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선박용 후판 가격 협상 '윤곽'…움츠러드는 韓 철강업계

장은주 기자 2023-11-24 15:51:42
철강·조선업계, 줄다리기 끝에 '소폭' 하락 전망 탄소중립부터 원가 부담까지 더해 철강사 '싸늘'
포스코 포항제철소 3후판공장[사진=포스코]
[이코노믹데일리] 조선·철강업계가 조선용 후판(두께 6㎜ 이상의 두꺼운 철판) 가격 인하에 무게를 두고 막바지 협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후판 가격 협상은 상·하반기 한번씩 이뤄진다. 통상 하반기 협상은 9월께 마무리되지만, 올해 협상은 앞으로 2주 내로 가닥을 잡고 결론날 예정이다.

24일 철강업계 등에 따르면 국내 주요 조선사(HD현대·삼성중공업·한화오션)와 포스코·현대제철 등 철강사들은 하반기 후판 가격을 상반기(90만원 후반)보다 소폭 낮춘 90만원 중반 수준으로 조율 중이다. 최종 발표는 이르면 다음주, 늦어도 12월 중순을 넘기지 않을 전망이다.

조선용 후판은 철강사들에게 '핵심 매출원'으로 꼽힌다. 이에 국내 철강업계는 원자재 가격·산업용 전기요금 인상까지 겹쳐 후판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하지만 수요 둔화로 재고가 늘어났고, 중국·일본 등 수입산 후판에 비해 국산 후판 가격이 비싼 점 등이 반영돼 가격을 낮추는 쪽으로 무게가 실린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 기준 국내 수입된 수입산 중후판은 190만t으로 12월 말에는 200만t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된다. 또 중국산 후판의 경우 70만원 후반에 거래된 데 이어 최근 엔저 영향으로 일본산 후판의 가격 경쟁력 또한 상승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재고 증가와 수입산 후판 가격 경쟁력을 고려해 이번 하반기 협상에선 지난 상반기 협상보다 소폭 인하한 90만원 중반으로 협의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언론의 관심이 조금 떨어지는 시기인 11월 말에서 12월 초에 공식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이번 협상으로 철강업계에는 찬바람이 불어 닥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부터 글로벌 경기 침체로 직격탄을 맞은 데 이어 전기요금·원자재 가격 인상에 따른 원가 부담감, 제품 가격 하락 등 복합적인 상황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1월 t당 120 달러 수준에서 거래됐던 철광석 가격은 2분기에 소폭 내림세를 보였지만, 4분기 들어 120 달러 수준으로 다시 치솟고 있다. 유연탄 가격도 2분기 90 달러 수준에서 최근 110 달러 수준까지 상승했다.

산업용 전기요금이 오른 것도 큰 부담을 주고 있다. 정부는 지난 9일부터 산업용 전기요금을 킬로와트시(kWh)당 10.6원 인상했다. 이를 두고 철강업계 관계자는 "연간 2000억원 정도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이라며 "정부 차원의 정책 지원 등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글로벌 탄소중립 기조 등에 따라 친환경 사업을 확장해야 하는데 수익은 줄고 투자 비용만 늘어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편 유럽연합(EU)은 지난달 1일부터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전환기에 돌입했다. 이에 따라 국내 철강사들은 탄소 배출량 정보를 분기별로 EU 각국에 보고해야 하며, 오는 2026년 1월 1일부터는 수입 품목의 탄소 배출량에 따라 탄소배출권 인증서를 구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