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폭염에 전 세계 '부글부글'…보험사 '특화 상품戰' 치열

지다혜 기자 2023-08-02 17:46:51
폭염 관련 문의 증가…각 사들 상품 다양화 나서 외국은 '파라메트릭 보험' 주목…국내서는 생소
서울·경기 등 중부지방에 폭염경보가 발효 중인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남산에서 열화상카메라로 촬영한 도심 모습. 사진 속 높은 온도는 붉은색으로, 낮은 온도는 푸른색으로 표시된다. [사진=연합뉴스]

[이코노믹데일리] 지난달 지구 평균 기온이 섭씨 17도를 넘기면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속되는 폭염으로 전 세계가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를 비롯한 각국의 보험사들이 이에 대응하기 위한 폭염 특화 상품을 내놓고 있다.

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2010~2019년 전세계적으로 38건의 폭염이 발생하면서 7만명 이상이 사망했으며 지구 기온이 2도 이상 상승할 경우 폭염 발생률이 14배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컨설팅사 맥킨지 연구에 따르면 기후 위기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2020년 기준 세계 GDP(국내총생산)의 2%이며 2050년에는 4%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삼성화재와 DB손해보험·현대해상·메리츠화재·KB손해보험·NH농협손해보험 등이 폭염 피해 관련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농작물재해보험과 가축재해보험 내 폭염 재해보장 추가 특별 약관, 양식수산물 재해 보험 내 고수온 원인 수산물손해 담보 특별 약관, 시민 안전 보험 등이 있다.

NH농협손해보험이 운영하는 농작물재해보험은 폭염·폭우 등 자연재해로 인한 손실을 보장하는 상품이다. 사과·배·벼 등 67개 품목에 대한 손실, 온실 등 원예시설 피해도 보장한다.

가축재해보험 내 폭염 재해보장 추가특별약관은 폭염으로 가축에 손해가 발생했을 경우를, 양식수산물 재해보험 내 고수온 원인 수산물손해 담보 특별약관은 수온이 높아져 폐사가 발생했을 때의 손해를 보상한다.

시민안전보험은 일상생활 중 생기는 다양한 사고를 대비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보험이다. 자연재해·강도·스쿨존 사고 등이 해당되며 주민등록상 주소지에 따라 자동으로 가입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최근 여름철 폭우·폭염이 이어지면서 관련 보험 상품 문의가 증가하고 있다"며 "기후 문제로 발생하는 피해가 늘면서 업계에서도 관련 상품 다양화를 위한 개발에 신경 쓰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외국의 경우 일본의 스미토모 생명보험사가 지난해 4월 업계 최초로 열사병 특화 보험을 출시했다. 이후 열사병 위험에 대비할 수 있는 상품이 증가하는 추세인 것으로 알려졌다.

스미토모사의 보험은 1일 100엔(한화 약 900원)으로 보험계약자가 보험 기간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 지난해 6월 급격히 기온이 오르면서 그 달에만 6000건 이상의 열사병 보험 계약이 체결되기도 했다.

폭염으로 인한 피해를 보상하는 보험 상품 중에 파라메트릭 보험(Parametric Insurance·지수형 보험)도 주목 받고 있다. 파라메트릭 보험은 천재지변으로 피해를 입었을 때 피보험자가 실제 입은 손해와 관계없이 강수량·진도 등 객관적 지표에 따라 보험금을 지급하는 상품을 말한다.

인도는 폭염으로 인해 일용직 노동을 할 수 없는 저소득층 여성 노동자를 대상으로 하는 파라메트릭 보험이 출시됐다. 평균기온보다 높은 폭염이 3일 이상 이어져 수입이 줄어들면 보상하는 방식이다.

영국에서도 지난 5월 낙농업자를 대상으로 폭염 피해를 보상해 주는 파라메트릭 보험이 출시됐다. 여름철 온도 및 습도가 폭염 기준에 도달하면 각 농장의 위험도와 예산에 맞춤화된 보험금이 지급된다.

강윤지 보험연구원 연구원은 "파라메트릭 보험은 위험 예측이 어려운 농업 및 자연재해의 국가·지역 간 보장 격차를 완화할 방법으로 주목받고 있다"며 "앞으로 파라메트릭 보험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국내 업계에서는 파라메트릭 보험이 아직 생소한 분위기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의 기본적 특징인 실손보상원칙 및 이득금지원칙 등으로 현재로서는 (파라메트릭 보험) 상품 개발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도 개정이 필요하다는 점은 인지하고 있고 신시장 개발 측면에서 도입 가능성도 있지만 보험사와 당국의 대화가 우선 되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