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삼성·SK 등 '유연근무제' 작동 中...산업계 '확산' 가닥

고은서 수습기자 2023-03-07 15:43:19
정부, 주 최대 69시간제 개편안 발표 전경련·대한상의 등 경제 단체 '환영' 인력난 해소·유연근무 활성화 가능성 ↑ 제조·조선·IT 등 수요 몰리는 산업 '숨통'

지난 6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구직자들이 근무시간 등 각 업체의 고용 조건이 적힌 일자리 정보 게시판을 살피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코노믹데일리] 정부가 주당 최대 69시간까지 근로가 가능하도록 기존 '주 52시간제' 개편에 나섰다. 재계가 환영의 뜻을 내비친 가운데 삼성과 SK 등에서 이미 시행 중인 유연근로제도 산업 일선에 더욱 확대 적용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7일 재계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는 전날(6일) '근로 시간 제도 개편 방안'을 발표했다. 개편안은 △연장근로시간 관리 단위 '월(1개월), 분기(3개월), 반기(6개월), 연(12개월)'으로 다양화 △근로자 건강권·휴식권 보장 △선택적 근로시간제 확대 등에 관한 내용을 골자로 한다.

현행 주 52시간제는 한 주 법정근로시간 40시간과 연장근로시간 최대 12시간이 포함돼 운영된다. 앞으로는 11시간 연속휴식권을 보장하면서 일주일에 최대 69시간까지 근무하거나 휴식권 보장 없이 최대 64시간까지 근무할 수 있다.

현재 한 달 단위인 선택적 근로시간제 정산 기간도 확대하도록 했다. 선택적 근로시간제는 유연근로제의 일종으로 근로자가 일정 기간 주 평균 52시간을 유지하면서 근로 시간을 선택할 수 있는 방식이다. 연구개발(R&D) 분야에서만 정산 기간을 3개월로 인정하고 있는 현재 제도를 개선해 모든 업종 정산 기간을 3개월, R&D 분야는 6개월로 늘릴 방침이다.

경제 단체들은 일제히 정부 개편안에 대한 기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이번 정부 개편안이 기업의 업무 효율을 높이고 근로자들의 생산성을 높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한상공회의소도 "정부가 노사의 근로 시간 선택권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근로시간제도 개편을 추진하는 것은 옳은 방향"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노동계는 노동개혁 방안에 대해 장시간 노동과 임금 삭감을 초래할 것이라며 반발에 나섰다. 중소·중견기업 등 산업계 전반에서는 인력난 해소 등을 이유로 개편안을 반기는 모습이다.

대기업은 유연근로제 활성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는 분위기다. 특히 삼성과 SK 등 주요 대기업은 이미 유연근로제를 도입해 시행 중이다. 근로자가 보다 자율적으로 자신의 근로시간을 정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R&D가 무엇보다도 중요한 반도체 업계는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 유연근로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8년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했다. 직원이 3주간 주당 평균 45시간을 근무했다면 마지막 주에는 25시간만 근무할 수 있다. SK하이닉스도 선택적 근로시간제와 자율근로제를 도입해 업무 계획에 따라 자율적으로 근무 시간을 조절할 수 있게 한다.

조선업계와 정보통신(IT) 업계, 제조업계 등은 이번 개편안으로 인력 투입이 용이해지는 것은 물론 효율적인 업무 순환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조선소는 불규칙한 수주로 특정 기간에 일감이 몰리는 현상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IT·제조업계도 산업 특성상 때로는 집중 근로가 필요하다.

업계 관계자는 "프로젝트 기간에는 어쩔 수 없는 몰입 노동이 필요한데 주 52시간제로 묶어두니 오히려 일을 비효율적으로 하게 돼 아쉬웠다"며 "이제야 숨통이 트일 것 같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