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삼성전자 노사가 올해 임금인상률을 놓고 갈등을 빚는 가운데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가 '조정중지' 결정을 내렸다. 창사 후 54년 만에 첫 파업이 성사될지 여부와는 별개로 삼성전자의 대응에 관심이 모인다.
3일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에 따르면 노조는 4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투쟁 계획을 발표한다. 이날 전삼노는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예고하는 한편 파업에 관한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노사는 지난해 12월부터 지난달 18일까지 본교섭 18차례, 대표교섭 2차례 등 총 20차례 교섭을 벌였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중노위에서 마지막 절차인 조정에 나섰지만 양측 입장차가 워낙 커 실패했다. 조정중지 결정이 내려지고 노조가 투표를 통해 50% 이상 찬성표를 확보하면 파업을 비롯한 쟁의행위를 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노사협의회와 올해 평균 임금을 4.1% 인상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전삼노는 이보다 높은 6%대 임금인상률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삼노 조합원은 약 9700명으로 전체 직원 수(약 12만명) 대비 조직률은 10%가 채 안 된다. 삼성전자에 설립된 다른 노조와 비교하면 가장 많은 조합원을 확보했으나 노사협의회를 제치고 주도권을 갖지는 못했다. 현행법상 노조가 과반을 차지하지 못했더라도 노사협의회에서 의결한 임금인상률을 일방적으로 적용할 수는 없다. 노조가 있다면 해당 노조와 회사가 합의한 내용이 우선이다.
전삼노는 이 점을 들어 노사협의회가 결정한 임금인상률은 자신과 별개라고 주장한다. 삼성전자의 고민은 여기에 있다. 이재용 회장이 2020년 '무노조 경영 폐기'를 선언한 이후 올해 초까지 삼성전자에는 5개 노조가 우후죽순 들어섰다. 이런 상황에서 노사협의회에 우선하는 대규모 노조가 탄생한다면 회사로서는 노무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회사 측이 전삼노의 임금인상 요구를 들어준다면 자칫 대형 노조를 키워주는 꼴이 될 수 있다. 노조에 가입하지 않아 노사협의회가 정한 대로 임금이 오르는 직원들이 대거 전삼노로 유입되는 쏠림 현상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게다가 전삼노는 올해 조합원 1만명 달성을 목표로 기존 월 1만원인 조합비를 500원으로 낮췄다.
노조가 합리적인 목소리를 내는 대신 조합원 수를 무기 삼아 실력 행사에 나서는 악습이 반복될 수 있다는 점도 경계 대상이다. 전삼노가 애당초 기본급 10% 인상, 20년 이상 장기 근속자 대상 2000만원 상당 해외여행 지원, 자사주 53주(3일 종가 기준 346만6200원) 지급 등을 요구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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