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진년(甲辰年)에도 경영 여건을 낙관하기 어려운 가운데 신년사에 등장할 키워드로는 위기 극복과 신사업 안정화, 성장 동력 발굴 등이 거론된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고단한 한 해를 보낸 총수들은 무엇보다 구성원 역량 결집과 기술 개발, 조직문화 혁신을 주문할 것으로 예상된다.
먼저 이재용 회장은 올해도 신년사를 생략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오랜 기간 미등기 임원으로서 무보수 경영을 해온 영향이다. 삼성전자는 대표이사인 한종희 DX(디바이스경험)부문장(부회장)과 경계현 DS(반도체)부문장(사장) 공동 명의로 신년사를 발표해 왔다. 실적 악화를 계기로 성장 동력이 꺼져 간다는 우려가 큰 가운데 내년에는 재도약, 기술, 혁신 등 표현에 방점이 찍힐지 관심이다.
재계 맏형인 최태원 회장은 그간 기후위기, 빈곤 같이 인류가 당면한 문제에 초점을 맞췄다. 지난 한 해 반도체·석유화학 불황과 투자 성과 부진이 걱정거리가 된 탓에 내년에는 '파이낸셜 스토리'로 상징되는 재무 성과를 비중 있게 다룰 전망이다.
정의선 회장은 전동화·소프트웨어·로봇을 필두로 '퍼스트 무버(선도자)' 전략을 재차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2024년은 자율주행과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이 보편화되는 원년인 만큼 그와 관련한 비전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구광모 회장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총수 중 가장 먼저 신년사를 발표했다. LG그룹은 주요 그룹 가운데서도 정기 임원 인사와 사업보고회 등 일정이 빠른 편이다. 구 회장은 지난 20일 국내외 임직원에게 영상 신년사를 통해 내년 화두로 '차별적 고객가치'를 제시하며, 점점 커지는 경제 불확실성을 돌파하자고 주문했다. 고객은 구 회장이 매년 언급하는 단골 소재다.
상당수 대기업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종무식을 별도로 진행하지 않고 한 해를 마무리한다고 알려졌다. 성탄 연휴 이전인 지난 22일 올해 업무를 마무리하고 마지막 주는 권장 휴가 기간으로 보낸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어수선한 연말 분위기에 미사용 연차를 소진하고 충분한 휴식을 통해 새해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한편 4대 그룹 총수 중 정의선 회장을 뺀 나머지 3명은 소송에도 적잖은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 이재용 회장은 1월 말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관련 1심 선고 공판을 앞뒀고, 구광모 회장과 최태원 회장은 각각 상속세 관련 재판과 이혼 소송이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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