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스턴마틴은 1913년 영국에서 로버트 뱀포드와 리오넬 마틴이 세운 '뱀포드&마틴 LTD'란 회사에서 시작됐다. 설립 초반에는 기존 차를 개조해 판매했지만 이후 직접 차를 제작했다. 리오넬 마틴은 1914년 자체 제작한 차를 타고 '애스턴 클린턴 힐클라임'이란 이름의 자동차 경주대회에 참가해 성공적인 결과를 거뒀다. 이후 제작된 첫 차에는 경주대회 이름에서 '애스턴'을 따와 '애스턴마틴'이라 이름 지었다.
1915년 자체 제작한 차량을 선보이며 높은 명성과 확고한 존재감을 드러냈지만, 곧이어 발발한 제1차 세계대전으로 인해 로버트 뱀포드와 리오넬 마틴이 모두 군에 입대하게 되면서 뱀포드&마틴 LTD는 솝위드 에비에이션 컴퍼니에 매각됐다.
전쟁이 끝나고 1920년 로버트 뱀포트가 회사를 떠나며 리오넬 마틴이 회사를 재건했다. 본격적인 자동차 제조 브랜드로 성장을 추구했지만 전쟁 영향으로 경제 상황이 좋지 않았고, 시장 경쟁력도 떨어져 적자를 벗어나지 못했다. 다시 재기를 선언했던 리오넬 마틴은 1924년 회사가 파산하자 1926년 공장을 닫고 회사를 떠났다.
리오넬 마틴이 떠난 후 엔진 개발 업체 '렌윅&베르텔리’와 찬우드(Charnwwod) 가문의 도움으로 회사 임직원들은 '애스턴마틴 모터스'란 이름으로 재기에 도전했다. 그러나 지속적인 재정난과 제2차 세계대전이 맞물리는 위기를 맞았고, 1947년 다시 한 번 데이비드 브라운이란 인물에게 매각됐다.
차량 제작과 판매에 타격을 입은 애스턴마틴 모터스는 데이비드 브라운의 지휘 아래에서 다시 한 번 부활의 날개를 펼치게 된다. 데이비드 브라운은 애스턴마틴 외에 '라곤다'도 함께 인수해 애스턴마틴 모터스에 활력을 더했다. 데이비드 브라운은 애스턴마틴의 걸작 'DB시리즈'를 선보이고 모터스포츠 분야에서도 활약했다. DB시리즈에서 DB는 데이비드 브라운의 준말이다.
전쟁이 끝나고 1950년대에 들어서자 대중은 애스턴마틴의 높은 출력과 우수한 퍼포먼스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이같은 추세를 읽고 애스턴마틴은 'DB1'과 'DB2'를 연이어 개발했고 수익성을 회복하기 시작했다. 특히 1958년에 출시한 'DB4'와 1963년 내놓은 'DB5'를 계기로 애스턴마틴은 명성을 드높일 수 있었다.
애스턴마틴의 명성은 미국 영화의 성지 할리우드까지 넘어갔고, 1963년 영화 007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 '골드핑거'에 등장하게 됐다. 영화 주인공인 제임스 본드가 모는 애스턴마틴의 DB5는 폭발적인 인기를 얻게 됐다. 이후 애스턴마틴 DB 시리즈는 007 시리즈의 단골로 등장해 호흡을 맞췄다.
1977년에는 애스턴마틴이 갖고 있는 제조 기술을 총동원한 모델 'V8 밴티지'를 선보였다. 이 차에는 5.3 리터(L) 배기량의 V형 8기통 엔진을 장착, 페라리·람보르기니·포르쉐 등 쟁쟁한 브랜드들을 제치고 영국 최초의 슈퍼카로 등극했다.
현재 애스턴마틴은 1년 평균 생산량이 1만대가 안 되는 희귀하면서도 대중성은 비교적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지난 3년 간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하이브리드 차량 등을 내놓으면서 라인업 다양화에 집중하고 있다. 또 지난 6월에는 미국 전기차 기업 루시드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2025년까지 내연기관차 생산을 중단하는 전동화 로드맵을 공개하며 전동화 전환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에 따라 향후 기존 애스턴마틴의 DNA를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패러다임의 변화를 받아들이며 럭셔리 스포츠카의 명성을 유지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애스턴마틴은 올해 110주년을 맞아 일본에서 전 세계에서 가장 희소하고 가치 있는 110대의 자사 모델을 선보이는 행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해당 행사는 오는 11월 17일부터 19일까지 사흘 동안 일본에서 진행되며 반기마다 정기적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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