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해외 명품 패션 브랜드가 국내 파트너스와 결별하고 한국 시장에 직진출 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그간 국내 패션 기업과 계약을 맺는 방식으로 국내 사업을 운영했던 명품 기업들이 한국 명품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자 직진출하는 방식으로 전략을 재설정한 것이다. 특히 국내에서 잘 팔리는 ‘톰브라운’, ‘셀린느’, ‘슈프림’ 등의 브랜드가 직진출을 선언하면서 ‘홀로서기’에 성공할지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30일 CNBC 방송에 따르면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는 한국인의 지난해 명품 소비 지출이 168억달러(약 20조9000억원)로 전년보다 24% 증가했다고 추산했다. 1인당 평균으로 계산하면 325달러(40만4000원)에 이른다.
한국인의 1인당 명품 소비 지출은 중국의 55달러(약 6만8000원)와 미국의 280달러(약 34만8000원)를 훨씬 웃도는 것으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명품 소비 주역으로는 MZ세대(1980년대 초 출생~2000년대 초 출생자)로 나타났다.
지난 2019년만 해도 MZ세대의 명품 소비액은 1230억유로(약 164조원)였지만 지난해는 2290억유로(약 306조원)로 80% 이상 급증했다. 이들은 앞선 세대보다 명품을 일찍 접해 명품에 친숙하다는 게 특징이다.
모건스탠리는 “한국의 명품 수요는 구매력 향상뿐 아니라 사회적으로 지위를 과시하려는 욕구에 의해 주도된다”며 “외모와 재정적인 성공은 다른 나라보다 한국 소비자들에게 더 큰 반향을 일으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명품 브랜드들이 직접 지휘봉을 잡고 국내 패션 시장 점령에 나섰다.
톰브라운은 오는 7월 ‘톰브라운 코리아’를 설립하고 국내에 직진출한다. 미국 패션 브랜드인 톰브라운은 국내 20~30대 사이에서 이른바 ‘신명품’으로 불리며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 2011년부터 삼성물산 패션이 국내 독점 판매 계약을 맺어왔으며, 연매출 규모는 수백억원대에 달한다.
이에 삼성물산 패션은 연 매출의 30% 가량인 수입 패션 라인업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던 고객사를 잃게 됐다. 다만 앞으로 톰브라운과 유통 및 고객 관리 등을 담당하는 리테일 매니지먼트 계약을 맺고 협력을 지속해나간다는 방침이다.
프랑스 명품 브랜드 셀린느도 국내 법인 ‘셀린느코리아’를 설립하고 올해부터 직접 사업을 운영한다. 이를 위해 지난 2012년부터 국내 수입·유통을 맡아왔던 신세계인터내셔날과의 계약을 종료했다. 셀린느는 현재 MZ세대의 ‘선망의 대상’인 블랙핑크 멤버 리사가 글로벌 앰베서더(홍보대사)로 활동하며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팬덤이 곧 소비로 연결되면서 2030세대의 매출에도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와 함께 지난해 스트릿 패션계의 명품 슈프림도 국내에 상륙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매니아층의 열렬한 환호를 받았다. 슈프림은 대부분의 상품이 발매와 동시에 매진되는 경우가 많아 희귀성이 높은 것으로 유명하다. 유명 캐릭터 커밋,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 등 수많은 협업 상품과 광고를 내놓으며 전세계의 인기를 얻고 있다.
이번 슈프림의 국내 상륙은 일본에 이어 아시아에서 두 번째 진출로, 현재 한국에서 상표권 등록을 추진 중이다. 슈프림은 그간에도 직진출 혹은 국내 파트너를 찾는 형식으로 여러 차례 한국 입성 소식이 들려왔었으나 몇 차례 무산을 반복하다가 올해 타이밍을 잡고 직접 들어오는 것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앞서 프랑스 명품 브랜드 몽클레르도 지난 2020년 자체 법인을 세웠으며,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이 유통하던 로에베도 2021년 직진출을 선언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시장에 대한 이해가 어느 정도 쌓인 명품 업체들이 매출 증대를 위해 직진출로 활로를 변경하고 있다”며 “그러나 직진출로 돌아선 후 시장 적응에 실패한 사례도 있어 홀로서기에 성공할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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