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재계에 따르면 포스코그룹 회장직을 연임한 역대 회장 중 두 번째 임기를 모두 채운 사람은 없다. 포스코 설립자인 고(故) 박태준 명예회장부터 최 회장의 전임자인 권오준 회장까지 모두 중도 퇴진했다.
포스코 회장 수난사는 2000년대 들어 이뤄진 민영화와는 별개인 듯했다. 정권이 바뀌면 물러나야 한다는 게 불문율이었다. 문재인 정부 시절 취임한 최 회장이 윤석열 정부에서도 임기를 이어갈지 의구심을 갖는 사람이 많았다.
재계 일각에서는 "실적만 놓고 보면 최 회장이 중도에 물러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철강 기업이라는 이미지에서 탈피해 배터리 소재를 중심으로 신사업에 박차를 가하며 빠르게 몸집을 불렸기 때문이다. 실제 포스코그룹은 배터리 소재 부문에서 올해 1분기(1~3월) 사상 최고 매출인 7799억원을 기록했다. 직전 4분기(10~12월)보다 77%가량 급성장한 수치다.
지주회사 체제 전환에도 성공해 포스코홀딩스가 지분 확보로 사업 기회를 발굴하면 포스코인터내셔널이 원료 공급과 트레이딩 역할을, 포스코퓨처엠이 양·음극재 제조를 담당하는 '삼각편대'가 완성됐다. 한 예로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최근 호주계 광업회사 자회사인 탄자니아 파루 그라파이와 배터리용 천연 흑연 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했는데, 여기서 나온 흑연은 포스코퓨처엠에 공급된다.
리스크가 없지는 않았다. 산업재해는 최 회장 임기 내내 발목을 잡았고 직장 내 괴롭힘 신고 접수를 묵인했다는 의혹이 나오기도 했다. 지난 31일 포스코 광양제철소에서는 하청업체 노조가 임금교섭과 부당노동행위 중단을 요구하며 천막 농성을 벌였다.
취임 초부터 '기업시민'을 내세운 최 회장은 정비 전문 자회사를 출범시키며 위험 요인으로 지목된 협력사 위주 설비 유지보수 체제를 해소했다. 고용 인원이 200명 미만인 소규모 협력사 26곳을 6개 자회사로 재편해 정비 업무를 대형화, 전문화한 것이다. 기존 하청업체와 비교해 근로조건이 개선되고 안전 관리가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최 회장이 임기를 무사히 마치기 위해서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서 'S'에 해당하는 사회 영역에서 리스크를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4월 최 회장을 포함한 임원 26명이 주식으로 성과를 보상하는 '스톡그랜트'를 지급받자 도덕적 해이라는 비판과 함께 고위 임원을 지낸 원로들로부터 자진 사퇴 요구가 불거지기도 했다. 또한 정비 전문 자회사 설립 과정에서 발생한 지역사회와의 마찰도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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