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17일. 오전)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2.3원 오른 1388.0원으로 출발했다가 1390원을 돌파했다. 밤사이 제롬 파월 미국 연준 의장 해임설에 뉴욕 증시가 크게 출렁인 영향으로 분석된다.
이달 초 1350원대 밑으로 내려갔던 환율은 최근 미국발 관세 협상 불확실성이 다시 불거지면서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인플레이션 우려로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감이 낮아지고 있는 점도 요인 중 하나다.
이런 환율 상승 여파로 원화 약세 흐름을 보이면서 은행권에선 RWA 확대 우려가 번지고 있다. 환율 상승은 외화 자산이나 파생상품을 보유한 금융기관의 자산 가치를 끌어올려 RWA를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RWA는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산정할 때 쓰이는 지표로, 이 수치가 커질수록 은행들이 더 많은 자본을 쌓아야 하므로 부담이 커지게 된다.
특히 RWA가 늘어나면 보통주자본비율(CET1)과 같은 주요 건전성 지표가 하락할 수 있어 금융당국과 업계 모두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가계부채 관리를 강화하면서 은행권은 상대적으로 부실 위험이 높은 기업대출 비중을 확대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였다. 특히 오는 3분기부터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억제가 강화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기업대출이 사실상 주요 수익성 확보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
다만 기업대출은 주담대에 비해 위험가중치가 높아 RWA 증가로 직결돼 은행의 자본비율 하락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대출 포트폴리오 변화로 인해 자본 건전성에 미치는 영향이 본격적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말 은행권 대출의 평균 위험가중치는 주담대가 14.5%, 중소기업 대출이 44%로 나타나면서 3배 이상 차이가 났다. 즉 은행이 같은 돈을 빌려주더라도, 중소기업 대출을 위해선 주담대 대비 3배가 넘는 규제 자본을 확보해야 하는 셈이다.
이에 따라 최근 은행들은 금융당국에 RWA 산정 방식과 관련한 제도적 개선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열린 금융감독원과 은행 이사회 의장들 간 만남 자리에서 은행 측은 RWA 조정 등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건의했다. 이와 관련해 금융당국도 은행 건전성 규제 개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는 등 방안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선 올해 하반기 금융당국의 대응 여부에 따라 은행들의 자산 운용 전략이 달라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기업대출 확대는 'RWA 증가→CET1 하락→은행 건전성 악화'로 이어져, 은행 입장에선 균형 잡힌 자산 운용과 제도적 완화가 동시에 필요한 실정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현재 상황에선 기업대출 확대가 곧바로 자본비율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어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다"며 "RWA 성장률 관리와 건전성 지표 개선을 동시에 고려한 규제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Copyright © 이코노믹데일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