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연령 제한에 비용부담까지…尹 펫보험 공약 '산 넘어 산'

지다혜 기자 2024-01-09 06:00:00
보상하지 않는 질병 多…약관 확인 필요 "펫보험 상품 개발하기 위한 인프라 부족"
지난달 15일 서울 강남구 세텍(SETEC)에서 크리스마스 서울펫쇼가 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코노믹데일리] 윤석열 대통령 국정과제 중 하나인 '펫보험(반려동물보험) 활성화'는 갈 길이 먼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펫보험으로 올해 신사업 확장에 나설 계획이지만, 제도적 기반이 미비한 탓에 가입 조건이 까다롭고 보험료가 비싸 여전히 많은 소비자가 가입을 망설이고 있기 때문이다.

8일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펫보험을 판매하는 11개 손보사의 지난해 보유계약 건수는 약 11만건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원수보험료(수입보험료)는 440억원 규모로 집계된다. 이는 대형사들이 펫보험 판매를 시작한 2019년보다 5배가량 늘어난 수치다.

성장세는 나쁘지 않지만 가입률은 국내 반려동물 개체 수와 비교했을 때 여전히 저조하다. 현재 국내 반려동물 추정 개체 수는 약 800만마리로 전체 추정 개체 수 대비 보험 가입률은 지난해 9월 기준 1%대에 그쳤다.

펫보험 가입의 가장 큰 저해 요인은 보험료 부담이었다. 지난해 KB금융그룹 경영연구소가 발간한 '2023 한국 반려동물 보고서' 분석 결과, 반려인이 펫보험 가입을 망설이는 이유로 △월 납입 보험료 부담 △좁은 보장 범위 △낮은 보상비율 △까다로운 가입 조건 등이 꼽혔다.

실제 농림축산식품부는 2022년 기준 펫보험 연평균 보험료가 55만2000원이라고 밝혔다. 개인용 자동차보험료가 연간 65만~70만원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절대 적지 않은 금액이다.

이와 함께 가입 시 고연령은 제외되고 대부분 최고 8~10살까지의 반려동물만 가입이 가능하다. 사실상 나이가 많을수록 아픈 곳도 늘어나는데 정작 보험이 필요할 때는 가입할 수 없는 것이다. 가입했더라도 기존 계약 갱신으로 보장받을 수 있지만 갱신 시 보험료가 인상될 수 있다.

또 보상하지 않는 질병도 많아 약관을 꼼꼼하게 확인해야 한다. △선천·유전적 질병(슬개골 탈구 등) △피부·구강 질환 △임신·출산 △중성화 △예방접종 가능 질병 △미용 목적 치료 등이다.

특히 소형견에게 자주 발생하는 관절 질환인 무릎뼈(슬개골) 탈구는 그만큼 진료비 지출이 잦은데, 보험사들은 면책 기간(보상하지 않는 기간)을 길게 설정하거나 추가 비용이 드는 특약으로 따로 빼놓기도 한다.

아직 동물병원마다 진료 항목·수가가 표준화돼 있지 않아 펫보험의 요율(보험료를 결정하는 비율)이나 리스크를 정확히 측정하기 어려워 상품 설계도 미흡할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업계 관계자는 "반려동물에게 필요한 상품을 개발하기 위한 인프라가 부족하고, 동물병원·보험사 간 제휴도 미미한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올해부터 동물병원이 보호자에게 모든 진료비를 공개하게끔 했지만, 아직 병원마다 검사 항목과 수술 방식이 달라 그 효과는 약할 것으로 관측된다. 아울러 진료내역·진료비 증빙서류 발급 의무화를 골자로 한 수의사법 개정안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해 수의업계와의 협력도 오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