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건강기능식품(이하 건기식)의 개인 간 재판매 규제 봉인이 풀렸다. 이제부터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거래가 가능해진 것인데, 일부 관련 업계 관계자들과 약사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16일 규제심판부는 소규모 개인 간 건강기능식품 재판매 허용을 식품의약품안전처에 권고했다. 기존 건강기능식품 법령에 따르면 건강기능식품 판매업을 하기 위해서는 건강기능식품법 제3조, 제6조에 따라 영업 신고를 하도록 규정했다. 물론 개인 간 재판매 또한 ‘영업’에 해당하기에 영업 신고가 없다면 불법행위로 분류되며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됐다.
하지만 최근 건강에 대한 국민들의 높아진 관심과 플랫폼을 통한 개인 간 거래의 활성화가 이번 규제 허가에 큰 배경으로 작용했다. 2023년 기준 건기식 국내 시장 규모는 6조2000억원에 달하며, 10가구 중 8가구는 연 1회 이상 구매한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이렇게 개인 간 거래의 장이 확대되면서 기존 법령이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하고 글로벌 기준에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꾸준하게 제기돼왔다.
또 영업이란 영리를 목적으로 동종의 행위를 계속ㆍ반복적으로 하는 것에 반해, 개인거래에서는 영리목적이 보이지 않았다는 대법원 판례 등을 고려했을 때 규제심판부는 개인의 소규모 재판매까지 금지는 법적 근거가 불명확한 ‘그림자 규제’라며 개인 간 재판매를 허용하도록 식약처에 권고했다.
하지만 직접 현장에서 체감하는 일부 관계자들의 입장은 다르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이번에 풀린 규제에 "바람직하지 않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그는 "건강기능식품이 일반의약품이나 전문의약품처럼 규제가 높은 것은 아니지만 전문가의 조언에 따라서 복용해야 한다"면서 "(기존에도) 전문가가 아닌 사람들의 이야기로만 특정 제품의 효과를 듣고 구입해 복용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했는데 공식적으로 개인 간 거래를 허용한다는 것은 굉장히 위험한 요소"라고 말했다.
또 다른 제약업계 관계자는 "현재 건강기능식품이라는 이름으로 인터넷 판매나 네트워크 판매, 다단계 판매, 홈쇼핑 판매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난무하고 있는 상황에서 명확한 규제는 '1분기 이내에 대안을 마련 한다'는 입장을 보고 다시금 탁상행정이라고 느꼈다"고 말했다.
중고거래 플랫폼 관계자는 "관계부처와 국무조정실에서 정해진 방향에 따라, 이용자들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거래할 수 있도록 제반 사항 등을 준비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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