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정부는 이른바 '공짜야근' 주범으로 지목된 포괄임금 계약 오·남용을 막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전날(22일) 정부가 '포괄임금 금지' 입법을 추진한다는 소식이 전해졌으나 고용부는 같은 날 해명자료를 내고 사실이 아니라며 부인했다.
근로시간 제도와 포괄임금제를 둘러싸고 대통령실과 고용부에서는 여러 말이 나왔다. 명확히 입장이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다양한 이야기가 나오면서 혼란스럽다는 반응도 있다.
대통령실은 포괄임금제 악용을 방지하기 위해 근로감독을 강화하고 경영계 자정 노력을 이끌어내겠다는 입장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1일 국무회의에서 "주당 최장 근로시간에 논란이 있지만 저는 주 60시간 이상 근무는 무리라고 하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한 발 더 나아가 포괄임금제 폐지를 언급했다. 이 장관은 같은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포괄임금제를 폐지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런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고 답했다.
다음날인 22일에는 MZ세대(1980~2000년대 출생자) 중심 노조 협의체인 '새로고침 노동조합협의회'와 진행한 간담회에서 "근로시간 개편 과정에서 근로자의 건강권과 휴식권은 충분히 보장돼야 하고 포괄임금 오·남용 등 정당한 보상을 하지 않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장관의 연이은 발언이 포괄임금제 폐지를 암시한 발언으로 해석되자 고용부가 진화에 나섰다. 고용부는 22일 설명자료를 내고 "포괄임금 오·남용을 근절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나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며 "근로시간 개편안과 관련해 여러 의견을 청취하면서 방안을 찾겠다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포괄임금제 폐지를 둘러싼 혼선은 정부가 지난 6일 '근로시간 제도 개편 방안'을 발표하며 빚어졌다. 고용부가 근무일 사이에 11시간 연속 휴식을 보장해야 한다고 하자 이를 토대로 노동계가 "주 69시간까지 일을 시키겠다는 의미"라며 반발했다. 비난이 빗발치자 윤 대통령은 열흘 만인 16일 주 60시간을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했다.
현행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 상한은 주 40시간에 연장근로 12시간을 더해 52시간이다. 주 60시간은 연장근로 8시간이 추가된 수치다.
결론적으로 일주일에 20시간을 더 일할 수 있는 셈인데 여기서 공짜야근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제조업 생산직이나 일부 서비스직을 제외하면 상당수 근로자가 포괄임금 계약을 맺는 상황에서 근로시간 상한만 늘렸다가는 수당 한 푼 못 받고 일만 더 할지 모른다는 비판이다.
문제가 된 포괄임금제는 근로계약을 체결할 때 연장·야간·휴일근로 시간과 그에 따른 수당을 미리 책정해 지급하는 방식을 말한다. 실제 근로시간을 산정하지 않고 매월 일정하게 시간 외 근무수당을 급여 항목에 포함하거나 근로계약서에 '제수당 포함'이라는 문구를 집어넣는 형태다. 사실상 급여를 보전하는 성격이 강하다.
포괄임금제는 근로기준법에는 없는 말이지만 대법원 판례로 인정됐다. 대법원은 근로 형태나 업무 성질에 따라 근로시간을 명확하게 확정하기 어려운 근로계약에 한해 예외적으로 포괄임금을 인정하고 있다.
실제 국내 상당수 기업은 포괄임금 계약을 관례처럼 맺어왔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제수당 포함'을 명목으로 휴일·야간 연장근로를 하더라도 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사례가 많았다. 근로자가 연장근로로 인해 받아야 할 수당이 포괄임금 수준을 넘어선다면 근로자가 회사를 상대로 미지급 임금 청구 소송을 해야 한다.
근로시간 개편으로 촉발된 논란이 임금체계로까지 번진 가운데 정부의 고민은 깊어졌다. 연장근로 수당을 명확히 측정할 법적 근거를 마련하더라도 이것이 포괄임금제 자체를 폐지한다는 의미는 아니어서 입법 과정에서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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