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대기업도 힘들어"...국내 기업 절반 이상 'ESG 의무공시 연기해야'

박경아 기자 2023-08-31 07:00:00
대한상의 8월 7~14일 국내기업 100개사 조사 "의무공시 시기 연기하고 책임면제기간 설정" 응답 최다 ESG 공시 중요한 것 알지만(88.0%)...외부 전문기관 도움 필수적(90.6%)
현대백화점은 다음 달 3일까지 경기 성남 판교점에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과 뉴테크를 테마로 한 체험형 미디어아트 전시 'Dear Earth : Time Walker 시간을 걷는 자'를 진행한다고 지난 13일 밝혔다. 사진은 고객들이 터치스크린을 통해 나만의 아바타를 만드는 체험을 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코노믹데일리] “구체적 가이드라인도 표준 플랫폼도 없어 기업이 자체적으로 탄소 배출량을 측정하고 공시해야 하는 상황인데, 투자자들은 상호 비교가 불가능하고 기업은 공시정보에 대한 위험 부담을 모두 지게 된다.”(대기업 ESG 담당 임원) “내부에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전문인력이 없어 외부전문기관을 활용하고 있는데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해 컨설팅‧인증 비용이 부담스럽다.”(중견기업 IR팀 담당자)

오는 2025년부터 자산 2조원 이상 기업들의 국내 ESG 공시가 의무화된다. 하지만 중견기업은 물론 대기업들조차 공시 준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 7일부터 14일까지 국내 대기업 및 중견기업 100개사(대기업 59, 중견 41개사) ESG 담당 임직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국내 ESG 공시제도에 대한 기업의견’ 조사 결과 일정과 관련해 “ESG 공시 의무화 일정을 최소 1년 이상 연기하고, 일정 기간(2~3년) 책임 면제기간을 설정하는 것이 적정하다”는 응답이 56.0%로 과반을 차지했다(책임면제기간이란 배출량 측정·검증에 필요한 명확한 기준 마련 시까지 일정기간 ESG 공시정보에 대한 기업 책임을 면제해주는 것).

이어 “자산 2조원 이상 기업은 2025년, 나머지 상장사는 2030년부터 의무화하고 코스닥 기업은 제외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응답이 27.0%, “자산 1조원 이상 기업은 2027년부터로 앞당기고, 자산 5000억원 이상 코스닥기업도 포함해야 한다’는 의견은 14.0%였다. 

시기에 대해서는 미뤘으면 하는 응답이 대다수였지만 대다수 기업들은 “ESG 공시가 중요하다’(88.0%)”라고 그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었다. 그 이유로는 “이해관계자에 중요한 정보”(46.6%), “투자의사결정에 필요한 위험·기회 요인 파악”(30.7%) 순으로 꼽았다.

전화와 인터넷, 팩스를 통한 이번 조사 결과 ‘현재 ESG 자율공시 중’인 기업은 53.0%였으며, ‘준비 중’인 기업은 26.0%, ‘ESG 공시를 준비하고 있지 않은 경우’는 21.0%로 집계됐다. 지속가능경영보고서로 대표되는 현행 ESG 자율공시는 의무공시와 달리 공시항목, 공시정보에 대한 책임 등에서 자유롭다는 차이점이 있다.

아울러 ESG 공시에 대한 준비는 아직 미흡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ESG 자율공시를 하고 있는 기업들 중 90.6%는 “외부전문기관을 활용하고 있다”고 응답했으며 “내부인력만으로 공시하고 있다”는 곳은 9.4%에 그쳤다. 공시를 위한 자체 ESG 전산시스템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도 14.0%에 불과했다.
 
ESG 공시에 투자하는 비용은 “1억원 이상 2억원 미만”이 50.9%로 가장 많았고,“2억원 이상”도 28.3%에 달했다. 이어 “5000만원 이상 1억원 미만”(11.3%), “5000만원 미만”(9.5%) 순이었다.

특히 SCOPE 3 배출량 공시 관련한 질문에는 “준비 안 됐다”는 응답이 절반에 가까웠으며(44.0%), 대기업 관계자들조차 ‘SCOPE 3 공시는 대기업도 현실적으로 힘든 상황’이라며 “전체적인 일정을 늦춰야 한다”(61.0%)고 건의했다(SCOPE 3 온실가스 배출량이란 사업장 외 협력사 등 공급망 전반에 걸친 온실가스 간접 배출량).

ESG 공시 의무화를 위해 필요한 정책 과제를 묻는 질문에는 “업종별 ESG 공시 세부 지침 및 가이드라인 제공”(82.0%)이 첫손에 꼽혔다. 그밖에 “ESG 전문인력 양성 및 공급”(57.0%), “공시관련 컨설팅 비용 지원”(47.0%), “내부인력 교육지원’”(34.0%) 등 순으로 많았다(복수응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