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어쩌다 脫중국' 완성차 업계, 날개 달고 '전화위복' 성공

장은주 기자 2023-12-21 15:56:09
車업계, 중국 '손절'에도 올해 수출액 '사상최대' 인니·인도·중동 등 중국 대체시장 역할 수행 중 중국, 경제성장률 하락세…국내 기업에 타격 ↓
현대자동차가 인도네시아 브카시시(市) 델타마스 공단 내 조성한 현지공장 전경[사진=현대차]
[이코노믹데일리] 한국 완성차 업계는 세계 3대 자동차 시장으로 꼽히는 나라와 멀어지고 있다. 당초 '큰 손'으로 불리던 중국 시장에서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면서 업계 안팎의 걱정을 한 몸에 받기도 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시작된 중국 내 경기 침체와 함께 국내 주요 기업들이 중국을 대체할 수 있는 시장을 발굴하자 업계에서는 중국 시장 손절이 오히려 전 세계 곳곳에 '한국 차' 위상을 떨칠 수 있는 기회였다고 평가한다.

21일 산업통상자원부, 한국무역협회 등에 따르면 올해 1~11월 자동차 수출액은 644억9000만 달러(약 84조691억원)로 지난해 동기 대비 32.6% 증가한 기록을 세웠다. 이에 따라 2023년 자동차 누적 수출액이 사상 처음으로 700억 달러(약 91조2520억원)를 웃돌 것으로 기대된다.

지역별로는 △북미 시장 331억 달러(약 43조1425억원) △유럽연합(EU) 100억 달러(약 13조360억원)를 수출했다. 그 뒤를 이어 △아시아 53억 달러 △중동 51억 달러를 기록했다. 아프리카를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에서 전년보다 수출이 늘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최근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해외 사업 전략을 수정한 결과라고 평가한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중국 당국이 전동화 전환 흐름에 따라 자국 우선주의 체제를 밀어붙이자, 중국을 대체할 신흥 시장 발굴에 적극 나서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인도네시아 현지 공장을 활성화하고 전기차 증산을 통해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계획을 내세웠다. 인도네시아 브카시시(市) 델타마스 공단에 조성한 현대차 공장은 지난해 차량 양산을 시작했다. 현지 생산과 함께 현대차의 인도네시아 현지 점유율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특히 아이오닉5의 경우 올 1분기에만 1039대가 팔렸고, 인도네시아 전기차 점유율 58.4%를 기록했다.

인도네시아가 중국 대체 시장으로 꼽히는 이유 중 하나는 전기차 시장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사치세 면제, 충전요금 할인, 차량 홀짝제 면제 등 다양한 혜택을 통해 전기차 상용화를 위해 노력 중이다. 또 인도네시아 정부가 그린 로드맵에 따라 2030년까지 전기차 점유율을 25%로 확대하고 2040년부터는 전기 오토바이, 2050년부터는 전기차로 100% 전환할 계획이다. 

인도도 중국 대체 시장으로 거론된다. 현대차는 지난 5월 인도 정부와 업무협약(MOU)을 맺고 올해부터 10년간 전기차 생태계 조성과 생산설비 현대화 등에 2000억 루피(약 3조2500억원)를 투자하기로 합의했다. 기아도 2027년까지 5년 간 200억 루피(약 3250억원)을 투입해 내연기관 생산 규모를 늘리고 전기차 라인업을 확대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2020년까지 인도 시장 점유율을 현 7%에서 10%로 끌어 올린다는 계획이다. 이미 현지 아난타푸르 공장의 증설 작업에 착수했다.

중동·아시아 최대 자동차 시장으로 꼽히는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 지난 10월 현대차와 'CKD(반조립제품) 공장 합작 투자 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사우디 현지에는 연간 5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현대차의 CKD 합작공장이 설립된다. 올해 상반기 현대차·기아는 사우디에서 21%의 점유율로 판매 2위를 기록 중이다. 

KGM(KG모빌리티)은 베트남을 거점으로 해외 시장 공략에 나선다. 지난 3월 현지 기업인 킴롱모터와 6조원 규모의 CKD 수출 계약을 맺고 내년부터 주요 차종의 본격 생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내년 1분기 국내 자동차와 관련 부품 수출 여건이 올해보다 더 좋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1분기 전체 수출산업경기전망지수(EBSI)는 97.2로 기준선(100)을 밑도는 반면, 자동차·부품 품목은 102.4를 기록해 기준선보다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한국 기업들이 중국 관련해 사드와 코로나19 등의 타격을 제대로 입었었다"며 "(대체 시장을 발굴하는 등)현명한 선택을 통해 중국 경기침체 영향도 조금 덜어낼 수 있었다"고 전했다.

중국 경제성장률은 내년에도 하락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지난 5일 중국의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기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변경했다. 2024~2025년 중국의 연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역시 올해 성장률 목표치(5.0%)보다 낮은 4.0%로 예상했다. 무디스는 "중국 지방 정부와 국영기업 부채 문제, 부동산 및 금융 위기, 경제성장률이 떨어질 전망"이라며 신용등급 전망 하향 조정 이유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