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한국지엠·르노코리아, 내수 시장 '생산 거점' 전락

김종형 기자 2023-03-10 15:40:18
지난달 내수 판매 양사 BMW 절반 수준 한국지엠, 신형 트랙스 생산 계획 있지만 올해 수입 모델 대거 늘릴 듯 르노코리아, 올해 신차 없다...본사 회장도 방한해 "수출 허브 삼겠다" 발언 생산 거점化, 국내 공장 축소 부를 수도

제너럴모터스(GM)의 첫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 북미 모델이 경남 창원시 마산가포신항에서 선적 대기 중인 모습[사진=한국지엠]


[이코노믹데일리] 한국지엠과 르노코리아자동차의 내수 판매가 줄어들면서 시장 입지도 좁아지는 모양새다. 두 브랜드가 국내 생산 시설을 보유했음에도 단순히 수출을 위한 '생산 거점'으로 전락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지엠은 지난달 내수 시장에서 1117대를 판매해 전년(2021년)보다 54.3% 감소한 2446대를 기록했다. 르노코리아는 2218대로 상황이 조금 낫지만 전년 동기 대비 40.3% 하락했다.

두 브랜드 내수 판매는 올해 들어 일부 수입차 브랜드보다도 적은 상황이다. 지난달 수입 브랜드 1위를 차지한 BMW는 6381대 차량을 국내에 팔았고, 2위인 메르세데스-벤츠도 5519대를 판매했다. 3위 브랜드인 아우디도 르노코리아와 비슷한 2200대 수준 차량을 판매했다. 국내 완성차 브랜드가 수입 브랜드의 한 달 판매량이 밀리는 것도 이례적이지만 이런 현상이 지난 1월에 이어 2월까지 지속되면서 우려도 커지는 상황이다.

한국지엠이 현재 판매하는 모델 중 국내 생산 모델은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트레일블레이저' 1종 뿐이다. 창원공장에서는 곧 신형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인 트랙스가 생산되지만 대부분은 수출 물량으로 예상된다. 한국지엠은 지난해 25만8260대 생산분 가운데 88.1%에 달하는 22만7637대를 수출했다.

한국지엠은 내수 판매량 감소로 비용은 줄이고 수익을 높일 수 있는 전략을 펴고 있다. 지난달 간담회에서는 '멀티 브랜드'를 언급하면서 판매가 1억원 상당의 픽업트럭 '시에라'를 공개했다. 이 당시에도 "시에라는 니치마켓(틈새시장)을 공략한 차"라는 언급이 나왔다. 한국지엠은 올해 미국 본사(제너럴모터스)에서 고급 브랜드 캐딜락이나 SUV 전문 브랜드 GMC의 차량을 들여오는 데 집중하기로 했다.
 

르노코리아자동차 XM3(수출명 르노 아르카나) 하이브리드 모델이 수출 선적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사진=르노코리아자동차]


르노코리아는 올해 예정된 신차 소식이 없다. 지난 3일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QM6의 화물용 변종인 2인승 'QM6 퀘스트'를 출시했지만 기존 모델과 바뀐 점은 크지 않다. QM6는 출시된지 7년차이지만 완전변경 모델은 나오지 않았다. 부산공장에서는 소형 SUV XM3를 생산하고 있지만 이 역시 대부분 수출 모델이다. 르노코리아는 지난해 16만3090대를 생산하고 11만7020대를 해외로 보냈다.

르노는 그룹 차원에서 국내 시장의 생산 거점화로 해석할 수 있는 언급을 한 바 있다. 루카 데 메오 르노그룹 회장은 지난해 10월 방한 후 "르노코리아를 중대형 자동차 수출 허브로 삼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르노코리아는 지난 2021년부터 수입 모델을 점차 빼고 있다. 소형 SUV 르노 캡처는 2021년, 전기자동차(EV) 르노 조에도 지난해 단종됐다. 

본사 차원의 생산 거점화 전략은 국내 생산 시설과 사업장 축소로 연결될 수 있다. 브랜드 입장에서는 작은 시장에 비용을 낭비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현재는 수출 물량을 배정한다는 계획이지만 이 물량은 언제든 조절될 수 있다. 다가오는 전기차 시대에 내연기관차 관련 인력들이 맡을 역할이 남을지도 미지수다.

양사 본사는 국내 공장에 전동화 전환 관련 투자는 언급하지 않고 있다. 여기에 한국지엠과 르노코리아는 이달 말 열리는 '2023서울모빌리티쇼'에도 불참할 예정이다.

르노코리아 관계자는 "고객 입장에서는 신차 없는 브랜드 차량을 살 필요가 없어 판매량은 줄겠지만 본사 입장에선 판매량이 줄어드는 시장에 신차를 내놓는 모험을 할 필요가 없다. 결국 악순환인 셈"이라며 "상황이 지속된다면 특정 브랜드 쏠림과 함께 (몸집 축소에 따른) 근로자 고용 문제 등 부차적인 문제가 계속 발생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