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국내 주요 그룹 경영진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막을 내린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국제가전박람회(CES) 2023에서 현장 경영에 나서며 숨가쁘게 움직였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LG전자·SK·HD현대 등 국내 주요 기업은 지난 5일부터 8일(이하 현지시간)까지 열린 CES 2023 현장에서 부스를 운영한 뒤 성공적으로 행사를 마쳤다. 지난 3년간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처음으로 현장 전시가 재개된 이번 CES에서는 기업 경영진이 직접 나서 기술 발전 동향을 지켜봤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국내 4대 그룹 총수 중 유일하게 현장을 찾았다. SK와 SK이노베이션, SK E&S, SK하이닉스, SK텔레콤, SK에코플랜트, SKC, SK바이오팜 등 SK그룹 8개 계열사는 이번 행사에서 '행동'을 주제로 통합 전시관을 운영했다.
최 회장은 수행 직원의 코로나19 확진으로 부스 참관이 무산될 뻔했으나 8일 전시관을 둘러봤다. 그는 생산 과정에서 탄소 배출을 줄인 자사 대체유(乳) 단백질 아이스크림을 맛보기도 했다. 최 회장은 "탄소 감축 흐름과 관련 제품이 잘 전시돼 기쁘다"고 말했다. 최 회장 동생인 SK온 수석부회장도 그룹 내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담당하는 만큼 현장에서 관련 부스를 살폈다.
삼성전자는 국내 기업 중 현장에서 가장 넓은 규모로 부스를 운영했다. 삼성전자에서는 한종희 대표이사 부회장이 현장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CES 2023에서 개별 제품 전시 없이 '초연결'을 강조했다. 한 부회장은 지난 6일 기자간담회에서 '삼성 로봇' 출시를 공식화했다. 그는 "신성장동력으로 로봇이나 메타버스 등을 보고 있다"며 "올해 안에 'EX1'이란 이름의 보조 도구 로봇을 출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2021년 이재용 회장이 로봇·인공지능(AI)에 3년간 24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뒤 종종 관련 소식을 발표해왔다.
LG전자는 '고객 가치'와 함께 디스플레이 경쟁력을 강조한 전시관을 운영했다. LG 올레드(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인 '시그니처 올레드M'은 올해 CES 2023 최고 제품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LG전자는 디스플레이와 TV 등에서 자동차 전기장치(전장) 분야로 확장을 노리고 있다. 현장을 찾은 조주완 LG전자 사장은 "전장 사업이 10년 만에 턴 어라운드(흑자 전환) 했고 고속도로에 올라갔으니 이제 액셀러레이터를 밟을 일만 남았다"며 "내부적으로 경영 기조를 '이기는 성장', '성공하는 변화'로 가져가고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사명을 바꾼 HD현대(구 현대중공업그룹)는 '근본적 대전환'을 주제로 한 전시관을 운영하고 해양 모빌리티 미래를 선도하겠다는 비전을 밝혔다. 정몽준 아산사회복지재단 이사장의 장남인 정기선 HD현대 사장은 지난 6일 한국 기업이 마련한 부스를 방문한 뒤 "각 분야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글로벌 기업의 비전과 기술력을 보며 많은 영감과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정 사장은 "앞으로 우리 비전 달성에 속도와 깊이를 더해줄 기업들과 다양한 협력을 위해 분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CES 2023에는 부스를 차리지는 않았지만 현장을 찾은 국내 기업 경영진도 눈길을 끌었다. 구자은 LS그룹 회장은 글로벌 기업 부스 여러 곳을 직접 방문해 북미 사업 전략을 공유했고,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장남 신유열 롯데케미칼 일본지사 상무와 구자열 한국무역협회장 등도 현장 열기를 함께 느꼈다.
한편 이번 전시회에는 전 세계 173개국에서 3200여 개사가 참여해 나흘간 총 10만 명 이상 관람객이 방문했다. 미국과의 갈등으로 중국 업체가 대거 빠져나갔지만 △초연결(삼성전자) △고객 가치(LG전자) △탄소중립(SK, HD현대) 등을 내건 한국 기업의 활약이 돋보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 세계 스타트업이 모인 CES 2023 '유레카관'에서도 100여 개가 넘는 한국 기업이 혁신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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