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조선업계 수주 호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인력난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차원 지원이 이뤄질 것이란 언급이 나왔지만 본질적으로는 조선사 차원 자구책이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장기 인력난에 빠진 조선업 지원을 위해 137억원대 인력 양성 관련 지원과 고용 기준 완화, 임금구조 개편 등 해결 작업에 착수했다. 지난달 산업부 차관의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방문에 이어 윤석열 대통령이 이달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를 찾아 관련 지원을 약속한 데 따른 조치다.
조선업계 인력난은 구조적 문제로 꼽힌다. 2010년대 중반 이후 업계 자체가 침체돼 일감이 줄어들면서 진행한 구조조정 여파가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위주 수주 호황이 나타나고 있는 현재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수 년간 불황을 겪은 조선사들이 적자 늪에 빠져 일자리를 유지하지 못하거나 근로자들에 물가 인상분만큼의 임금도 지급하지 못한 사례가 나타났다.
2021년 이후 다시 업황이 살아났지만 소위 '빅3' 조선사들인 한국조선해양·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 모두 연간 적자를 벗어나지 못했고, 근로자들도 고강도 노동에 비해 임금이 상대적으로 낮은 선박 제조 관련 일자리를 기피하고 건설·해양플랜트 등 대우가 나은 곳으로 떠났다. 인력 부족과 함께 수주는 넘치면서 일손 부족 현상은 지속적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지원을 약속한 부문은 지난달 나왔다. 산업부는 조선업이 국내 신규 인력을 채용할 수 있도록 지역생산인력사업을 활용해 80억원을 투입하고 각 지방이 조선업 취업자에게 6개월간 60만원의 지원금을 주도록 했다. 동시에 조선협회 등과 지역별 채용설명회를 열어 산학 협력을 늘리는 방안도 추진한다.
윤 대통령도 지난 10일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에서 조선산업 과제로 △생산기능 인력 부족 △국제환경 규제 강화 등을 들며 "확보된 수주 물량이 선박 제조와 수출로 원활이 이뤄지려면 필요한 현장 인력을 빠르게 보충할 수 있어야 한다. 정부는 해외 현장 생산인력이 투입될수 있도록 고용 기준 완화와 숙련공 비자 발급 확대 등 제도를 신속히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장 근로자들 사이에선 정부 추진 사업보다 각 조선사들에 대한 볼멘 소리가 나온다. 선박 제조 주문을 받으면 제조인력에 대한 대우도 높이는 게 정상이지만 경영상황을 핑계삼아 개선을 미뤘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 주말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현장에선 일손 없다고 난리인데 뉴스를 보면 맨날 몇천억원대 수주를 받았다고 한다"며 "그 많은 돈이 다 어디 가는지 의문"이라는 내용 글이 오르기도 했다. 해당 글은 이날 현재는 삭제된 상태다.
실제로 그동안 각 조선사들은 연간 적자가 계속되는 상황에 임금을 올려줄 여력이 없다고 설명해왔다. 조선업은 특성상 선박 계약 체결 후 1~3년간 대금을 받아 뒤늦게 실적이 반영된다. 증권가에서는 빅3 업체들을 위시한 각 조선사들이 올해 흑자로 전환할 수 있을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정부 지원과 함께 흑자 전환이 예상되는만큼 근로자 대우와 관련해서도 자구책을 내놔야하지 않겠냐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인력 확대를 위해 세금을 투입하고 관련 규제 정비에도 나서는 등 지원하는만큼 업계에서도 자발적 노력이 필요하다"며 "각 업체들이 오랜 기간 힘들었던 것은 안다. 하지만 아무리 정부 지원금이 나와도 현장 근로자들이 체감하는 바가 없다면 조선소에는 외국인 근로자만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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