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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 커지니 잡음도 확산?...HD현대·한화오션, 군함 수주 뒷말 무성

장은주 기자 2023-08-22 18:05:10
무분별한 방사청 입찰규정 혼란 가중...가처분 신청부터 압색까지 번져 HD현대, 호위함 입찰 탈락 후 '입찰규정' 문제 삼아...방사청 상대 소송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입찰 과정서는 HD현대에 특혜 부여 논란 향후 군함 수주 둘러싸고 격전 예고…"입찰 규정 명확히 해야" 목소리
경기 성남시 분당 HD현대 본사 사옥[사진=HD현대]
[이코노믹데일리] 방위사업청(방사청)이 주관하는 군함 입찰 과정에서 잡음이 지속되고 있다. 방사청이 입찰 규정을 개정하면서 조건이 불분명해져 공정한 평가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22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HD현대를 필두로 방사청의 입찰 규정을 분명히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방사청이 입찰 규정을 지나치게 바꾸면서 법정 다툼부터 경찰 조사까지 넘어갔기 때문이다. HD현대중공업은 방사청을 상대로 가처분을 신청했고, 경찰은 방사청의 입찰 규정 변경이 HD현대중공업에 특혜를 부여했다고 판단해 압수수색에 들어갔다. 

경찰은 2030년까지 7조8000억원가량을 들여 경하배수량 6500톤(t)급의 이지스 구축함 6척을 건조하는 대규모 프로젝트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 입찰 과정에서 방사청이 HD현대중공업에 특혜를 제공했다는 이유로 지난 17일 방사청 경기도 과천 사무실을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2020년 HD현대중공업은 한화오션(당시 대우조선해양)을 누르고 KDDX 기본 설계 입찰에 선정됐는데, 이 과정에서 방사청이 HD현대중공업에 유리하게 개정을 적용했다는 설명이다.

2020년 HD현대중공업 일부 직원들은 대우조선해양이 방사청에 제출한 KDDX 개념 설계도를 몰래 촬영한 혐의로 조사 중이었다. 원래대로라면 규정이 적용됐어야 했지만 방사청이 관련 규정을 변경하면서 보안 사고에 따른 감점을 피했다. 실제로 당시 대우조선해양과 HD현대중공업의 점수 차이는 0.056으로 원래대로 보안 감점이 적용됐다면 결과가 뒤바뀌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특혜를 받은 것으로 보이는 HD현대중공업이 오히려 방사청을 상대로 소송을 걸면서 잡음은 끊이지 않고 있다. 앞서 2020년 HD현대중공업이 KDDX 기본 설계 입찰에 선정된 후 방사청은 보안 규정을 세 차례 개정했는데 울산급 배치Ⅲ 5·6번함 경쟁에서 HD현대중공업에 불리하게 적용됐기 때문이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 11일 국민권익위원회에 방사청의 보안사고 감점 기준이 개정되도록 시정을 권고해달라며 국민고충민원을 신청했다. 그러나 이조차 기각되자 지난 14일 서울중앙지법에 방사청을 대상으로 울산급 배치Ⅲ 5·6번함 건조사업 우선협상대상자 지위 확인 등을 위한 가처분 신청서를 냈다.

지난달 20일 방사청은 울산급 배치Ⅲ 5·6번함 우선협상대상자로 한화오션을 선정하면서 KDDX 구축함 사업과는 반대의 결과를 낳았다. 한화오션의 최종 점수는 91.8855점으로 HD현대중공업(91.7433점)보다 0.1422점 앞섰는데 HD현대중공업의 보안 감점 1.8점이 탈락에 결정적 원인으로 확인됐다. 여기서도 2013년에 발생한 KDDX 보안사고가 주된 문제로 적용됐다는 것이다.

2021년 3월 1일 방사청은 보안 규정에 '보안 사고 당 관련자 1명 초과 시 1명당 0.1점씩 추가 감점 조항'을 추가했다. 이후 2021년 12월 31일에는 '기소 후 1년간' 적용되던 보안 점수 감점이 '기소 후 3년간'으로 연장했다. 또 지난해 12월 30일 '기소 후 3년간'이었던 기준을 '형 확정 후 3년간으로' 또다시 수정하면서 총 세 차례 개정돼 결국 HD현대중공업의 발목을 잡았다.

HD현대중공업은 과거 발생한 보안사고에 책임을 느끼고 재발 방지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면서도, 방사청의 감점 조항 역시 객관적 기준을 통해 합리적으로 개정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개정된 조항에 모호한 부분이 정리되지 않았다. 확실하게 정리되길 바라며 가처분 신청을 하게 됐다"며 "아울러 국익을 위해서도 기술 조항이 더 부각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처럼 HD현대중공업도 불분명한 규정의 '피해자'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방사청 특혜 제공 여부가 사실로 드러났을 때 향후 수주에 있어 불리함이 더 커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업계 안팎의 이목이 집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