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후속책 없이 '그린리모델링' 지원 중단… 뒤로 가는 탄소중립

한석진 기자 2023-12-14 07:55:14
시행 1년만에 중단… "민간 참여 전환"
[자료=국토교통부]

정부의 ‘2023년 민간 그린리모델링 이자지원 대상사업’이 올해 종료됨에 따라 내년도 사업이 진행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앞으로 전문가와 건설업계 등의 의견을 듣고, 사업을 개편해 민간 그린리모델링 지원사업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공사비 지원 등 현실적인 대안이 없으면 사업 자체가 속 빈 강정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린리모델링이란 노후 건축물에 저비용·고효율 기술을 적용해 건물 냉난방 성능을 20% 이상 올려 에너지 사용량을 줄이는 공사를 말한다. 기후변화의 위기 상황에 대응할 수 있도록 건물을 업그레이드하는 것이다.
 
◆ 탄소 중립 달성, 그린리모델링 사업 필수라더니···

지난 4월 정부는 ‘제1차 국가탄소중립 기본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국가탄소중립 기본계획에는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온실가스를 40% 감축하겠다는 목표와 달성을 위한 세부이행 방안이 담겼다.
 
특히 건물 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을 3500만t으로 줄이도록 했다. 이는 2022년(4830만t) 배출량의 30%에 해당하는 수치다.
 
당시 주무부처인 국토부는 기존 건축물에 대한 ‘그린리모델링 추진’을 주요 온실가스 감축 핵심사업으로 꼽았다.
 
특히 국토부는 "탄소 중립을 달성하려면 그린리모델링 사업은 필수다"며 "민간에 2만 건 이상의 이자 지원사업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건축주가 초기 사업비 부담 없이 낡은 건물에 공사할 수 있도록 해 그린리모델링의 확산을 가져오기 위해서다.
 
정책 실현을 위해 국토부는 그린리모델링을 하는데 필요한 공사비 대출을 알선하고, 금융기관에서 대출받은 공사비의 이자 일부(최대 4%) 등을 지원해왔다.
 
탄소배출 저감 등의 효과도 있었다. 실제 국토부가 대출 이자를 지원한 건물 중에는 단열 개선, 재생에너지 설비 설치 등으로 30~70%까지 에너지 효율이 개선됐다.
 
그런데 국토부가 2024년부터 그린리모델링 지원사업 시행 1년 만에 중단할 예정이다.
 
전반적인 집행 실적이 부진하고, 앞으로 고금리가 지속할 것으로 예상해 새로운 방식의 사업으로 개편하기 위해서란 이유다.
 
지난달 23일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정부는 “공공건축물 그린리모델링을 통해 에너지 성능을 높이겠다”며 건축물의 탈탄소 방안으로 그린리모델링을 활용한다는 뜻을 내놓았다.
 
민간건축물에 대한 지원은 중단했지만, 공공건축물에 대한 그린리모델링 사업은 계속하겠다는 의미다. 정책이 엇박자를 내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국토부는 기존 사업이 종료되었지만, 현재까지 후속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 새 그린리모델링 지원사업, 새 규제만 나올까 걱정
 
지난해 국토부가 추산한 바에 따르면 전국 건축물은 735만4340동이다. 이 가운데 41%에 달하는 301만7299동이 지어진 지 30년 넘은 노후 건축물로 분류된다. 특히 서울의 경우 건축물 둘 중 하나 이상(54.3%)이 노후 건축물이다.
 
그린리모델링이 필요한 노후 건축물이 전국에 300만 동이 넘는다는 의미다.
 
300만 동에 달하는 노후 건축물이 그린리모델링을 통해 에너지 성능을 끌어올린다면 탄소 감축 효과는 상당하다는 게 전문가와 정부의 평가다.
 
이에 대해 국토부의 한 관계자는 “전문가, 관련 업계 등의 의견을 수렴해 대체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 소속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국토부는 아직 연도별 그린 리모델링 세부 목표도 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린리모델링 한 전문가는 “온실가스 감축 핵심사업으로 그린리모델링을 제시했으면 획기적인 정책예산 투입 계획을 세워야 하는데 오히려 감축하고 있고, 에너지 기준을 설정해 민간에 의무를 부과할 생각도 하지 못하니 방법이 없는 것”이라며 “기후위기로 극심해질 폭염과 혹한에 국민을 버려둘 게 아니라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제대로 된 계획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토부가 기존 예산사업도 중단했는데 공사비 지원 등 현실적인 방안을 내놓을 수 있을지, 또 민간 참여를 끌어낼 만한 방안을 제시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수백 년 된 건축물이 많은 해외에서도 건물의 그린리모델링을 위해 세금을 감면하거나 저금리 대출, 보조금 지급과 같은 직접적인 혜택으로 민간의 참여를 끌어내고 있다”며 “기존 지원을 지속하면서도 개편안은 얼마든지 추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자칫 새로운 규제만 나오진 않을까 걱정된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