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바다 사막화(갯녹음) 막는 잘피숲 조성에 기업도 팔 걷어붙였다

박경아 편집위원 2023-08-17 06:00:00
1980년대 이후 남해안서 발생…매년 여의도의 약 4배인 1200헥타르 규모로 생겨나 바다숲 말라 죽는 갯녹음 막는 잘피숲 조성 처방 효과적 유일한 바다의 화초 잘피숲, 1헥타르 당 약 300~500t의 탄소 흡수
전남 여수 앞바다의 잘피 군락지 [사진=한국수산자원공단]

[이코노믹데일리] 지구의 이상기후와 온난화 현상이 점점 심해지며 한반도에 미치는 폭염, 태풍 등 기후변화 영향력이 나날이 커지는 가운데 바다 식물 잘피가 최근 바다숲 복원재로 관심을 받고 있다.

그간 바다, 습지 등 자연은 온실가스를 흡수하거나 격리하며 탄소순환의 균형을 이루는데 큰 역할을 해왔으나 개발이란 이름 아래 상당 부분 훼손돼 기후 위기가 가속화되고 있다. 특히 바다숲이 파괴되면서 생기는 문제 중 하나가 ‘바다 사막화’ 현상이다. 이는 ‘갯녹음 현상’을 쉽게 표현한 말로, 수온이 상승하며 바닷속 탄산칼슘(석회가루)이 바다 바닥 등에 하얗게 달라붙는 현상을 말한다. 우리나라 경우 1980년대 이후 남해안 일부에서 발생하기 시작해 매년 여의도의 약 4배 크기인 1200헥타르 규모의 갯녹음이 생기고 있다.

바다숲이 말라죽는 갯녹음 현상에서 벗어나기 위해 시도되고 있는 방안이 숲 복원을 위해 나무를 심듯 해조‧해초류를 심는 것이다. 바다숲 복원용으로 꼽히는 잘피는 바닷 속 탄소흡수원인 ‘블루카본’으로 주목받고 있다. 블루카본이란 바닷식물인 잘피, 어패류 등 바닷가에 서식하는 생물은 물론 맹그로브숲, 염습지 등 해양생태계가 흡수하는 탄소를 뜻한다.

잘피숲은 퇴적층을 포함해 1헥타르 당 약 300~500t의 탄소를 흡수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림보다 온실가스 흡수량이 30배 이상 많아 유엔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는 잘피를 '3대 카본' 중 하나로 선정했다. 잘피는 바다에 서식하면서 유일하게 꽃을 피우는 현화식물로 어류 등 다양한 해양생물들의 산란장, 서식처, 은신처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2009년부터 바다숲 조성 정책이 시행 중이며 올해 15개소, 23.8㎢의 바다숲이 조성되면 총 315.6㎢의 바다숲이 조성되게 된다. 해양수산부는 2030년까지 바다숲 540㎢를 조성할 계획이다. 

한국수산자원공단이 사업을 통해 조성된 잘피숲의 해양생태계 회복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인천 옹진군 굴업도 해역에 2019년 조성한 잘피숲을 대상으로 3년간 효과조사를 실시한 결과 △해양 저서생물 종수 1.5배, 개체수 약 2.5배 증가 △종다양성지수(생물 근집생태계 안전성 지표) 20% 증가 등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었다. 

◆효성, 3년째 거제통영 일대서 잘피숲 조성

민간 기업들도 ESG(환경·사회적·지배구조) 경영 실천 활동의 하나로 잘피숲 조성에 참여하고 있다.

효성은 지난 2021년부터 3년째 잘피숲 조성에 힘쓰고 있다. 2021년 12월 지주사인 ㈜효성과 효성티앤씨㈜, 효성중공업㈜ 등 3개사가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을 출연해 한국수산자원공단, 거제시와 함께 잘피숲 보전 활동 사업을 진행하는 등 해양 생태계 보전에 적극 나선 뒤 2022년 5월 4일에는 경남 통영시 연안에서 지주사인 ㈜효성을 비롯한 효성티앤씨㈜, 효성첨단소재㈜, 효성중공업㈜, 효성화학㈜ 5개 회사 임직원이 직접 참여하는 ‘잘피 이식 및 해안정화 활동’을 실시, 잘피 1000주를 직접 이식해 바다숲을 조성하고, 바다에 버려진 쓰레기 등을 수거하는 등 해안정화 활동을 실천했다.

올해는 바다식목일인 지난 5월 10일 효성그룹 5개사가 모두 참여해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된 제11회 바다식목일 기념행사에서 해양수산부 및 한국수산자원공단과 ‘해양 생태계 보전을 위한 블루카본 사업 추진’ MOU(업무협약)를 체결했다.

이번 MOU로 효성을 비롯한 해양수산부, 한국수산자원공단은 탄소중립과 생물 다양성 보전을 위해 △해양 생태 환경 개선 및 ESG 경영 실천 △잘피숲 블루카본 사업 추진 노력 △해양생태계 중요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 형성 등에 상호 협력하기로 했다. 

◆2022년부터 남해군서 잘피숲 조성 KB은행

KB국민은행은 지난 5월 24일 해양환경 분야의 ESG 활성화를 위해 해양수산부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업무협약은 KB국민은행이 기존에 추진하던 잘피림 조성사업 등 해양환경 ESG 투자를 확대하고자 해수부에 협력을 제안해 이뤄졌다. 

KB국민은행은  2022년부터 경남 남해군에서 진행해오던 잘피숲 조성 대상지역을 확대해 추진하고 2년 주기로 강원도 고성군, 경남 사천시(잠정) 등으로 사업 대상지를 순차적으로 확정해 나갈 계획이다. 이에 따라 잘피숲 조성사업 기간을 2024~2027년으로 일단 정한 뒤 추후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이 밖에도 해안 정화활동을 위한 기부금 모집, 고객‧직원이 함께 강과 환경을 지키기 위해 조깅을 하며 쓰레기를 줍는 플로깅(plogging) 등을 추진해 침적쓰레기 수거 및 해양생물 다양성을 위한 활동까지 협력 범위를 넓혀나갈 계획이다.
수온이 상승하며 바닷속 탄산칼슘(석회가루)이 바다 바닥 등에 하얗게 달라붙는 갯녹음 현상 [사진=LG화학]

◆여수 앞바다에 잘피 군락지 만드는 LG화학

LG화학은 ‘잘피 서식지 복원 및 연구 사업’을 진행한다고 지난 6월 8일 밝혔다. 2026년까지 LG화학은 사업장이 있는 전남 여수 앞바다에 잘피 군락지를 만들고 축구장 14개 크기인 10헥타르 규모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10헥타르 규모 잘피 서식지는 잘피가 심겨진 퇴적층을 포함해 자동차 2800대가 매년 배출하는 양의 탄소(5000t)를 흡수할 수 있다. 잘피 서식지가 복원되면 인근 생물 개체 수는 2.5배, 종류는 1.5배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복원 사업에는 LG화학의 주도로 총 6개의 기업·기관이 참여한다. LG화학은 4년간 14억원의 기금을 조성해 전체 사업을 지원할 계획이다. 프로그램 운영은 기후테크 스타트업 땡스카본이 담당하고 여수시는 사업 추진을 위한 행정 지원을 맡는다. 한국수산자원공단이 잘피 서식지를 복원하고 생태환경 조사·잘피 군락지 효과 분석 등 연구 사업을 담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