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분석] 현대글로비스에 힘 싣는 현대차…수소 사업 안고 그룹 중추로

장은주 기자, 임효진 수습기자 2024-01-30 06:00:00
물류 계열사에서 수소 생태계 허브 기업으로 신사업 지분 투자 확대, 기업 가치 상승 기대 정 회장에 470억 배당…지배구조 개편 역할 주목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사진=현대차그룹]
[이코노믹데일리] 현대자동차그룹이 '퍼스트 무버' 전략의 하나로 수소 사업 선점에 출사표를 던졌다. 수소 에너지의 생산·저장·운송·활용 등 전 과정을 아우르는 밸류체인(가치사슬)를 구축해 글로벌 1등 수소 기업이 되겠다는 포부다. 현대차그룹이 그리는 수소 청사진에서 밑바탕이 되는 기업은 현대글로비스다. 물류 부문 계열사로 출범한 현대글로비스는 그룹 중·장기 비전에서 작지 않은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 8일(현지시간) 미국에서 발표한 내용은 최근 일각에서 제기된 '수소 사업 포기' 의심을 보기 좋게 깨뜨렸다. 정 회장은 당시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박람회 'CES 2024' 미디어 데이 행사를 통해 현대차를 비롯한 현대글로비스, 현대로템, 현대엔지니어링 등 계열사 역량을 수소 사업에 결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탄소중립을 실현하려면 수소 에너지로의 전환이 필수라는 생각에서다.

현대글로비스는 현대차그룹 수소 생태계에서 중간 단계인 저장과 운송을 담당한다. 이를 위해 올해부터 8만6000입방미터(㎥)급 초대형 암모니아 운반선(VLAC) 2척을 운용한다. 수소 운송 과정을 보면 먼저 고온으로 압축, 튜브 트레일러에 주입해 출하한다. 여기에 저장된 수소는 전용 운반 트럭을 통해 충전소, 산업체 등으로 판매된다. 육상과 해상을 포함한 운송 과정에서 수소는 액체 형태나 암모니아로 저장된다. 암모니아는 이를 액화하면 단위 부피당 약 1.7배의 수소를 더 저장할 수 있어 대량 운송이 가능하다.

현대글로비스는 수소뿐 아니라 다른 재생에너지 관련 분야에도 적극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최근에는 사용 후 배터리 재활용 사업을 새로운 먹거리로 점 찍고 성과를 거두기 위한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 22일에는 사용 후 배터리 전처리 기술 확보를 위해 배터리 재활용 전문 기업 ㈜이알과 지분 투자 계약(SSA)을 체결했다. 배터리 재활용은 수소의 지속 가능한 공급을 보장한다는 점에서 수소 생태계와 연관이 깊다.

아울러 스마트 물류 솔루션 강화를 위해 물류 자동화 소프트웨어 기업인 '알티올'을 인수하기도 했다. 스마트 물류 솔루션은 상품 입고와 관리, 분류, 운송 등 물류 전 과정에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로보틱스 등 다양한 소프트웨어 기술을 적용해 최적의 효율성을 내는 것을 의미한다.

산업계에서는 현대글로비스가 앞으로 외연 확장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내다본다. 현대글로비스는 사업 다각화로 현대차그룹 의존도를 낮추고 기업 가치를 상승시킬 수 있다. 지난해 이 회사 매출은 25조6832억원이다. 기업 가치가 상승함에 따라 향후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관측된다.

재계에서 지주회사 개편이 화두인 가운데 현대차그룹은 아직 순환출자 고리를 끊어내지 못하고 있다.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지분 구조가 대표적이다. 이들 핵심 계열사 보유 지분율이 낮은 정의선 회장으로서는 외부 공격으로부터 경영권 위협에 노출되기 쉽다. 재계에서는 이런 지배구조가 현대차그룹 장기 성장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앞서 정 회장과 정몽구 명예회장은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피하기 위해 현대글로비스 지분 10%를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 칼라일그룹에 매각하기도 했다. 당시 6000억원에 이르는 자금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지배구조 개편까지는 더 많은 자금이 필요한 상황이다.

최근 현대글로비스 배당금 상향(전년 대비 10.5%)은 정 회장의 지배력 강화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1주당 배당은 6300원으로 정 회장은 현대글로비스에서 472억4994만원을 수령할 전망이다. 정 회장은 현대차그룹 12개 계열사 가운데 현대글로비스 지분(20% 보유)을 가장 많이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