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노동을 단순 생산요소로 간주하기보다는 (노동자를) 존중하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28일 주요 경제단체 수장과 만나 '협조'를 요청했다. 경제계와 노동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안인 근로시간 규제 완화와 관련해서다. 이 장관은 보수정부에서 노동개혁을 추진해야 하는 노동계 출신 장관으로서 고민을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과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 한국무역협회(무협), 중소기업중앙회(중기중앙회) 등 경제5단체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실에서 이정식 고용부 장관 간담회를 개최했다.
먼저 이 장관은 현재 노동시장이 시대에 뒤떨어진 탓에 지속 가능하지 않다며 노동개혁 필요성을 언급했다. 그는 모두발언에서 "정부는 미래 세대와 지속 가능한 대한민국을 위해 노동개혁을 추진하고 있다"며 "노동시장의 낡고 불합리한 의식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근로시간 제도 개편을 정부 노동개혁 핵심으로 꼽았다. 이 장관은 "노사가 (근로시간) 선택권과 건강권을 조화시켜 생산성을 높이고 일차리를 창출하는 것을 지향한다"며 "근로시간 경직성을 완화하고 공짜 노동 등 불공정 관행 근절한다면 실노동시간 단축과 경쟁력을 높여 윈윈(win-win)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달 초 근로시간 상한을 현행 주 52시간에서 완화하는 개편안을 발표했다. 일주일간 근로시간을 노사 합의로 선택하게 하되 근무일 사이에 11시간 연속 휴식시간을 두고 1주일 또는 4주간 평균 주 64시간 근로를 준수하는 조건을 달았다. 이후 노동계를 중심으로 '일주일에 최장 69시간까지 살인적인 근로를 허용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이와 관련해 이 장관은 "국민의 우려가 얼마나 큰지 새삼 실감했다"며 "노동자가 정당하게 보상받고 건강권과 휴식권을 지키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포괄임금 오남용과 임금체불, 공짜 야근 등 편법·불법 관행에는 무관용 원칙으로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이 장관이 경제계에 당부한 내용은 포괄임금제 해소다. 구체적으로 근로시간을 명확하게 기록해 포괄임금제에 따른 무임금 노동을 근절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와 함께 임금체계 개편도 주문했다. 연장근로수당을 미리 포함해 임금을 책정하기보단 실제 근무한 시간을 토대로 급여를 지급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포괄임금제는 이 장관에게 매우 익숙한 사안이다. 이 장관은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사무처장과 노사발전재단 사무총장을 역임했다. 그가 한국노총에 몸담은 기간만 햇수로 30여년에 이른다. 현장 경험이 풍부한 이 장관에게 포괄임금제는 언젠가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였다.
경제계는 포괄임금제를 자제해 달라는 이 장관 요청에 뜨뜻미지근한 반응을 보였다. 이동근 경총 부회장은 "포괄임금제는 노사 합의로 이뤄지고 약정된 연장근로 시간을 못 채워도 수당을 지급하는 체계"라고 밝혔다. 다만 "일한 시간만큼 수당을 주지 않는 사례는 개선돼야 한다"고 했다.
한편 이 장관은 저출산 문제와 연관지어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도 지적했다. 이 장관은 "중소기업 노동자를 비롯한 약자들이 제도를 활용하도록 지원하고 출산휴가, 육아휴직을 부여하지 않거나 휴직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기업 문화는 바로잡겠다"며 "일 가정 양립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종합 대책을 마련해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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