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부동산INSIDE] 1기 신도시 정비 첫발 뗐지만… 실제 '재건축'까진 갈 길 멀다

한석진 기자 2023-12-12 07:30:00
노후계획도시 특별법 국회 본회의 통과… 단지 개발 순서 등 변수 높은 분담금·공사비에 사업성 의문… 전문가 "막연한 기대 금물" 신중론
서울 강남구에서 바라본 도심 전경. [사진=유대길 기자]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 모습 [연합뉴스]

# "노후계획도시 재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시행돼도 재건축 단지에 따라 적용 기준이 다른 만큼 장기적인 시각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부동산 전문가)

분당·산본·일산·중동·평촌 등 노후 1기 신도시의 재건축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의 '노후계획도시 재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최근 국회를 통과하면서 노후도시 정비에 속도가 붙을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기 신도시 아파트의 용적률을 높이고 안전진단을 면제하는 등 재건축 규제 완화가 특별법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지방 구도심 개발에도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번 특별법 통과가 당장 재건축 추진이 탄력을 받기에는 무리라는 신중론이 나온다.

지난 5월 3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110대 국정과제를 발표했다. 당시 국정과제에 1기 신도시(분당·일산·중동·평촌·산본) 재정비 특별법 제정 추진도 포함되면서 해당 도시들이 크게 술렁인 바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토법안소위원회는 지난 5월부터 특별법안을 심사하는 과정에 용적률과 안전진단 완화, 이주대책, 다른 지역과의 형평성 등 쟁점이 많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 8일 '1기 신도시 재건축 규제 완화' 특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 20년 넘은 100만㎡ 이상 택지, 103만 가구 대상··· 지원·특례 부여

특별법 적용 대상은 정부의 주장대로 택지조성사업을 마친지 20년이 넘은 면적 100만㎡ 이상 택지다.
 
분당·일산·평촌·산본·중동 등 수도권 1기 신도시뿐 아니라 서울 상계·중계, 부산 해운대, 대전 동구 둔산, 인천 연수 등 전국 51곳, 주택 103만 가구가 포함될 전망이다.
 
국토교통부는 지자체별로 주거환경 영향, 밀도 등을 참작해 용적률을 차등 적용할 계획이며, 내년 기본계획을 수립할 방침이다. 국토부가 기본 방침을 정하면 지방자치단체가 기본계획을 수립한다. 이후 특별정비구역을 설정해 구역별로 정비사업을 체계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특별정비구역으로 지정되면 각종 지원과 특례가 부여된다.
 
우선 재건축 안전진단 규제가 완화되어, 주민이 원하는 방향, 시기에 맞춰 신속한 사업 추진이 가능하다.
 
재건축을 진행하려면 도시정비법 제12조 제5항 및 같은 법 시행령 제3조에 따라 안전진단을 받아야 한다. 그런데 2018년 문재인 정부가 안전진단 기준 항목 중 구조 안정성 비율을 기존 20%에서 50%로 대폭 올린 바 있다. 재건축 기대심리를 제어하기 위해서다.
 
붕괴 위험을 따지는 구조 안전성 항목은 안전진단 평가 항목 중 가장 충족하기 어려운 요소로 꼽힌다.
 
또 용적률을 최대 500%까지 올릴 수 있다.
 
현행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국토계획법) 제78조 제1항 및 같은 법 시행령 제85조 제1항 제5호에 따르면 제3종 일반주거지역 안에서의 최대 용적률은 300%까지 가능하다.
 
그러나 역세권 등 일부 지역이 이 법에 따라 특별 정비구역으로 지정되면, 제3종 일반주거지역을 준주거지역으로 ‘종상향’ 할 수 있다. ‘종상향’이란 2종 주거지역을 3종 주거지역으로, 3종 주거지역은 준주거지역이나 상업지역으로 변경하는 것을 말한다.
 
이렇게 되면 현재 15~20층인 아파트를 30층 이상으로 올릴 수 있다. 국토계획법 시행령 제85조에서 일반주거지역 용적률은 최대 300%지만, 준주거지역의 용적률은 500%까지 허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리모델링 가구 수도 늘어난다.
 
아파트를 허물고 새로 짓는 재건축과 달리 리모델링은 아파트 구조를 유지하면서 평면을 앞뒤로 늘려 면적을 키우거나 층수를 올려 주택 수를 늘릴 수 있다(주택법 제2조 제25호).  그 결과 재건축보다 더 간편하고 빠르게 주거환경을 개선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별정비구역 내 이주대책은 해당 지자체가 주도하면서 정부가 지원하는 방식으로 수립하게 된다. 생활 사회간접자본(SOC)이나 기여금 등 공공 기여 방식도 다양하게 적용하기로 했다.
 
또 여러 아파트 단지를 통합해 대규모 기반시설을 확보하도록 했다.

◆ 재건축 추진, 당장 탄력 받기엔 무리

다만, 실제 사업 완공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전망이다. 단지별 개발 순서나 용적률 혜택 형평성, 이주 계획 등 변수가 적지 않아 준공까지 10년 이상 걸릴 수 있어서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변수가 많은 정비사업은 최대 15에서 20년가량 걸린다. 1기 신도시처럼 대규모 정비사업을 추진한 사례도 없고, 단계별로 추진돼 뒷순위로 밀리는 단지는 더 오래 걸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집값 수준의 분담금도 사업 추진에 걸림돌 중 하나다.
 
지자체의 정비수립 계획과 건축 허가가 떨어지면 용적률과 상관없이 재건축을 시행할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억대 규모의 분담금을 기존 입주민이 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노원구 재건축 단지 중 가장 빠른 속도를 내던 상계주공5단지 조합은 지난달 총회를 열고 시공사인 GS건설과 계약을 해지하기로 했다. 올해 들어 공사비 인상 등으로 조합이 59㎡을 배정받기 위해서는 6억여 원, 전용 84㎡는 7억여 원대의 분담금을 내야 해서다. 국토부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0월 상계5단지 전용면적 31㎡의 거래가격은 5억원이다.
 
전문가들도 법안 통과가 당장 재건축 추진이 탄력을 받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용만 한성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1기 신도시 정비가 더 가시화되고 첫발을 뗐다는 의미 정도”라고 밝혔다. 법규만 만들었다고 재건축을 바로 추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부동산 전문가는 "특별법 통과가 해당 지역에는 호재겠지만 용적률 상향 등 유인책이 단지별로 얼마나 적용될지 미정이어서 막연한 기대는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특별법이 적용되더라도 1기 신도시 중 분당을 제외하고는 고금리와 공사비 급증으로 사업성을 확보하기 어려워 재건축 추진이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부동산 시장에는 뚜렷한 영향이 없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이달 7일 기준 일산(-0.06%), 산본(-0.03%), 평촌(-0.02%), 분당(-0.01%)의 아파트 매매가격이 전주 대비 떨어졌다. 중동은 보합(0.00%)을 기록했다. 1기 신도시는 지난 8월 말(-0.01%)부터 내림세가 이어지고 있다.
 
한편 특별법은 공포 후 4개월 뒤 시행된다. 국토부는 12월 중 법 시행에 필요한 시행령 제정안도 입법 예고해 특별법 시행 시기에 맞춰 이행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