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현장] 1등 '자신감 원천' 여기에…하림 '익산 공장' 가보니

김아령 기자 2023-11-30 17:59:55
하림산업 전북 익산 공장 외부 전경 [사진=하림산업]

[이코노믹데일리] “가격으로 경쟁력을 제고하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원재료의 ‘신선함’과 제품의 ‘품질력’으로 소비자들에게 다가가겠습니다.”
 
기자는 지난 29일 종합식품기업 하림의 핵심 시설 ‘퍼스트키친(First Kitchen)’과 ‘닭고기 종합처리센터’가 있는 하림 익산 공장을 방문했다.
 
퍼스트키친은 첫 번째 주방이란 뜻으로 ‘온 국민의 공유 주방’이 되겠다는 하림의 의지가 담긴 공장이다. 이 곳에는 하림산업의 ‘더미식’ 브랜드, 어린이식 브랜드 ‘푸디버디’ 등의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부지면적은 12만3429㎡(약 3만6500평) 규모로 K1(육수·HMR·육가공·소스), K2(면류), K3(즉석밥) 공장이 위치해 있다.
 
K1 공장에서는 총 9개의 탱크에서 20시간 가량 육수를 우려내 국·탕·찌개류 등의 제품을 만든다. 식품공장에서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MSG(인공감미료)는 거의 들어가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신선한 자연재료와 천연 조미료만을 사용해 맛을 낸다.
 
고기와 채소로 우려낸 육수는 파이프를 타고 각 생산 공정으로 옮겨져 국·탕·찌개류나 라면 소스 등에 활용된다. 육수부터 포장까지 단 한 번의 프로세스로 진행된다.
 
K2는 ‘더미식 장인라면’과 ‘유니자장면’ 등 면류를 생산한다. 건면 생산 라인은 120도씨 이상의 바람을 면에 분사해 건조시키는 ‘Z-노즐’ 공법을 사용한다. 노즐을 최대한 면에 밀착해 쫄깃한 식감을 극대화한다.
 
즉석밥을 생산하는 K3는 2개의 ‘클린룸’을 적용한 것이 특징이다. 외부 기압보다 높은 압력을 유지하는 양압 시설을 통해 내부 공기는 끊임없이 밖으로 빼고, 맑은 공기를 유입해 무균화한 공간이다.
 
변관열 하림 부장은 “보통 즉석밥 공장에선 마지막 포장 공정만 클린룸으로 운영한다”며 “하림은 2개의 클린룸으로 완벽한 무균 상태를 유지해 즉석밥을 10개월간 실온 보관을 하더라도 변질이 되지 않도록 구현했다”고 설명했다.
 
하림산업 '더미식' 브랜드 즉석밥이 제조되고 있는 모습 [사진=김아령]
 
즉석밥인 ‘더미식 밥’은 갓 지은 밥을 용기에 밀봉하고, 압력탱크에서 100도씨 이상의 온수를 뿌려 뜸 들이는 과정을 거친다. 포장 필름과 내용물(밥) 사이에 공기층이 생성돼 밥알이 눌리지 않고, 밥의 형태가 그대로 보존된다.
 
산도 조절제나 보존료를 넣지 않아 ‘집밥의 맛’을 그대로 구현했다. 시중에서 판매 중인 다른 즉석 밥과 맛과 향을 비교해 봤을 때 그 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
 
퍼스트키친에 이어 방문한 닭고기 종합처리센터에서는 하림의 핵심 사업인 도계·육가공 공정이 이뤄졌다.
 
하림 닭고기가 타사와 차별화된 점은 ‘가스스터닝’(이산화탄소를 주입해 닭을 기절시키는 것) 방식에 있다. 보통 도계장에서는 전기 충격 방식을 사용하지만 하림은 닭들을 스스로 잠들게 해 방혈 작업 시 모세혈관 안의 피를 깔끔하게 배출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스티뮬레이션(전기 충격)’, ‘에어칠링’ 등 독자적인 기술로 닭고기의 신선도를 향상시켰다.  닭고기에 전기 충격 기법을 사용해 사후강직 된 닭고기를 연하게 하는 작업을 거친다. 또 일반 닭 가공 업체들이 사용하는 워터칠링과 달리 하림은 에어칠링을 통해 차가운 바람으로 닭고기의 온도를 낮춘다.
 
하림 닭고기가 '에어칠링' 과정을 거치고 있는 모습. 차가운 바람을 사용한 공기냉각 방식으로, 닭고기에 육즙이 빠지지 않아 풍미를 지킬 수 있다. [사진=김아령 기자]
 
에어칠링은 신선함을 지키기 위해 41도인 닭고기 체온을 2도까지 낮추는 과정이다. 경쟁사가 얼음물을 이용하는 것과 달리, 하림은 차가운 바람을 사용한 공기냉각 방식을 채택했다. 닭고기가 수분을 머금지 않고 냉각되기에 육즙이 빠지지 않아 풍미를 지킬 수 있다.
 
하림 측은 “닭고기가 물을 흡수하게 되는 워터칠링 기술을 쓰면 풍미가 깊지 않고, 고기가 오염될 우려가 있다”면서 “에어칠링은 닭고기를 말리는 방식으로 육즙을 가두기 때문에 고기의 풍미가 한층 더 살아나게 된다”고 말했다.
 
하림은 닭고기 1등 기업을 넘어 종합식품기업으로서의 고삐를 당긴다. 제조·물류 통합을 위해 올해 말~내년 초 ‘온라인 물류센터’를 완공할 예정이다. K1 공장과 K3 공장 사이에 위치하며 2만4061㎡(7278평) 규모다.
 
고객이 주문한 제품을 물류센터에서 바로 합포장하면 상하차 없이 이를 이동해 고객의 식탁까지 배송시키는 모델을 구상하고 있다.
 
하림 관계자는 “각 공장과 다리(브릿지)를 연결해 생산 제품들이 곧바로 오갈 수 있는 시스템을 준비 중”이라며 “사무동은 1월 이동 예정으로, 내년 하반기 본격 가동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K1 공장과 K3 공장 사이에 위치한 '온라인 물류센터' 모습. 고객이 주문한 제품을 물류센터에서 바로 합포장하면 상하차 없이 이를 이동해 고객의 식탁까지 배송시키는 모델을 구상 중이다. [사진=김아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