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삼성 부당 합병' 의혹 이재용 회장, 1심 판결 '초읽기'

김아령 기자 2024-01-21 14:22:56
26일 자본시장법 위반·업무상 배임 등 1심 판결 선고 2020년 9월 기소 후 3년4개월 만…검찰 징역 5년 구형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2024년 경제계 신년 인사회'에 참석하고 있다.[사진=유대길 기자]

[이코노믹데일리]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 합병 의혹’ 1심 선고가 이번주 나온다. 합병 과정에서 주가 시세조종과 분식회계 등 불법이 있었는지, 이 회장이 이를 지시하거나 보고받았는지 등이 유무죄를 가를 쟁점이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박정제 지귀연 박정길 부장판사)는 26일 이 회장의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사건 선고 공판을 연다. 재판이 시작된 지 3년4개월 만이다.
 
앞서 이 회장은 경영권 승계를 목적으로 미래전략실 주도 하에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계획·추진하고 이 과정에서 회계부정·부정거래 등을 저지른 혐의로 2020년 9월 기소됐다. 제일모직 자회사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외부감사법상 거짓 공시 및 분식회계 혐의도 있다.
 
검찰은 삼성그룹이 ‘프로젝트-G(지배구조) 승계계획안’을 짜고 이 회장의 경영권 승계에 유리한 방향으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작업을 실행했다고 보고 있다.
 
이 회장과 미래전략실이 삼성물산에 불이익을 초래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합병을 결정하고 합병 단계에서 거짓 정보 유포, 중요 정보 은폐, 허위 호재 공표, 시세 조종, 거짓 공시 등을 주도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그룹 총수 승계를 위해 자본시장의 근간을 훼손한 사건”이라며 “각종 위법행위에 동원된 말 그대로 ‘삼성식 반칙의 초격차’를 보여줬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회장에게 징역 5년과 벌금 5억원을 구형했다.
 
그러나 이 회장 측은 경영권 승계 목적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은 사업상 필요했고 당시 부실 우려가 컸던 삼성물산의 경영 안정화를 위해서도 불가피했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결심공판에서 “합병 과정에서 제 개인의 이익을 염두에 둔 적 없다”고 주장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혐의에 대해서는 국제회계기준에 맞게 작성돼 이를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 회장과 삼성은 9년째 사법리스크에 시달리고 있다. 그나마 ‘국정농단 사건’에서 받은 유죄 판결에 따른 취업제한 등 리스크는 지난 2022년 광복절 특별사면을 받아 해소됐다.
 
다만 현재 재판이 이뤄지고 있는 사안으로 인한 사법리스크는 향후 몇 년간 지속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오는 26일 선고에서 이 회장에게 유리한 판결이 나와도 검찰이 불복해 항소하면 여전히 재판을 진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선고에서는 유·무죄를 다투는데 유죄가 나오더라도 징역 3년을 초과하면 집행유예를 받을 수 없다. 때문에 검찰이 징역 5년을 구형한 현재 상황에서 이 회장과 삼성은 재판부가 선고에서 형량을 낮춰주길 기대해야 하는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