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업계가 AI 반도체 개발과 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다. AI 반도체는 인공지능에 필요한 대용량 및 대규모 연산에 최적화된 시스템 반도체 중 하나다.
업계에서는 챗GPT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AI를 활용한 애플리케이션(앱)이 더욱 많아질 것이라 내다보고 있다. AI 앱은 방대한 데이터 처리 능력과 빠른 속도가 필수적으로 고용량·저전력이 강점인 시스템 반도체가 필요하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지난해 AI 반도체 시장 규모는 444억 달러(약 57조6001억원)로 전년(2021년) 대비 27.8% 성장했다. 2030년에는 1179억 달러(150조3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까지는 AI 반도체에 특화된 나라가 없다. 챗GPT 출시 이후 관련 생태계 확장 가능성이 엿보이자 국내뿐 아니라 미국과 영국 등 AI 반도체 개발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경기 부진 우려로 반도체 불황이 계속될 것이라는 관측에서 돌파구를 찾기 위해서다.
실제 국내 반도체 1분기(1~3월) 전망은 다소 어둡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반도체·장비 관련 10개 기업(삼성전자, SK하이닉스 외 8개) 1분기 영업이익 총액은 32억원으로 예측된다.
국내 기업들은 그동안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시장 점유율에서도 미국 인텔과 대만 TSMC 등에 밀리는 한편 인재 확보 등 시스템 반도체 분야 자체 투자에도 해외 기업들에 밀린다는 분석이다.
국내에서는 반도체 계약학과와 채용연계형 석사과정 등을 운영하고 있지만 의대 등으로 우수 인재가 이탈하는 초유의 사태가 계속되고 있다. 남아 있는 인재마저도 업계 특성상 메모리 반도체에 인재 몰려 시스템 반도체로 인력풀을 넓히기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인재 양성 관련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정부도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7월 2031년까지 반도체 인재 15만명을 양성하는 내용의 반도체 인재 양성 방안을 발표했다. 다만 해당 지원안의 경우 '반도체 학과 정원 늘리기' 식 예산 편성에 그친다는 지적을 받았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은 지난 15일 한림대학교 도헌학술원 개원 기념 학술 발표회에서 "한국이 반도체 강국의 위상을 지키기 위해서는 우수 인재 육성, 정부의 반도체 생태계 강화 노력, 미래 기술 준비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김기남 삼성전자 SAIT(옛 삼성전자종합기술원) 회장도 같은 날 "첨단 기술력을 가지려면 우수한 인재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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