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김동연의 '기회소득', 이재명 '기본소득' 그림자 벗어날까

이희승 기자 2023-10-18 09:32:26
기회소득은 예술인 등 개인이 창출한 가치 보상하자는 취지
17일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위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코노믹데일리]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17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기회소득은 기본소득과 전혀 차원이 다르다”며 이재명 전 경기도지사의 기본소득 정책과 선을 그었다. 

기회소득은 예술인 등 사회에서 가치를 창출하지만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활동을 이어가도록 일정 기간 소득을 지급하는 김 지사의 핵심 정책이다. 형편이 어려운 이들을 돕는 게 아닌, 개인이 창출한 가치를 보상하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재산 유무, 노동 여부와 상관없이 모든 국민에게 무조건 지급하는 이 전 지사의 기본소득과 다른 방향이다. 김 지사에 따르면 내년에는 돌봄 기회소득도 도입될 계획이다.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국정감사에서 “국정감사 인사말에서 ‘기회’라는 말은 30번 나오고, ‘기본’이라는 말은 한 번도 안 나왔다. 이제는 김 지사의 기회시리즈가 도정 핵심임을 느꼈다”며 “이 전 지사가 추진한 기본주택을 계속 이어받을 거냐”고 물었다. 기본주택은 좋은 입지에 자리한 주거지 임대료를 건설 원가 수준으로 낮추고 30년 이상 살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이다. 

이에 김 지사는 “기본주택이 아닌 저희 나름의 서민주택정책을 펴겠다”고 답했다. 

또 “이 전 지사의 먹거리 전략 5개년 계획이 업무보고에는 없더라. 애초 2조원 이상 드는 계획이었다. 오는 2024~2028년 2차 5개년 계획을 김동연 스타일로 만들 생각이 있냐”는 조 의원 질문에는 “딱히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이후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기본소득 정책 성과에 대해 분석하고 도민과 의회를 설득한 뒤 기회소득으로 전환하는 것이 순서에 맞지 않을까”라고 묻자 “기회소득은 기본소득과 전혀 차원이 다르다. 비교해서 바꾸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단호히 정정했다.

최근 성남시가 폐지한 청년기본소득 조례와 관련해서는 “시·군이 경기도와 (예산을) 매칭하지 않는 부분까지 부담하며 진행할 생각은 없다”고 밝혔다.

용 의원에 따르면, 지난 12일 사회보장위원회에서 현금 복지를 지양하라는 내용을 담은 사회보장제도 사전협의 기본방향이 의결됐다. 경기도 청년기본소득을 포함한 기본소득형 복지를 겨냥한 것으로, 기회소득도 규제대상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경기도 시·군 31곳 중 22곳의 시장·군수가 국민의힘 소속이다. 앞서 합의된 기본방향에 따라 성남시를 비롯해 청년기본소득 조례를 폐지하는 시·군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용 의원은 기본소득위원회 운영 태만도 지적했다. 기본소득위원회는 기본소득 정책과 방향을 수기하기 위한 민간 합동 체계를 의미한다. 그는 “이 전 지사 시절에는 한 해에 6번 운영되던 기본소득위원회가 김 지사 취임 후 1년 3개월 동안 단 한 번 운영됐다”며 “전임 도지사 시설 15~20명이던 위원들이 7명으로 줄었다. 김 지사가 민간위원을 한 명도 위촉하지 않은 탓”이라고 짚었다.

약 1년 동안 위원회를 한 번 운영했다는 것은 사실상 폐지 절차를 밟는다는 뜻과 같다. 그러나 도지사는 공약 여부와 관계없이 기존 조례를 준수해야 할 책무가 있어 기본소득과 선 그으려던 김 지사도 해당 지적을 피하긴 어려운 것이다.

이에 김 지사는 “내년도 예산 편성 계획을 세우면서 기회소득과 기본소득을 다시 정리할 것”이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