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1996년 1월 세계 최초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통신 상용화를 이끈 서정욱(徐廷旭) 전 과학기술부 장관이 11일 오전 5시30분쯤 경기도 용인의 한 병원에서 향년 90세에 노환으로 세상을 떠났다.
고인은 1934년 11월 서울에서 태어나 휘문고와 서울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텍사스A&M대에서 유학했다. 국방과학연구소(ADD) 창설 멤버로 들어가 진공관식 구형 무전기를 대체할 트랜지스터형 소형 경량 무전기를 개발하는 등 군 통신기기 개발 전문가로 이름을 떨쳤다. 1984년 1월 한국통신 TDX 사업단장으로 임명되며 국내 통신 기술의 발전을 주도했다. 한국통신 부사장, 한국이동통신(현 SK텔레콤) 사장, 과학기술처 차관, KIST 원장 등 역임하며 민관은 물론, 연구 분야에서 통신 산업의 성장을 위해 역량을 발휘했다.
고인은 국내 통신 산업를 한단계 발전하는 큰 역할을 했다. TDX사업단장 겸 품질보증단장으로 있으면서 1가구 1전화기 시대를 열었다. 과학기술처 차관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원장을 역임한 후 이동통신관리단장으로서 세계 첫 CDMA 상용화했다. CDMA 도입은 한국의 통신 역사에도 전설과 같은 일화를 남겼다.
디지털 이동통신 도입 과정에서 당시 대세이던 시분할다중접속(TDMA) 대신 미국의 벤처기업 퀄컴이 개발한 CDMA 방식이 결정됐고 고인은 한국이동통신(SK텔레콤의 전신) 이동통신기술개발관리사업단장을 맡아 CDMA 도입을 책임졌다.
대한민국이 CDMA의 테스트 베드라는 우려가 불거졌지만 결국 1995년 11월 시험통화에 성공했고, 1996년 1월1일 세계 최초로 인천과 부천 지역에서 서비스를 개시했다. 한국의 성공 이후 전 세계에 CDMA 방식이 확산하기 시작했다. 고인은 CDMA 상용화를 이끈 공로로 1996년 금탑산업훈장을 받았다.
고인은 한국이동통신 사장(현 SK텔레콤)과 부회장을 지내고 초당대 총장을 거쳐 김대중 정부에서 과학기술부 장관으로 일했다. 이후 명지대·서울대·이화여대·공군사관학교·순천대 등에서 강의했다. 한국무역협회 전자무역추진센터 위원장으로도 활동했다.
저서로는 ‘미래엘리트를 위한 뗄레마띠끄’(1990), ‘정보화사회의 길목에 서서’(1993), ‘한국의 2001년 설계’(1995), ‘미래를 열어온 사람들-통신과 함께 걸어온 길’(1997) 등 저서를 남겼다. 철탑산업훈장(1978), 국민훈장 동백장(1986), 황조근정훈장(1992), 정보통신대상(1996), 전자대상 한국공학한림원 대상(2002)을 받았다. 2018년에는 방위산업유공자로 인정됐다. 부인 이정숙씨는 “자기 일을 사랑했고, 열정적인 분이었다”고 말했다.
유족은 부인 이씨와 사이에 3녀(서윤석·서현지·서윤희)와 사위 진성철씨 등이 있다. 빈소는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 17호실, 발인은 13일 오전 10시30분, 장지는 마석 정동제일교회 수양관. 02·3410·3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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