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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보는 2024년] 글로벌 車시장 '완만한 성장'…전기차 '빅뱅' 일단락

성상영·장은주 기자 2023-12-21 06:00:00
'3강 체제' 굳어진 세계 자동차 산업 도요타·폭스바겐·현대차 판매 질주 스텔란티스·GM·포드는 악재에 고전 전기차 시장, 숨 고르며 대중화 준비
현대자동차 미국 앨라배마 공장 조립라인에서 자동차가 컨베이어벨트를 따라 이동하는 모습[사진=현대차]
[이코노믹데일리] 브랜드마다 실적 희비가 엇갈린 글로벌 완성차 시장은 새해 들어 더욱 속도감 있게 옥석 가리기가 이뤄질 전망이다. 올해 일본 도요타그룹과 독일 폭스바겐그룹, 현대자동차그룹 등 세계 3강 체제를 굳히는 한편 내년에는 코로나19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되고 완만한 성장세를 기록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20일 자동차 업계와 각종 보고서를 종합하면 판매량 기준 2024년 세계 완성차 시장 성장률은 2~3% 내외로 예상됐다. 올해 시장 규모가 약 9000만대인 점에 비춰보면 판매량 전망치는 9200만~9300만대다. 올해 성장률(4%)에는 못 미치지만 내년에도 침체가 우려되는 석유화학·철강 등 업종보다는 상황이 훨씬 나을 것으로 기대된다.

자동차 시장 전체로 보면 각종 부정적 요인에 아랑곳하지 않는 무풍지대 같았다. 최근 세계 경제는 전염병 사태와 지정학적 갈등을 동시다발적으로 겪으며 수요와 공급이 모두 불안정한 이례적 상황에 시달렸다. 각국 통화당국이 경기 부양을 위해 돈을 풀면서 인플레이션이 촉발됐고, 이를 잠재우려 미국이 기준금리를 가파르게 올리면서 물가·금리·환율이 동반 고공행진했다. 가전·컴퓨터 등 내구재 소비는 직격탄을 맞았으나 자동차는 건재했다.

그러나 모든 완성차 업체가 순탄하지는 않았다. 글로벌 톱(Top) 3와 일부 프리미엄 브랜드를 제외하면 악재 속에서 실적 부진을 걱정하는 처지였다. 스텔란티스와 제너럴모터스(GM)·포드가 대표적이다. 이들 3개사는 최대 시장이자 사업장인 미국에서 지난 9월 노조의 파업으로 공장을 가동하지 못했다. 전미자동차노조에 소속된 각 노조는 무려 20~40%에 이르는 임금 인상을 요구했다. 스텔란티스·GM·포드는 나란히 감원에 나서기도 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판매량 3위에 진입한 이후 자리를 확고히 하는 데 성공했다. 최근 울산에 2조원을 들여 전기차 전용 공장을 착공하는 등 투자를 강화한 현대차그룹은 내년에도 공격적인 행보에 나설 계획이다.

가장 관심을 모으는 것은 전기차 판매량의 향배다. 전기차 시장은 미국과 유럽·중국을 비롯한 주요국 정부가 강도 높은 지원책을 시행하며 지난 수년간 빠르게 팽창해 왔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내연기관을 탑재하지 않은 전기차 판매량은 2020년 처음으로 200만대를 돌파한 이후 연간 200만~300만대씩 증가하며 지난해 800만대 코 앞까지 이르렀다.

내년 전기차 시장에 관한 전망은 성장세 둔화에 무게가 실린다. 올해는 800만대를 무난히 넘겨 900만대 수준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측됐다. 전체 완성차 시장 대비로는 10%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내년 전기차 판매량이 1000만대 고지를 무난히 넘어서겠지만 증가율은 20~30%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관측이 나오는 이유는 새로운 기술에 관심이 큰 초기 구매자가 대부분 전기차를 소유한 데다 주행거리 불안과 충전 불편 등 단점이 본격적으로 부각됐기 때문이다. 전기차 시장 성장이 차량 자체의 경쟁력보다는 정부 보조금과 세제혜택 등에 더 많이 의존한 점도 요인으로 지목된다.

다만 전기차 시장 성장 동력이 완전히 소진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여전히 두 자릿수 비율로 성장하는 데다 현대차 아이오닉 7, 기아 EV3, 테슬라 신형 모델T, 캐딜락 리릭 등 신차 출시도 잇따라 예정됐기 때문이다. 오히려 초기 급격한 팽창을 일단락하고 본격적인 대중화에 앞선 숨고르기로 봐야 한다는 견해가 많다.

내년 전망과 관련해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자국 우선주의가 미국을 비롯한 프랑스, 독일, 영국 등까지 뻗어나가며 변수가 생기는 건 사실"이라며 "충전 인프라 문제는 상당 부분 사그라질 것으로 보이는데, 결국은 반값 전기차를 누가 먼저 구현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