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르포] HD현대 신사옥에 반한 직원들 "출퇴근 걱정보단 다닐 맛 나네요"

고은서 수습기자 2023-02-17 09:00:00
HD현대 GRC, 17개 계열사 5000명이 한 곳에 지상 20층 건물 들어가니 해외 IT 회사 온 듯 1·4층엔 정주영 창업주 어록으로 '애사심 자극' 출퇴근 불편 없어…풍부한 복지시설에 만족감↑

경기 성남시 분당구 HD현대 글로벌연구개발센터(GRC) 내부[사진=고은서 수습기자]

[이코노믹데일리] "회사가 마치 웅장한 외국 정보기술(IT) 기업 같다고나 할까요. 남 부럽지 않게 다닐 맛 나네요." 

지난 16일 오전 경기 성남시 분당구 HD현대 글로벌 연구개발(R&D)센터(GRC) 1층 카페에서 만난 직원 양모씨(30대·여)는 신사옥에 대한 만족감을 숨기지 않았다. 미소를 머금은 그녀의 대답은 무언가 벅찬 마음을 보여주는 듯했다.

GRC는 지난해 11월 입주를 시작한 HD현대 기술·경영 컨트롤타워다. 현대그룹으로부터 계열분리한 후 20년 만에 처음으로 지은 자체 사옥이다.

GRC에는 △현대오일뱅크 △현대글로벌서비스 △현대일렉트릭 △현대제뉴인 △현대두산인프라코어 △한국조선해양 등 총 17개 계열사, 5000명 연구 인력이 집결했다.

5만3000여평 부지에 지상 20층, 지하 5층 건물로 지어진 GRC는 겉모습부터 으리으리했다. 지하층부터 4층까지는 외부인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었다.
 

지난 16일 GRC 4층에 있는 중정에서 올려다 본 모습[사진=고은서 수습기자]


이날 오전 8시께 GRC 1층에 들어서니 절제된 듯 곧게 뻗은 '직선미(美)'를 마주할 수 있었다. 사옥이라기보다는 박물관에 가까웠다. 로비 정중앙 '그레이트월'에는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 이름과 어록이 적혀 있었다.

로비 양쪽에 설치된 에스컬레이터에서는 HD현대 사원증을 맨 직원들이 가쁜 숨을 고르며 출근 중이었다. 한 손에 커피를, 한 손에 휴대전화를 든 채 분주하면서 가벼운 발걸음으로 사무실로 향했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로비층인 4층으로 올라가니 중정(中庭)이 나타났다. 고개를 젖히면 20층까지 트여 하늘을 곧바로 볼 수 있었다. 자연 채광을 이용해 투박함과 답답함을 덜어낸 느낌이다. 

벽면 전체를 채운 초대형 화면에서는 정주영 회장을 담은 영상이 흘러 나왔다. 한국 기업가 정신을 상징하는 정 회장의 명언은 현대그룹 성장 신화가 낯선 20대 기자에게도 감명을 주기 충분했다.
 

4층 벽면에 설치된 대형 화면에서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의 생전 발언을 담은 영상이 상영되고 있다.[사진=고은서 수습기자]


문득 사내 복지가 궁금해진 기자는 오전 9시께 4층에서 마주친 이모씨(32·남)에게 복지시설 장점을 물었다. 그는 첫 번째 좋은 점으로 '밥'을 꼽았다. 이씨는 "아침, 점심, 저녁까지 삼시 세끼 식사를 구내식당에서 공짜로 먹을 수 있다"며 "출퇴근 걱정이 무색할 만큼 즐거운 마음으로 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이씨는 이어 "GRC 4층에는 은행부터 임직원을 위한 심리상담실, 모성보호실, 헬스케어존, 편의시설, 도서관 등이 있다"며 "각종 편의시설이 입점하면 회사 일 이외에도 웬만한 볼일을 여기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직원 배모씨는 "애플리케이션(앱)으로 통근버스나 사무실 좌석, 개인 사물함을 예약할 수 있고 심지어 화장실에 사람이 있는지도 확인할 수 있어 신기했다"며 "1층에는 1000명이 들어갈 수 있는 피트니스센터가 있어 '득근(근육을 얻는다는 뜻)'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GRC는 직장인이 쉬는 주말에도 사람들로 붐볐다. 일요일인 지난 12일 GRC를 처음 찾았을 땐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구경 온 사람이 많았다. 천방지축 뛰어다니는 아이부터, 벽면에 적힌 정주영 회장 명언을 한 글자씩 읊조리는 노인까지 연령대도 다양했다. 기업 사옥이라기보단 전시관에 온 듯한 풍경이었다.
 

GRC 1층 로비 '그레이트월'에 정주영 명예회장 명언이 적혀 있다.[사진=고은서 수습기자]


기자는 1층을 둘러보는 김모씨(20대·남)에게 왜 주말에 이곳을 방문했는지 물었다. 김씨는 "IT기업 요람으로 불리는 분당에 주요 그룹사가 점점 자리를 잡아가는 것 같다"며 "두산타워와 비교해 HD현대 사옥은 어떨까 궁금했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에 재직 중인 그는 일주일에 한 번씩은 분당 두산타워에서 근무한다고 했다.

이어 김씨는 "두산타워는 외부에 개방되지 않아 소개하기 어려워 아쉽다"며 "아무래도 사내 시설은 GRC가 훨씬 많고 더 넓은 것 같다"고 전했다.

GRC는 HD현대 직원들이 자부심을 가질 만했다. 이는 그룹 후계자인 정기선 HD현대 사장도 마찬가지인 듯하다. 정 사장은 지난해 12월 GRC에서 열린 비전 선포식에 참석해 "정말 일하고 싶은 회사, 여러분의 꿈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회사가 되도록 노력하겠다"며 "인류의 역사를 새롭게 만드는 또 다른 50년을 함께 만들어가자"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