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현대카드가 해외 결제를 위한 중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글로벌사인 마스터카드 발급 중단에 나섰다. 다수의 카드사 관계자는 이런 선택이 이례적이라며, 특히 소비자 선택 폭이 축소되는 걸 우려해 '양날의 검'으로 비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현대카드에 따르면 다음 달 4일부터 일부 상품을 마스터카드로 신규·교체·추가 발급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했다. 해당 상품엔 현대카드M BOOST를 비롯, 현대카드ZERO Edition2·the Red Edition5 등 대표적으로 유명했던 카드들이 줄줄이 포함돼 발급 중단될 예정이다.
이는 현대카드가 올해 또 다른 글로벌사인 비자(VISA)와 협력하겠다고 발표했던 것과는 상반되는 모습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대부분의 카드사가 국내외 겸용 카드를 출시할 때 마스터카드와 비자를 비슷한 수준으로 탑재하는 게 일반적이기에 현대카드의 결정에 의문이 드는 것은 사실이라 보고 있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조금 의아하긴 하다"면서 "수수료로만 봐도 비자는 1.1%, 마스터카드는 1.0%로 더 낮고 마스터카드가 (비자 대비) 더 적극적으로 영업해서 점유율도 많이 따라잡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2019년 신한·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 등 6개 카드사에서 발급한 카드 중 글로벌사 비중은 마스터카드가 24.5%를 기록하며 비자(21.4%)를 처음으로 앞질렀다. 그다음 해인 2020년 3월 기준으로는 마스터카드가 25.1%, 비자가 21.4%인 것으로 나타나면서 격차를 더 벌리기도 했다.
당시 업계에서는 비자와 국내 카드사들 사이 수수료 갈등 심화로 마스터카드가 우위를 선점하게 됐다고 분석했다. 비자는 앞선 2016년 해외 결제 수수료를 1.0%에서 1.1%로 인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현대카드가 비자와의 협력으로 컨택리스(비접촉카드) 결제 시장에서 확실한 입지를 다지려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 6월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비자 본사에서 라이언 맥이너니 비자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전략적 비즈니스 파트너십'을 맺었다. 양사는 데이터 협력을 통해 새로운 데이터 솔루션 개발 등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다양한 비즈니스 기회를 발굴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현대카드는 국내 컨택리스 결제 표준화를 위해 유로페이·마스터카드·비자가 만든 EMV(국제결제 표준) 기반의 애플페이를 처음 도입했고, 비자도 컨택리스 결제 시장을 더 확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접점이 있다. 비자는 지난 8월 컨택리스 결제 서비스의 국내외 현황에 대해 기자들에게 소개하는 스터디 세션을 진행하기도 했다.
다만 현대카드의 이같은 행보로 글로벌 카드사에 대한 소비자 선택권이 좁아질 수 있다는 점과 타 카드사들의 수수료율 관련 협상력 약화 등을 염려하는 시각도 있다.
복수의 관계자들은 각 글로벌사마다 제공하는 서비스가 조금씩 차이가 있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선택 폭이 줄어들 수 있어 아쉽다고 공통으로 지적한다. 업계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좋은 전략이 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사안"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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