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인재들 줄줄이 '탈조선'…인력난 해소할 유인책 역부족

고은서 기자 2023-10-17 07:00:00
삼성重 거제조선소 퇴직자 수 2년새 2배↑ R&D 인력도 줄줄이 감소…조선 3사 '긴장' 신입 공채·임금 인상·단기 외국인 채용에도 "임시방편일 뿐" 비판에…업계 "쉽지 않다"
울산 HD현대중공업 도크 전경[사진=HD현대]
[이코노믹데일리] 국내 대형 조선 3사(HD한국조선해양·한화오션·삼성중공업)가 수주 호황기를 맞이했으나 오랜 기간 이어지는 인력난에 몸살을 앓고 있다. 조선소 현장 뿐 아니라 연구개발(R&D) 인력까지 유출되는 등 '탈(脫)조선업' 추세가 지속되자 업계는 발 빠르게 이를 막기 위한 제도를 도입하거나 인재를 충원하는 모습이다. 

조선업계는 근래 수년간 지속된 불황을 탈출하면서 수년치 일감이 쌓인 가운데 핵심 인력 확보가 절실한 상태다. 배를 만들어야 할 현장 노동자 수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어 선박 인도 시기가 지연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의 퇴직자 수는 지난 2020년 260명에서 지난해 590명으로 급등했다. 한화오션 이직자 수도 2020년 463명에서 2022년 663명까지 늘어났다. 장기간 이어진 업황 침체기에 따라 임금·처우 개선이 나타나지 않자 인력이 대거 빠져나간 것이다. 

R&D 인력도 급격히 줄고 있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에 따르면 주요 조선사에서 보유한 연구인력과 설계인력을 포함한 기술 인력은 지난해 말 기준 약 9400명으로 추산된다. 삼성중공업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판교 R&D 센터 퇴직자 수는 2020년 31명에서 2022년 103명으로 3배 이상 크게 늘었다.

이러한 위기감 속에서 3사는 잇따라 대규모 신입사원 모집에 열 올리는 모양새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은 지난달 직접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를 찾아 회사 비전을 소개하는가 하면 HD현대는 지난 4월 경기 성남시에 있는 글로벌 R&D센터(GRC)에 서울대 기계공학부 학생들을 초청해 멘토링 행사를 열었다. 

기존 직원들에 대한 지원과 처우도 조금씩 개선되고 있다. HD현대는 임직원 개별 성과에 알맞게 평가와 보상을 주는 별도 인센티브 제도를 운영 중이다. 연구직은 우수연구에 대해 성과 포상을 줌으로써 연구진의 동기부여를 증진한다. 한화오션도 외국인 근로자들의 일자리 창출 과정에서 인력난을 해소하고 장기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조선 3사의 임금 인상률도 과거보다 소폭 늘었다. 올해 노사 임금 협상을 마친 조선 3사는 기본급 약 11만~12만원 인상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현장에서는 업계의 이러한 조치가 '임시방편'일 뿐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는 올해 외국인 근로자 입국 절차를 단축하거나 외국인 용접공의 관련 분야의 경력 2년 이상 조건을 삭제하는 등 특단의 조치를 내놨으나 국내 노동자들을 단기 외국인 노동자로 채우는 것은 일시적인 해법이며 만성적인 인력난은 여전하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직원들의 처우를 개선하고 신규 인원을 채용하는 등 인력 수혈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라며 "인력 부족 해결책 중 하나로 로봇, 인공지능(AI) 등을 활용한 스마트 조선소 구축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보고 관련 투자를 활발히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