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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증권 황현순 '낙마' 위기…국내 1호 영웅문도 격랑 속으로

박이삭 기자 2023-11-09 05:30:00
5000억 미수금 사태 '문책성 인사' 가능성 연내 초대형 IB 신청까지 사실상 물거품
황현순 키움증권 사장 [사진=연합뉴스]
[이코노믹데일리] 대형 주가조작 홍역을 치르는 키움증권이 최고경영자(CEO) 리스크까지 직면했다. 황현순 사장이 낙마 위기에 몰리면서다. 5000억원에 달하는 영풍제지 미수금으로 올해 실적이 부진할 것으로 관측된 게 결정적 요인이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키움증권은 이달 중 이사회에서 황 사장을 포함한 주요 임원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불거진 영풍제지 주가조작 사태와 더불어 미수금 4943억원 발생에 대한 문책성 해임에 무게가 쏠리는 분위기다.

우선 키움증권 측은 관련 내용에 관해 함구하고 있다. 대표가 바뀌면 당연히 공시를 하지 않겠냐며 현재로서는 (향후 인사를) 알 방법이 없다는 입장이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소식이) 나온 게 없고 언급 자체도 안 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업계 예측대로 키움증권이 황 사장 경질을 확정할 경우, 황 사장은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연임된 이래 8개월 만에 물러나게 된다.

2000년 키움증권에 입사한 황 사장은 중국 현지법인장, 키움증권 투자운용본부장, 리테일총괄본부장·전략기획본부장(겸직), 그룹전략경영실장 등을 역임한 뒤 지난해 1월 대표이사에 올랐다.

황 사장의 재직 기간은 키움증권 성장과 궤를 같이 한다. 2000년 5월 키움증권은 오프라인 점포 없는 '온라인 증권사'를 표방하며 증권투자서비스를 개시했다.

키움증권은 회사 출범 후 두 달 동안 거래 수수료를 받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업계에 충격을 줬다. 온라인으로만 영업하는 회사 특성상 무엇보다 초기 고객 확보가 중요하다고 판단한 까닭이었다.

당시 대표였던 김범석 사장은 2개월 이후에도 최저 수준의 수수료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고, 이는 개인투자자 점유율 1위로 도약하는 발판이 됐다.

아울러 국내 1호 한글 표기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인 키움증권 '영웅문' 개선에 고객평가단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등 차별화 전략으로 설립 2년 만에 적자에서 벗어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이번 사태로 신뢰 훼손은 물론 올해 중 초대형 투자은행(IB) 인가 신청을 한다는 계획도 사실상 무산됐다. 초대형 IB가 되려면 별도 기준 자기자본 4조원을 채워야 하는데, 영풍제지 미수금이 상당수 회수되지 않은 것에 발목이 잡힌 셈이다.

지난 6일 키움증권은 "영풍제지 거래 재개 후 반대매매 대상 수량이 모두 체결돼 미수금을 일부 회수했다"면서도 현재 미수금은 약 4333억원이라고 공시했다.

그러면서 "고객과 상환 협의, 법적 조치 등 미수금 회수를 위해 최대한 노력할 예정"이라며 "고객의 변제에 따라 최종 미수채권 금액은 감소할 수 있으며, 손실액은 올해 4분기 실적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부연했다.

윤유동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키움증권에 대해 "영풍제지 사태가 일단락됐으나 고객 이탈에 따른 점유율 하락은 불가피하다"면서도 전체 거래대금 호조로 실적 방어가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