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올해는 정말 자신이 없습니다. 미분양이 심각하니 분양 일정도 계속 밀리고 있습니다."
서울의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시장 상황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요즘처럼 어려운 적은 처음"이라고 토로했다.
중소형 건설사들에 이어 중견 건설사들까지 잇따라 폐업과 법정관리에 들어가고 있다. 건설업계 위기설이 점점 가시화되고 있는 등 시장 분위기는 싸늘하다.
◆ 이어지는 건설 경기 부진... 계속되는 '비관적 전망'
아파트 브랜드 '줌(ZOOM)'으로 알려진 대창기업의 법인회생 신청 소식은 시장에 충격을 안겼다. 대창기업은 지난해부터 공사 미수금과 유동부채가 크게 늘면서 재무 건전성이 크게 악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1953년에 세워져 설립 71년 차를 맞은 중견 건설사가 쓰러지자 시장에선 지방 중소 건설사 등에도 여파를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쏟아졌다.
건설사의 회생 신청은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1일 국토교통부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KISCON) 건설업행정공고를 보면 올해 폐업을 신고한 종합건설사 및 전문건설사는 지난달 말 기준 1180곳에 달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996곳)과 비교하면 184곳 증가했다.
지난 2월에는 시공능력평가 83위인 대우조선해양건설이 법원으로부터 회생절차 개시 결정을 받았다. 이어 시공능력평가 133위이자 범현대가 정대선씨가 최대주주인 HN Inc(에이치엔아이엔씨)도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규모가 작은 지방 중소건설업계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지난해 중소 건설사 중 우석건설(202위)과 동원건설산업(388위) 등이 부도 처리되면서 건설업계는 그야말로 '풍전등화'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건설기업 경기실사지수(CBSI)는 72.2로 나타났다. CBSI는 기준선인 100을 밑돌면 현재의 건설 경기 상황을 비관적으로 보는 기업이 낙관적으로 보는 기업보다 많다는 것을 의미하며, 100을 넘으면 그 반대를 의미한다.
CBSI는 지난해 11월 12년 3개월 만에 가장 낮은 52.5를 기록할 만큼 건설 경기 부진이 계속되고 있다. 아직 드러나지 않은 부실이 많다는 것은 더 큰 문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미분양 증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등 대형 건설사부터 중소형 건설사까지 업계 전체의 위기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방을 중심으로 건설사 부도·폐업이 더 늘어날 수 있다"며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경고했다.
그럼에도 건설 업체들은 직면한 어려움 속에 마냥 손 놓을 순 없다는 입장이다.
우선 사명에서 '건설'을 떼는 업체들이 눈에 띈다. 전통적인 건설 산업의 이미지에서 탈피해 '친환경' 등의 키워드로 이미지 개선을 노리자는 속내다.
포스코건설은 내년 창립 30주년을 앞두고 사명을 포스코이앤씨(POSCO E&C)로 최근 변경했다. 이를 계기로 저탄소철강 분야인 수소환원제철과 이차전지 원료소재 분야의 설계·조달·시공(EPC)경쟁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또 신재생 에너지 시장 선점, 그린 라이프 주거모델 상품화 등 친환경·미래성장 사업을 획기적으로 확대해 나가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신영그룹의 건설 계열사인 신영건설도 최근 사명을 신영씨앤디(C&D)로 바꿨다. 신영건설로 이름을 변경한 지 9년 만에 새 이름을 갖게 된 것이다. 선두 건설사와 경쟁할 수 있는 디벨로퍼형 종합 건설사로 거듭나기 위한 비전을 담았다.
신사업으로 활로를 찾는 건설 업체들도 주목된다.
이미 2년 전에 사명을 변경하고 친환경 행보를 이어온 SK에코플랜트는 환경·에너지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2020년 국내 수처리·폐기물처리 전문회사 환경시설관리(옛 EMC홀딩스)를 인수한 뒤 연관기업을 적극 인수하며 시장지배력을 확대하는 '볼트온 전략'을 세워왔다. SK에코플랜트의 지난해 매출액은 7조5508억원으로 전년(6조2204억원)와 비교해 21.3%가량 증가했다. 특히 대부분 환경·에너지 부문에서 매출 신장이 이뤄졌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지난해 11월 한화건설에서 한화로 흡수합병되며 이름을 바꾼 '한화 건설부문'도 전통적인 건설 이미지의 색채를 빼는 중이다. '그린 인프라 디벨로퍼'로 도약하겠다고 선언한 한화 건설부문은 풍력 에너지와 수처리, 데이터센터 구축 등의 분야에서 사업 확장을 추진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건설사의 올드한 이미지와 기존 주택사업만으로는 생존할 수 없다"며 "친환경 등 신사업으로 출구를 계속 찾을 계획"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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