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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형의 해봤소] 뱅크샐러드 유전자 검사, 본인 강·약점 한눈에

김종형 기자 2023-02-11 08:00:00
뱅크샐러드, 'MZ세대' 겨냥해 가계부 앱에서 헬스케어로 사세 확장 매일 오전 10시 30:1 경쟁률 뚫으면 5만원 상당 유전자 검사권 무료로 받아 PCR 검사보다 간편하게 상피세포 채취 후 반송하면 2일 내 결과 앱으로 수령 김태훈 뱅크샐러드 대표 "개인 예방 중심 정보 대중화가 목표" 앞서 B2B 상품 늘려와...이달 중 금융 연계상품 등 추가 출시 전망

뱅크샐러드는 금융상황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제공하다가 최근 헬스케어 영역으로 확장했다. 사진은 뱅크샐러드 주요 서비스[사진=뱅크샐러드]


[이코노믹데일리] 개인적으로 'MZ세대'라는 말을 싫어한다. 나이 차이가 5년만 나도 세계관이 다르다. 그런데 MZ세대는 태어난 연도 기준 1981년생부터 2012년생(미국 기준)까지 사람들을 통칭한다. 10대에서 40대 초반까지의 이 세대를 하나로 묶은 것이다. 누군가는 "MZ세대라는 말은 '요즘 것들' 이란 말과 동의어"라고도 한다. 이런 '요즘 것들'을 상대로 한 금융 애플리케이션(앱)이 있다. 최근 헬스케어 분야로 확장해 입소문을 타고 있는 '뱅크샐러드'다.

뱅크샐러드는 자신의 자산, 즉 자본과 부채상황을 각 은행·금융사들 정보를 받아 한 눈에 보기쉽게 제공해주는 기능을 가진 앱이다. 2014년 8월 신용카드 추천 웹 서비스로 처음 시작해 소위 '마이데이터'라는 서비스 모델을 국내에 처음 선보였다. 당초 인터넷상 시민들에게는 '가계부 앱'으로 알려졌다. 2017년 이후 97개 연결기관을 확보했다. 계좌, 대출 등 현금성 자산은 물론 보험·연금 등까지 한 번에 볼 수 있다. 2021년 10월부터는 업력 22년의 바이오 업체 '랩지노믹스'와 협업해 무료 유전자 검사까지 제공한다.
 

3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오전 10시에 무료 유전자 검사 신청에 성공하면 2일 내 신청한 곳으로 검사 키트가 배달된다.[사진=김종형 기자]


뱅크샐러드 앱을 설치하고 알림 설정을 하면 매일 오전 9시 45분마다 스마트폰으로 "무료 유전자 검사권을 받으라"는 알림이 온다. 오전 10시 정각에 맞춰 뱅크샐러드 앱을 열고 신청 버튼을 터치하면 신청된다. 지난달 30일 세 달의 시도 끝에 무료 티켓 발부에 성공해 지난 8일 유전자 검사 결과를 받아들 수 있었다. 매일 경쟁률은 30대 1 수준이라고 하지만 세 달간 체감해보니 300대 1도 넘는 것 같았다.

검사 절차 및 결과 확인은 간단했다. 신청을 마친 뒤 앱 안에서 받을 곳 주소를 입력하니 2일 안에 검사 키트가 배달됐다. 유전자 검사 키트라고 해서 대단한 것을 생각했지만 2023년에는 PCR 검사와 비슷한 수준 요령만으로 내 DNA를 확인할 수 있었다. 동봉된 면봉으로 입 안을 긁어 상피세포를 추출한 뒤 밀봉해 반송하면 검사가 끝난다.
 

유전자 검사 키트라고 해서 대단한 것은 없다. PCR 검사처럼 코 안에 면봉을 집어넣을 필요는 없고, 입안 상피세포를 채취해 검사 업체인 랩지노믹스로 반송하면 된다. 반송비는 무료다.[사진=김종형 기자]


금융 관련 앱에서 무료 유전자 검사를 제공한다고 하면 대부분 사람들은 "왜?"하고 되묻는다. 뱅크샐러드는 "자산관리와 건강증진형 모델을 병행해 새로운 먹거리를 창출하고 성장 동력으로 삼기 위해서"라고 설명한다. 

김태훈 뱅크샐러드 대표는 지난달 말 한 매체 인터뷰에서 "병에 걸렸을 때 치료하는 게 의료기관의 역할이라면, 유전자 검사와 같은 개인의 '예방 중심' 정보를 대중화하는 게 뱅크샐러드의 목표"라며 "병원에 가지 않아도 원격으로 건강 정보에 대한 접근성을 용이하게 하고 대중화시킨다는 맥락에서 유전자 검사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뱅크샐러드는 2021년 10월부터 매일 일부 고객들을 대상으로 무료 유전자 검사 티켓을 나눠줬다. 지금까지 20만명 넘는 고객들이 검사를 받았다고 한다. 유명세를 타자 최근에는 1회 5만원에 유료 서비스까지 제공하기 시작했다. 기존 참가방식도 1인 1신청이 아닌 무제한으로 바뀌고, 친구나 가족에게도 검사권을 선물할 수 있도록 서비스 범위가 넓어졌다. 김태훈 대표 구상처럼 '대중화'가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유전자 검사 결과는 앱 알림으로 전송된다. 기자의 경우 처음 뜬 화면이 이럤다.[사진=김종형 기자]


약 8일가량 뒤에 오는 유전자 검사 결과는 건강검진 결과처럼 문서로 오지 않았다. 대신 2023년에 걸맞게 MBTI(성격유형) 검사 결과처럼 직관적인 그래픽과 설명이 담긴 알림이 뱅크샐러드 앱으로 온다.

유전자 검사를 하고 나니 부모님께 감사하게 됐다. △평생 아기피부(피부염증 저항력) △스프린터(단거리 질주 능력) △비가역적 다이어트(다이어트 후 낮은 요요 가능성) △비만 가능성 낮음 등을 비롯해 11가지 항목이 '한국인 100명 중 1등'이었다. 하위권에 해당하는 항목들은 △철 저장 및 농도(98등) △루테인&지아잔틴 농도(92등) △근력 운동 적합성(90등) △골질량(84등) 등이었다. 다행히 루테인과 철 등 영양 항목을 제외하곤 운동을 통해 극복 가능한 것들이었다.
 

유전자 검사 결과 하위 비중에 해당하는 부분 중 걱정스러운 부분이 없어 부모님께 감사하게 됐다.[사진=김종형 기자]


생활 습관이 바뀌는 검사 항목도 있었다. 특히 최근 늘어난 술자리에 '알코올 대사' 항목을 걱정했는데, 기자의 알코올 분해 능력은 전체 한국인 100명 중 4등이었다. 30대 남성 주 대화 주제인 '탈모'와 관련된 항목들인 새치, 모발 굵기 등도 10등 내외였다. 다소 배치되는 항목은 식욕(15등)과 포만감(80등)이었다. 식욕은 없는데 항상 배고픈 이유가 유전적 요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메일로 전송되는 PDF 파일은 상세 분석 결과다. 검사 항목과 결과, 조언 등이 99쪽에 달하는 보고서로 제공된다.

김태훈 대표에 따르면 뱅크샐러드는 유전자 검사를 제공한 뒤로 과거 '마이데이터 붐'과 비슷한 반향을 느끼고 있다. 지난해 11월부터는 B2B(기업용) 서비스인 '유전자 검사 프리패스 바우처'를 시작했고, 이달부터는 금융상품과 유전자 검사를 연계한 프로모션을 대폭 늘릴 예정이라고 한다. 
 

검사 항목은 총 63개로 그래픽과 함께 건강 관리 조언 등이 함께 담긴다. 사진은 유전자 검사 키트 내 동봉된 설명 문서 모습[사진=김종형 기자]


뱅크샐러드 앱 내 유전자 검사 관련 '자주 묻는 질문' 메뉴에는 뱅크샐러드가 구상하는 사업 및 플랫폼 방향이 잘 제시돼있다. 상위 두 질문인 "왜 고가 유전자 검사를 무료로도 제공하느냐"에 대해 뱅크샐러드는 "유전 정보는 영양 관리, 운동, 식습관 관리를 하기 위해 꼭 필요한 데이터이지만 비싸고 검사가 번거로워 활용하기 어려웠다"며 "금융 분야에서 국내 최초 종합 자산관리 서비스를 선보였다면 이제는 건강 분야에서 국내 최초 건강관리 서비스를 제공해 이용자들이 편리하고 똑똑한 세상을 만드는 데 일조하겠다"고 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