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업계에 따르면 EU집행위원회(EC)는 지난 17일(현지시간)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전환을 위한 이행규정령을 공개했다. 이행규정령에는 오는 10월부터 철강·알루미늄 등 탄소집약 제품을 수출하는 제3국 기업은 의무적으로 탄소배출량을 보고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EC는 2026년부터 적용될 CBAM에 대비할 수 있도록 2025년까지 전환기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각 기업은 의무적으로 탄소배출량을 보고해야 하고, 보고 기한을 지키지 않거나 보고를 하지 않을 경우 톤(t)당 10∼50 유로의 벌금 등이 부과된다.
전환기를 마친 뒤인 2026년부터는 본격적으로 CBAM이 적용되며, 수출품 제조 과정에서 탄소배출량이 EU 기준을 넘어설 경우 수입업자를 통해 배출권(인증서)을 구매해야 한다. 즉 추가 관세가 부과되는 셈이다.
한국은 2021년 기준으로 철강 수출액·수출량 측면에서 튀르키예·러시아·인도·우크라이나의 뒤를 이어 EU의 5대 철강 수입국 중 하나였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철강사의 EU 수출량은 △철강재 317만t △철강 제품이 22만t이다. 수출액만 해도 △철강 44억 달러 △철강 제품 9억6000만 달러 △알루미늄 5억5000만 달러다.
이에 국내 주요 철강사는 전기로를 중심으로 한 탄소 감축 계획을 발표하는 등 탄소 배출량 감축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대제철은 오는 2030년까지 직·간접적인 탄소 배출량을 12%(2018년 대비) 감축하고 2050년에는 탄소중립을 달성할 예정이다. 특히 전기로와 고로 복합체제를 통해 탄소를 절감하고 오는 2030년까지 새로운 전기로를 건설해 탄소배출이 약 40% 줄어든 생산 체계를 갖출 방침이다.
포스코는 수소환원제철 기술인 하이렉스(HyREX)의 시험설비를 2026년 가동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후 2030년까지 하이렉스 상용화 기술 개발을 완료하고 2050년까지 하이렉스 설비의 상용화에 도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동국제강도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10% 감축한다는 목표로 전기로를 고도화하고 있다. 동국제강그룹은 철근·형강 등 주력 제품을 독자기술인 에코아크 전기로에서 철스크랩을 재활용해 생산한다. 이를 통해 기존 고로 대비 탄소를 75% 감축할 수 있다.
이처럼 업계가 탄소 배출량 낮추기에 분주한 데는 EU의 탄소세가 악재로 작용해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장기적으로 바라봤을 때 중국 철강업계에 대응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긍정적 평가도 나온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탄소세 적용이 당장 큰 악재로 보이지만 친환경 선박 시장과 같이 시장 환기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국내 주요 철강사들의 대응 능력으로는 중국 철강 시장과 경쟁해 우위를 선점할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다만 규모가 크지 않은 업체는 정부 지원 없이 성장하기 어렵다. 정부가 중소 철강사들의 저탄소 전환 사업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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