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쿠팡이 LG생활건강과 4년9개월 만의 다툼을 끝낸 가운데 CJ제일제당과의 화해 전망에도 관심이 쏠린다. 알리익스프레스 등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이 국내 시장에 공격적으로 치고 들어오면서 쿠팡이 자존심보다 실리를 취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CJ제일제당을 주축으로 한 신세계·네이버·컬리 등 ‘반(反) 쿠팡 연대’가 점차 강화되면서 쿠팡과의 대립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화해 보다는 ‘각자도생’으로 가닥을 잡아가는 가운데 향후 양사가 화해의 손을 맞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LG생활건강 인기 품목에 로켓배송 서비스를 다시 적용하기로 했다. 이달 중순부터 LG생활건강의 코카콜라, 페리오 치약, 엘라스틴 등 상품군의 로켓배송 거래를 재개할 방침이다.
앞서 두 회사는 플랫폼 수수료와 납품 단가로 갈등을 빚어 왔다. 지난 2019년 6월 LG생활건강이 쿠팡을 유통업법과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공정위에 신고하면서 사이가 틀어졌다. 쿠팡이 LG생활건강에게 경쟁 온라인몰의 판매 가격을 인상하도록 강요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쿠팡에서 LG생활건강 제품의 로켓배송 서비스가 중단됐다.
갈등의 골은 더 깊어졌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021년 쿠팡이 경영 간섭 등 법을 위반한 것으로 보고 32억97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쿠팡은 이듬해 이에 대한 행정소송을 제기, 어느 쪽 판결이 나더라도 대법원까지 갈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 되면서 관계가 좀처럼 회복하기 어려운 국면이 이어져왔다.
그러나 쿠팡과 LG생활건강이 극적 화해하면서 그 배경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유통업계는 이번 거래 타결 배경이 시장 환경 변화에 느낀 위기감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부터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의 외형이 커지면서 쿠팡의 입지를 더욱 굳건히 하기 위함이다.
더불어 LG생활건강 역시 가장 큰 시장이던 중국 내 화장품 매출이 급감하면서 실적 타격이 컸다. 이에 쿠팡과 협업해 국내 이커머스 영향력을 키우려는 모습이다.
쿠팡이 LG생활건강과 거래를 재개하면서 CJ제일제당과의 화합 여부에도 시선이 향한다. 지난 2022년 11월 햇반 납품 가격 문제로 의견이 충돌했고 이후 햇반을 포함해 비비고, 스팸 등 주요 제품군 로켓배송 거래가 중단됐다.
쿠팡과 CJ그룹은 식품 유통 외 여러 분야에서 경쟁 양상을 띈다. CJ대한통운과 CJ올리브영 등 다양한 업종에서 쿠팡과 경쟁하고 있기 때문에 빠른 화해는 어렵다는 예측이 나온다.
쿠팡은 중소중견기업과의 협력으로 CJ제일제당의 빈자리를 채웠고, CJ제일제당은 신세계 유통 3사와 지마켓·11번가·컬리 등과 협업해 ‘반 쿠팡 동맹’을 확대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자사 몰 역량도 강화하고 있다. 지해 말 자사몰 CJ더마켓에 익일 배송 서비스인 ‘내일 꼭! 오네’(O-NE) 서비스를 도입했다. CJ더마켓의 회원수는 350만명 수준으로 알려졌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양사가 거래 중단으로 큰 피해가 없는 것으로 알려지는 만큼 당장 거래 재개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최근 쿠팡이 알리익스프레스 등 중국 플랫폼 공습을 견제하는 만큼 LG생건과 같은 협상 분위기가 조성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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