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 황지현 수습기자
이러한 숫자놀음에 철저히 감춰진 사실이 있다. 숫자에 집중한 나머지 이들이 사는 지역은 감쪽같이 잊혔다. 무임승차 연령 조정 논의는 모두 지하철이 놓인 대도시와 광역시에 살아가는 노인에게나 해당하는 얘기다.
전국에서 지하철 망이 구비된 곳은 5개 권역이다. 수도권, 부산, 대구, 광주, 대전에 사는 65세 이상 고령 인구는 2022년 12월 행정안전부 통계 기준 약 372만5800명이다. 전체 고령 인구 926만7290명 가운데 40% 남짓이다.
대한민국 노인 10명 중 6명은 무임승차 혜택을 누리지 못한다는 말이다. 산골 마을이나 섬, 시골 거주 노인은 마땅히 탈 만한 대중교통도 없는 실정이다. 이는 지역 노인을 상대로 한 역차별인 셈이다.
도시와 시골 노인 소득 차이도 무시할 수 없다. 10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가구 소득과 개인 소득 모두 도시에 거주하는 노인이 앞섰다. 물론 도시 내 노인 빈곤 문제도 심각하지만 시골에 사는 빈곤층 노인은 거미줄처럼 이어진 지하철을 구경조차 할 수 없다.
무임승차 제도는 전체 노인에 대한 보편적 복지가 아니다. 수도권과 광역시에 사는 노인에게 편중된 차별적 복지일 뿐이다. 즉, 지역 불평등이자 복지 불평등이다. 지역 교통망 설립에 투자하자는 논의나 차라리 65세 이상 인구 모두가 받을 수 있는 혜택인 기초연금 확대에 대한 목소리는 어디서도 들리지 않는다.
지하철 무임승차 연령 논란은 노인 세대 혐오로까지 이어져 동원과 선동의 무기가 되고 불평등에 주목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소모적인 숫자 논쟁이 아닌 촘촘한 사회 안전망에 대한 합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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