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카드 수수료 현실화, 2년째 '답보'…당국 뒷짐에 카드사 '골머리'

지다혜 기자 2024-01-18 05:00:00
4월 총선 맞물려 수수료 추가 인하 가능성 "혜택 축소 불가피…소비자 피해로 이어져"
자료사진 [사진=픽사베이]
[이코노믹데일리] 카드 수수료 현실화를 위한 적격비용 제도개선안 마련이 2년째 답보 상태다. 당초 지난해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결국 해를 넘기며 지지부진한 가운데 카드업계의 불만은 커지고 있다.

17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카드사들은 지속해서 내려가는 카드 가맹점 수수료로 골머리를 앓는 중이다. 금융위원회는 적격비용을 3년마다 재산정해 가맹점 수수료율을 조정하지만, 매번 인하하고 있다. 2007년부터 14차례에 걸쳐 내리면서 현재 가맹점 수수료율은 0%대까지 떨어졌다.

적격비용이란 카드사가 가맹점에 매기는 수수료 기준을 말한다. 문제는 가맹점 수수료율이 하락할수록 카드사의 수익은 줄어드는 구조이기 때문에 적격비용이 재산정될 때마다 카드사들은 수익성 개선을 기대할 수조차 없어졌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 분석 결과, 지난해 3분기 기준 7개 카드사(신한·삼성·현대·KB국민·롯데·우리·하나)의 총수익 대비 가맹점 수수료 수익은 22.56%에 불과했다. 지난 2018년 30%를 넘어섰던 가맹점 수수료 수익 비중이 22%대까지 낮아진 것이다.

추이를 자세히 살펴보면 △2018년 30.54% △2019년 29.68% △2020년 26.15% △2021년 26.65% △2022년 24.24% △2023년 3분기 22.56%로 점차 내림세로 돌아섰다.

현재 상대적으로 영세한 가맹점에 적용하는 우대 수수료율은 2012년 이후 적용 대상이 확대되면서 전체 가맹점의 96%가 우대 수수료율을 적용받고 있다. 신용카드 기준으로 연 매출 3억원 이하 영세 가맹점 수수료율은 0.5%, 중소가맹점(연 매출 30억원 이하)은 1.1~1.5% 수준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카드사들이 본업에서 수익을 못 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금융당국은 2022년 적격비용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또 적격비용 제도가 고금리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논란도 일면서 적격비용 산정 주기를 기존 3년에서 5년으로 늘리는 방안도 논의됐다.

하지만 2022년 말 발표하기로 했던 개편안은 지난해까지도 마무리되지 못하고 해를 넘겼다. 당국은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있어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당장 올해 재산정 주기가 돌아왔는데, 4월 총선까지 있어 추가 인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돼버렸다. 카드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는 소상공인 등 민심을 얻기 위한 대표적 공약 중 하나인 만큼 당국도 섣불리 나서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렇다 할 방안이 나오지 않은 채 당국이 뒷짐을 지고 있는 모양새에 카드업계의 불안감은 커진다. 업계 관계자는 "우대 수수료 방침은 사실상 정치 논리에 가깝다고 생각된다"며 "또 적격비용 재산정이 곧 수수료 인하로 굳어져 버렸다"고 말했다. 카드사의 자금 조달비를 비롯해 위험관리비·마케팅비 등 다양한 비용을 고려해야 하는 적격비용 재산정 취지가 퇴색됐다는 의미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런 기조가 이어진다면 카드사 입장에서도 수익 보전을 위해 혜택 축소 등이 불가피하고, 이는 곧 소비자 피해로 돌아가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카드사들은 업황이 악화하자 다양한 혜택으로 인기를 끌던 알짜카드를 무더기 단종시키기도 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까지 단종된 신용카드와 체크카드는 각각 247개, 34개로 2022년 말(신용카드 79개·체크카드 37개 단종) 대비 크게 늘었다.

이에 정완규 여신금융협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가맹점 수수료 제도 개선에 대한 필요성을 언급했다. 정 회장은 "신용카드 생태계의 건전한 발전을 위한 카드 가맹점 수수료 제도 개선 등 업계의 과제를 놓치지 않고 해결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