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엔데믹에 날개 단 숙취해소제…약 아닌 '식품'이다?

김아령 기자 2023-08-29 06:00:00
서울 종로구 CU 명륜성대점에 진열된 숙취해소제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코노믹데일리] 코로나19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 이후 유흥 주류시장이 활성화되면서 숙취해소제가 덩달아 탄력을 받고 있다. 코로나19 당시 꺾였던 성장세가 회복되면서 시장 규모가 지난해 역대 최대 수준으로 늘었다. 특히 건강한 음주 문화 형성에 따라 2030세대의 수요가 증가한 점도 눈에 띈다.
 
숙취해소제는 초기 음료 형태가 대부분이었지만 최근에는 환이나 젤리, 아이스크림 등 비음료 형태로 제품이 나오고 있다. 해당 시장은 제약업계는 물론 음료, 주류회사까지 숙취해소 제품을 출시하면서 포화상태가 됐다.
 
하지만 대부분의 숙취해소제는 의약품이 아닌 혼합음료나 기타가공품 등의 일반식품으로 분류된다. 말 그대로 ‘약’이 아니라는 것이다.
 
주로 간기능 회복이나 알코올에 함유된 아세트알데하이드 분해에 도움을 주는 추출물이 함유돼 있을 뿐 직접적으로 해결해주지 않는다. 의약품만큼의 효과가 있는 것처럼 이미지를 만드는 일부 제품이 있어 소비자가 오인하기 쉽다.
 
◆ 숙취해소제 음주에 효과 있나?…성분 살펴보니
 
편의점을 주력으로 약국, 온라인 등에서 매출을 쑥쑥 올리고 있는 숙취해소제는 다양해지는 제품 만큼 시장도 커지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숙취해소제 시장 규모는 지난 2018년 2236억원 수준에서 2019년 2678억원으로 성장했다.
 
코로나 펜데믹 여파로 2020년 2512억원, 2021년 2243억원으로 잠시 시장이 침체됐지만 지난해 경제활동 재개와 함께 반등해 3000억원대 규모를 돌파했다.
 
기존 숙취해소음료로 시작했던 숙취해소제 제품들은 현재 알약, 스틱형, 캔디류 등 다양한 제형으로 출시되고 있다. 이 중 음료 제품이 약 2000억원대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환, 젤리 등 비음료 제품 시장 규모는 1000억원대 수준이다.
 
특허청에 따르면 관련 특허 출원수만 해도 매년 30~40건이 넘는다. 점점 더 먹기 편하게, 소지하기 쉽게 변하고 있다. 게다가 고급 원재료를 포함한 프리미엄 라인도 등장하기 시작했다.
 
숙취해소음료의 대표적인 제품으로는 △HK이노엔의 컨디션 △동아제약의 모닝케어 △광동제약의 헛개파워 △한독의 레디큐 △삼양사 큐원의 상쾌환 △롯데칠성의 깨수깡 등이 있다.
 
제품마다 숙취해소를 돕는 핵심 원료에 조금씩 차이가 있다. 숙취해소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많이 알려진 헛개나무열매는 컨디션과 헛개파워, 깨수깡, 상쾌환, 레디큐 등 다수 제품에 들어있다. 헛개나무열매 추출물은 간 기능 개선 효과로 건강기능식품 기능성 원료로도 등록돼 있다.
 
헛개나무열매 추출 농축액이 가장 많이 함유된 건 헛개파워로 1.4%, 컨디션(초록병 기준)에는 1.3% 들어있다. 컨디션의 경우 귤나무열매 껍질, 감초뿌리 등 숙취해소에 도움을 주는 성분들을 혼합한 농축액도 들어있는데, 이는 특허 등록을 한 숙취해소 조성물이다.
 
레디큐의 경우 농축액이 아닌 헛개나무열매 추출분말 1000mg과 강황에서 추출한 커큐민 50mg이 들어있다. 커큐민은 세계 3대 항산화 물질로 알려져 있으며 간 기능 개선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환 제품으로 인기를 끈 상쾌환은 지난 2월 음료 제형을 뒤늦게 출시했다. 상쾌환 음료 제품에도 헛개나무열매 추출물이 들어있긴 하지만 핵심 성분은 글루타치온이다. 글루타치온은 숙취원인 물질로 알려진 아세트알데히드의 분해와 체외 배출을 돕는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칠성음료에서 2019년 출시한 깨수깡에는 황칠나무를 비롯해 헛깨나무, 녹차, 해조류 등 숙취해소에 도움을 주는 다양한 원료들이 들어있다.
 
모닝케어의 핵심 숙취해소 원료는 쌀눈·대두 발효 추출물(RSE)이다. RSE는 쌀눈과 대두를 발효시킨 성분으로 인체 적용시험에서 알코올 분해를 촉진하는데 도움을 주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성분으로 숙취해소제를 음주 후 마시는 약으로 오인하기 십상이다. 숙취해소제는 술을 깨게 해주는 의약품이나 건강기능식품(건기식)이 아닌 일반식품이다. 피로회복과 해독을 담당하는 신체기관이 정상화 되기까지 시간을 단축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안전성과 기능성을 입증한 제품에만 건기식 자격을 부여하지만, 일반식품의 경우에는 기능성 입증 절차를 거치지 않는다.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숙취해소제는 당류가 많이 들어있다. 이는 혈중 당류가 부족할 경우 숙취의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당 함유량이 제일 높은 제품은 깨수깡으로 21g(21%)이 들어있다. 광동 헛개파워 18g(18%), 상쾌환과 레디큐 12g(12%), 컨디션과 내일엔 11g(11%) 순이다. 모닝케어가 6g(6%)으로 당 함유량이 제일 적다. 숙취해소에 당분이 도움을 주긴 하지만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이나 당뇨병이 있다면 당 함유량이 낮은 제품을 고르는 것이 좋다.
 
다만 숙취해소제의 효능을 집중적으로 다룬 연구는 업체가 자체적으로 연구한 결과들 뿐이다. 공신력 있는 결과라고 할 순 없다. 숙취해소제 시장이 나날이 커지는 만큼 그 효능에 관한 연구가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롯데칠성음료 숙취해소 브랜드 음료 '깨수깡' [사진=롯데칠성음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