 업계는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한다며 맞서는 형국이다. 

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이달 중 상급종합병원 1인실 입원비를 지원하는 특약 상품과 관련, 과열 경쟁을 자제하라 주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상급종합병원의 1인실 입원비의 경우 비급여라 전액 본인 부담이다.

따라서 보험사들이 입원비를 보험에서 정액으로 보장해 준다며 지원 금액을 높이자 당국 조사가 시작한 셈이다. 앞서 삼성화재는 건강보험과 자녀보험에서 기존 5만~10만 원대였던 상급종합병원 1인실 입원 일당 한도를 총 60만 원까지 올렸다.

KB손해보험과 메리츠화재도 55만 원까지 일당 한도를 보장하고, DB손해보험도 최대 60만 원 보장한다. 현대해상도 이달 초 최대 60만 원 보장 특약 상품을 출시했다.

금감원은 입원비 보장 금액이 올라가면서 불필요한 장기 입원을 유발할 수 있다고 봤다. 또 보험금 지급이 늘어 손해율이 올라가면 보험료가 증가해 선의의 가입자가 피해를 입는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실제 입원비용이 적게 들더라도 보장 금액을 정액으로 지급하기 때문에 더 이익을 얻을 수 있어 도덕적 해이(모럴해저드)가 벌어질 가능성도 제기됐다.

반면 보험사들은 상급종합병원 입원 구조상 당국이 우려하는 점이 발생할 가능성은 현저히 낮다고 반박한다. 상급종합병원은 고난도의 치료 기술이 필요한 중증 질환을 다루는 곳이기 때문에 입원 절차가 까다롭고 1인실은 장기 입원도 어려워서다.

우선 3차 의료기관으로 분류되는 상급종합병원은 1차(의원급)나 2차(병원·종합병원급) 의료기관에서 치료 호전이 안 되는 외래진료·정밀검사나 수술이 필요할 때 방문하는 곳이다. 따라서 1, 2차 의료기관에서 의사가 직접 작성해 발부하는 진료의뢰서도 지참하게 돼있다.

만약 진료의뢰서 없이 바로 3차 의료기관에 방문하면 환자 본인 부담금 비율이 100%로 책정된다. 의료 서비스의 효율적 분배를 위해 1, 2차 의료기관을 거친 후 방문했을 때는 60%로 책정해 주기 때문에 통상 1차 의료기관부터 3차 의료기관까지 순차적으로 가게 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일반 의원급에서 일정 진단 이상이 나와야 상급종합병원에 갈 수 있고, 단순 질병으로는 (상급종합병원에) 입원이 불가한 점 등을 감안했을 때 도덕적 해이로 이어지기 힘들다"고 말했다.

아울러 실제 병실 이용비를 계산해 한도를 높인 것일 뿐 다른 목적을 두고 경쟁하는 게 아니라는 주장도 나온다. 당국의 과도한 제지가 되레 소비자 편익 증진을 막는다는 것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병원에서 발생하는 부수적 비용(각종 검사·처방료 등)을 비롯해 입·퇴원을 위한 각종 교통비까지 실제 환자가 부담해야 하는 금액을 예상해 상품 설계가 이루어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타 비용을 제외하고 단순 입원비만 따져도 하루에 50만 원 이상은 나온다"며 "이에 맞게 한도를 높여 소비자의 선택 폭을 넓히는 것인데 제재하는 게 맞는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