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2024년 총선 선거구 여전히 안갯속...속 타는 정치 신인들

오두환 기자 2023-11-02 23:45:09
조대원 "언제까지 이런 꼼수와 추태를 국민들이 지켜만 봐야 하나?"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전경. 2023.09.04[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이코노믹데일리] 2024년 22대 국회의원 선거가 약 5개월여 남았다. 현역 국회의원들은 지역구 표심을 얻기 위해 평일에도 지역구로 향하고 있다. 하지만 총선을 준비하는 예비 후보들은 마음만 급하다. 선거구 획정 문제가 마무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공직선거법상 국회는 국회의원 지역구(선거구)를 선거일 1년 전(4월 10일)까지 확정해야 한다. 선거구가 확정돼야 후보로 등록하고 선거에 뛰어들 수 있다. 현역 의원은 의정보고회,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평상시에도 유권자들을 만날 수 있지만 정치 신인들은 선거법상 사전 선거운동이 엄격히 금지된다. 국회의원 선거에서 선거운동은 원칙적으로 선거일 120일 전 예비후보자로 등록한 이후에만 제한된 범위 내에서 가능하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는 지난해 7월부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위원회 역할은 총선에 적용할 선거구를 획정하는 일이다. 획정 기한은 지난 3월 10일이었지만 약 7개월여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아무것도 정하지 못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는 지난달 12일까지 선거구 획정 기준을 마련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이 기한도 어겼다. 그동안 여당과 야당은 선거제 개편 결의안을 의결했고 20년 만에 전원위원회를 부활시키며 토론을 벌였지만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현재 선거구 획정이 필요한 지역은 전국에 30곳에 달한다. 선거구별 주민등록인구가 획정 기준에 맞지 않아 재조정이 필요한 것이다. 획정 기준은 선거구 간 인구 편차 2대 1 이내, 13만5521명 이상 27만1042명 이하다.
 
서울 강동구갑, 경기 수원시무·평택시갑·평택시을·고양시을·고양시정, 인천 서구을, 부산 동래구 등 18곳이 인구 상한을 넘어 지역구가 분리될 수 있다. 반대로 경기 광명시갑·동두천시연천군, 인천 연수구갑, 부산 남구갑·남구을·사하구갑 등 11곳은 인구수 하한 미달로 선거구 규모를 늘려야 한다. 안동의 경우는 지난 8월 기준 인구수가 15만3000여 명으로 선거구 획정 시 하한 인구수를 넘겨 단독 선거구가 가능하다.
 
선거구 획정은 어려운 문제가 아니다. 문제가 되는 지역을 획정 기준에 맞춰 나누고 합치면 된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확정되지 않은 선거제도다. 정치권에서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비례제도 개편, 지역구·비례대표 의석수 등을 놓고 힘겨루기 중이다. ‘밥그릇 싸움’이라고 비판을 받는 이유다.
 
국민의힘은 병립형 비례대표를 원한다. 정당 득표율에 따라 비례대표 의석을 나눠 갖는 제도다. 더불어민주당은 병립형 비례대표제를 과거로 회귀하는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대신 지역구는 소선거구제를 유지하면서 수도권·중부·남부(영·호남) 등 3개 지역구를 권역별 비례대표제로 하는 방안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3개 지역구를 어떻게 나눌 것이냐를 두고도 양당은 생각이 다르다.
 
지난 총선에서 위성 정당 논란을 불렀던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해서는 양당이 원론적으로 폐지로 가닥을 잡았다.
 
조대원 리서치한국 여론정책연구센터 센터장은 “최근 20년 동안 단 한 번도 선거구 획정 기한을 지킨 적이 없다. 대부분 선거 직전 30~40일 전에야 겨우 끝냈다”며 “각 정당의 이해관계에 더해 기득권을 쥔 개별 국회의원들의 이해관계가 실타래처럼 엉켜서 그렇게 됐다”고 비판했다.
 
이어 “선거구 획정이 지체되는 문제의 배경에는 여야 정쟁의 기본적 이유를 넘어 기성 정치인들이 의도적으로 선거구 획정을 늦추고 있다는 의심과 불만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며 “칼자루를 쥔 현역 국회의원들의 경우 최대한 시간을 끌어 신인들이 자신의 출마 예정 지역에서 자신을 알릴 기회와 시간 자체를 줄이려는 꼼수다”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조 센터장은 “선거구 획정을 위해 일정 시간을 국회에 부여하고 각 정당들이 합의에 이르지 못해 기한을 초과할 시에는 그 권한을 국회에서 넘겨받아 외부 특별기구에 의해 이를 획정하도록 법과 제도를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 언제까지 이런 꼼수와 추태를 국민들이 그냥 지켜만 봐야 하나?”라고 일갈했다.
 
한편 지난 20대 총선에서는 선거 42일 전, 21대 총선에서는 선거 39일 전에서야 선거구가 확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