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한은, 3.5% 금리 정점설에 선긋기 "인하는 시기 상조"

신병근 기자 2023-02-23 13:51:35
이창용 총재 "몇 개월새 변화 나타날 여건 아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3일 서울 중구 한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기자간담회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이코노믹데일리]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3.50%로 동결하면서 향후 금리 인하를 논의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선을 그었다. 작년부터 이어온 금리 인상 기조가 끝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여전히 안정권에 접어들지 못한 물가를 요인으로 꼽았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23일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주재 후 기준금리 동결 배경에 관해 "정책여건 불확실성이 높아 기준금리의 현 수준을 유지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작년 4월을 시작으로 올해 1월까지 7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한 금통위가 이번 회의에서 동결하면서 국내 금리가 정점을 찍었다는 일각의 평가에 관해서는 신중 모드를 견지했다.

추후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점쳐지자 이 총재는 물가 수준이 아직 안정권에 접어들지 못한 상태를 근거로 들었다. 통화 당국이 안정권으로 보는 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2%대인데, 여전히 3%대 중반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총재는 "장기목표인 2%(상승률)로 가는 게 자료로 확인되면 그때 인하 가능성을 논의할 것"이라며 "그 이전에는 시기상조로 몇 개월 사이 변화가 나타날 그런 여건은 아닌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의 1300원대를 넘은 원/달러 환율 상승세를 두고는 특정 수준에 의미를 두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환율 상승세가 작년과 마찬가지로 국내 요인보다는 미국 통화정책 최종금리와 지속 기간의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 때문이라는 판단에서다.

이번 금통위 의결에 따라 한국과 미국(상단 4.75%)과의 기준금리 격차는 1.25%포인트를 유지했다. 다만 미국이 다음달 또 다시 빅스텝(한 번에 0.5%포인트 기준금리 인상)을 밟을 가능성이 크게 점쳐지면서 국내 외국인 자본 유출 우려는 심화될 것이란 분석이 따랐다.

한은은 이날 밝힌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7%에서 1.6%로 하향 조정했다. 경기 둔화 조짐이 본격화되자 3개월 만에 다시 성장률 전망치를 조정한 것으로, 정부가 앞서 발표한 수준과 동률을 이뤘다. 

한은이 밝힌 1%대 성장률은 코로나19로 마이너스 성장했던 2020년(-0.7%),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2009년(0.8%)을 제외하면 2000년대 들어 가장 낮은 수준에 해당한다. 이렇듯 우리 경제를 둘러싼 하방 리스크는 확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