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철강업계, 경쟁력 약화 우려에도 가격 조정 본격화

장은주 기자 2024-01-11 17:41:04
철광석 급등하자 열연 강판 등 가격 인상 조선·자동차 업계, 中 철강재 늘리는 추세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에서 후판이 생산 되고 있는 모습[사진=현대제철]
[이코노믹데일리] 경쟁력 약화 우려로 가격을 선뜻 올리지 못했던 국내 주요 철강사들이 수익성 개선을 위한 제품 가격 조정에 나서기로 했다.

11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이달 열연 강판 가격은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톤(t)당 5만원, 동국제강과 KG스틸은 t당 7~8만원 인상했다. 이 중 현대제철의 경우 후판 가격은 t당 5만원 올리기로 했으며, 소형 H형강의 가격도 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주요 철강사들은 지난해 글로벌 경기 침체와 저가 수입산 제품 증가세로 진통을 겪어왔다. 특히 1년 내내 이어진 엔저(엔화 약세) 현상으로 일본산 제품까지 크게 늘어나면서 국내 철강 시장은 암묵적인 '저가 경쟁' 중이었다. 하지만 국내 기업을 포함한 글로벌 철강 업체들은 이달 철광석·원료탄 가격이 급등한 것을 제품 가격에 반영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산업통상자원부 원자재가격정보에 따르면 중국의 철광석(Fe 62%) 수입 가격은 이달 5일 기준 t당 140.30 달러(약 18만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11월 117.2 달러(약 15만원)를 기록한 것과 비교할 때 19%가량 오른 것이다. 

제철용 원료탄은 이달 5일 332.75 달러(약 43만원)까지 상승했다. 지난해 5월 224 달러(약 29만원)까지 하락했지만, 지난해 하반기 호주에서 공급 차질이 발생한 영향으로 300 달러(약 39만원)를 돌파한 이후 이달까지 가격을 유지 중인 것으로 보인다.

다만 가격 인상으로 국내 철강업계 실적이 개선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대표적인 구매처로 꼽히는 HD한국조선해양,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등 국내 주요 조선사들은 수입산 제품 비중을 늘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일본 등 수입산 제품 가격이 저렴해 원가절감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초호황기를 보낸 자동차 업계도 중국산 판재류 사용을 확대하고 있다. 

실제 우리나라의 철강재 수입량은 지난 2023년 1년간 총 1554만9000t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1411만3000t) 대비 10.2% 증가한 것으로 지난 2019년(1678만t) 이후 최대 규모다. 국가별로는 중국이 872만5000t으로 가장 많았으며, 일본이 560만5000t으로 뒤를 이었다. 이들 국가는 우리나라 전체 수입량의 92.2%를 차지했다.

국내 철강업계는 가격 인상과 함께 고부가가치 제품을 개발할 예정이다. 오는 2026년 본격 시행되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 친환경 규제 대응력 강화를 통해 위기를 돌파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