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감 드러내는 '아모레 3세'…자매 승계 신호?

[이코노믹데일리] 아모레퍼시픽그룹 오너 3세인 서민정·호정 자매의 존재감이 확연히 나타나고 있다. 1대 주주인 서경배 회장에 이어 장녀 민정 씨가 2대 주주로, 올해는 차녀인 호정 씨가 3대 주주가 됐다. 민정 씨와 호정 씨의 지분율이 근소한 차이로 대등해지면서 자매간 승계를 위한 경쟁 구도가 나올지 주목된다.
 
민정 씨는 아모레퍼시픽 럭셔리브랜드 디비전 AP팀 담당으로 경영 수업을 이어가고 있다. 호정 씨는 1995년생으로 나이가 어려 일선에 나서지 않았지만, 조만간 입사해 경영 수업을 받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서 회장은 최근 차녀인 호정 씨에게 총 637억원 규모의 아모레퍼시픽그룹 주식을 증여했다.
 
증여 지분은 보통주 67만2000주, 전환우선주 172만8000주 등 총 240만주다. 지난 5월 3일 종가 기준 637억원 규모다. 전환우선주는 오는 2029년에 의결권이 있는 보통주로 전환된다.
 
이번 증여로 서 회장의 아모레퍼시픽그룹 보유 지분은 49.64%에서 47.14%로 줄었다. 호정 씨의 지분은 2.63%로 늘어나면서 3대 주주로 올라섰다. 아모레퍼시픽그룹 지분 2.66%(보통주 2.93%·전환우선주 1.04%)를 보유한 2대 주주인 서 회장의 장녀 서민정 씨와 지분율 차이는 0.03% 포인트다.
 
민정 씨와 호정 씨의 지분율이 엇비슷해지면서 차기 승계 구도에 변화가 생기지 않겠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호정 씨는 지난해 8월 아모레퍼시픽과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주식 약 20억원어치를 장내 매수로 사들이기도 했다.
 
아모레퍼시픽 측은 서 회장의 주식 증여에 대해 “대주주 개인의 재산권 행사에 관한 것으로 기업 차원에서의 특별한 배경이나 변화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앞서 민정 씨는 이달 1일 아버지가 운영하고 있는 서경배과학재단에 이니스프리 주식 4만4450주 가운데 2만3222주를 기부하기도 했다. 그가 보유하고 있는 이니스프리 지분 가운데 절반 이상에 달하는 규모며 액수로는 272억원 수준이다. 주식 출연 목적은 공익법인 목적사업 및 운영자금 마련이다.

서경배과학재단은 생명과학 분야에서 새로운 연구를 개척하는 한국인 신진과학자를 선정해 연구비를 장기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이번 주식 출연으로 아모레퍼시픽그룹에 이어 이니스프리 지분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던 서 담당을 밀어내고 2대 주주로 올라섰다.
 
이니스프리는 민정 씨가 상당 지분을 보유한 핵심 계열사다. 일각에선 서 담당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이 줄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업계 안팎에선 이를 승계 작업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 많은 기업들이 공익법인을 승계 수단으로 이용하는 경우가 있어서다.

일각에서는 호정 씨가 경영에 참여하고 있지 않고 있어 서 회장의 지분 증여가 승계로 보기에는 이르다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그러나 호정 씨가 회사에 입사해 언니인 민정 씨와 브랜드를 담당하게 되면 자매간 경쟁 구도가 그려질 수 있다는 반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