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최악의 위기 상황이다. 반도체, 배터리, 석유화학 등 만나는 업계 사람마다 "내년도 힘들다"며 곡소리를 낸다. 최태원 SK그룹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도 내년 경기 전망에 대해 "상반기는 큰 변화가 없고, 하반기에나 경기 회복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위기일수록 힘을 합쳐야 하는 게 정부와 기업인데, 기업인들의 자유로운 경영 활동을 보장해준다던 정부는 취임 1년 반이 지나도록 제자리걸음 중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앞서 올해 경제계 신년인사회에서도 기업 규제 개선과 노동개혁 의지를 내비쳤지만 12월인 지금 여전히 크게 달라진 구석은 찾기 힘들다. 정부의 규제개혁을 뒷받침할 146개 혁신법안 중 현재까지 국회를 통과한 법안이 단 6개뿐이다.
내년 한국 경제가 도약하기 위해서는 온 국가가 기업 활력을 되살리는 데 힘을 쏟아부어야 한다. 새로운 기술과 신성장 동력, 미래 먹거리 모두 중요하지만 지금은 과감한 규제 혁신이 급선무다. 미국과 중국이라는 경제 대국간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형국에 정부와 민간이 똘똘 뭉치는 '원팀 코리아'를 만들기 위해선 말이다.
기업의 성장 잠재력을 끌어올리려면 정부와 국회는 지금이라도 소모적인 정쟁을 멈추고 현안을 볼 수 있어야 한다. 내년 총선이 코앞인데도 여야의 극단적 정쟁으로 민생·경제 법안들은 뒷전이 됐다. 기업 투자를 이끌 세제 지원은 못할 망정 무책임한 포퓰리즘으로 시장경제의 근간을 위협한다는 생각마저 든다.
경직된 노동시장의 유연화를 돕는 노동개혁은 물론이거니와 글로벌 스탠다드에 역행하는 현행 세제도 개편할 때다. '부자 감세'라는 악의적인 프레임은 거두고 법인세 인하와 상속·증여세 손질에 속도를 내야 한다. 더 이상 시간을 끌다간 영영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될까 두렵다.
최태원 회장이 신년사에서 언급한 '교룡득수(蛟龍得水)'가 다시금 뇌리에 박힌다. 용이 물을 만나 힘차게 날아오르듯, 위기 속에서도 새로운 기회를 찾고 여러 난관을 딛고 날아오르자는 의미다. 갑진년은 그런 한 해가 될 수 있을까. '기업하기 좋은 나라'는 언제쯤 될까.
Copyright © 이코노믹데일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