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장은주의 여車저車] 전동화 전환에도 레이서 자존심 지키는 '맥라렌'

장은주 기자 2023-11-04 07:00:00
맥라렌, 60년 동안 레이서 DNA 계승 중 "전기차, 맥라렌 DNA 품기엔 아직 부족"
지난 9월 13일 서울 서초구 한강 세빛섬에서 진행된 '맥라렌 750S 출시 행사'에 전시된 맥라렌 '아투라' 모습[사진=장은주 기자]
[이코노믹데일리] 맥라렌은 모터스포츠 DNA를 60년째 유지 중인 대표적인 슈퍼카 브랜드다. 맥라렌은 하이브리드 모델을 출시하는 등 전동화 전환과 같은 새로운 패러다임에 스며들면서도 '빠르고 가벼운' 레이서의 자존심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2023년 창립 60주년을 맞은 맥라렌이 레이스카가 아닌 일상 속에서 탈 수 있는 슈퍼카를 선보인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맥라렌의 첫 번째 슈퍼카 '맥라렌 F1'은 1992년 모나코 그랑프리 전야제에서 최초로 공개됐다. 공기역학을 고려한 디자인과 당장 레이스에 나서도 손색 없는 강력한 파워 트레인을 탑재해 눈길을 끌었다. F1에는 BMW가 특별 제작한 V12 엔진이 장착돼 627마력을 발휘했다. 아울러 최초로 차체와 섀시에 탄소섬유와 알루미늄을 적용해 차체 무게를 1149kg로 대폭 경량화했다. 114㎝의 낮은 차체와 리어 윙, 공기 흡입 팬은 시속 370㎞에서도 공기 흐름을 이용해 차체를 누르는 효과를 통한 타이어 접지력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덕분에 F1은 압도적인 스피드를 자랑했고, 1994년 시속 372㎞를 찍으며 세계에서 가장 빠른 차량 자리에 올랐다. 이후 코닉세그(Koenigsegg) CCR이나 부가티 베이론(Bugatti Veyron), SSC 얼티밋 에어로(Ultimate Aero) TT 등이 스피드 경쟁에서 우위를 보였지만 자연흡기 방식의 맥라렌 F1에는 못 미쳤다. 또 F1은 스피드 외에도 실용성과 안정감을 갖췄다. 특히 3인승 형태의 독특한 실내 환경에서 운전자의 주행성을 높이기 위한 맥라렌만의 섬세함을 엿볼 수 있다. 

30여년간 모터스포츠 DNA를 담은 양산 차량을 생산해온 맥라렌의 고집은 전기차 시대에도 꾸준히 유지 중이다. 맥라렌은 지난 2021년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장착한 '아투라'를 출시하면서 전동화에 본격 발을 들였다. 하지만 레이싱 경기에 취약한 순수 전기차 특성상 당분간 전기차는 생산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샬럿 딕슨 맥라렌 아시아태평양 총괄은 지난 9월 13일 "브랜드 DNA를 지키는 범위 내에서 전동화가 이뤄져야 한다"며 "현존하는 전기차 기술이 맥라렌의 주행 퍼포먼스, 경량화, 첨단기능까지 이르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현존하는 순수 전기차는 너무 무겁다"며 "향후 전동화가 이뤄질 것이란 건 알고 있지만 맥라렌 DNA를 갖춘 전기차가 나오기에는 아직까지 한계가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