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한·베 수교 30주년]①삼성베트남, 가파른 성장 뒤 '국민기업' 우뚝

성상영 기자 2022-12-27 01:01:00
1980년대 말부터 베트남 진출 검토 첫 공장 가동 26년 만에 매출 742억弗 수출 20% 차지하며 '국민기업' 반열에 인재 육성 활발…R&D센터 연말 완공

삼성전자 베트남 타이응우옌 공장[사진=삼성전자]


[이코노믹데일리] 한국·베트남 수교 30년 역사의 중심에는 삼성이 있다. 삼성은 물산과 전자를 필두로 베트남이 개혁·개방 노선으로 전환한 1990년대에 진출해 지금은 '국민기업' 지위에 올랐다. 삼성전자만 베트남 전체 수출액의 20%를 맡고 있고 고용 규모는 10만 명에 육박한다.

삼성전자가 베트남에 컬러TV 공장을 준공한 1996년 이후 공격적으로 투자를 감행하며 사업장을 늘려 왔다. 현재는 호치민에 TV·가전 공장, 타이응우옌과 박닌에 스마트폰 공장 등을 가동하며 베트남이 동남아시아 지역 허브로 자리 잡았다. 30여 년이 지난 지금에는 숨가쁘게 성장한 시기를 넘어 완숙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먼 얘기가 아닌 '연 매출 1000억弗' 시대

삼성전자의 베트남 진출 역사는 국내 기업 가운데서도 깊은 편이다. 수교 이전인 1980년대 말부터 베트남 진출 계획을 검토한 것으로 전해진다. 1995년 8월 호치민에 TV와 냉장고 공장을 착공하며 본격적으로 현지 생산 토대를 마련했다. 약 1년 만인 이듬해 9월 완공된 공장에서는 컬러TV 연간 25만 대를 생산할 수 있었다.

이후 삼성전자는 하노이시 타이응우옌성(省)에서 박닌성에 이르는 복합단지를 구축했다. 2008년부터 대대적인 투자가 이뤄져 그해 박닌성에 1공장, 2013년 타이응우옌성에 2공장을 지었다. 공장 대지 면적만 둘을 합쳐 300만㎡(약 90만 평)에 이른다. 삼성전자는 현재 이들을 포함해 총 6개 생산법인과 1개 판매법인을 운영 중이다.

베트남 복합단지에서는 삼성전자가 동남아 시장에 판매하는 대부분 가전과 전자기기가 생산된다. TV, 냉장고, 세탁기 등 핵심 가전제품은 물론 스마트폰 부품과 완제품, 태블릿PC, 웨어러블 기기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동남아 지역에서 베트남의 위상은 실적으로도 드러난다. 올해 상반기 삼성전자베트남(SEV)과 삼성전자베트남타이응우옌(SEVT), 삼성디스플레이베트남(SDV), 삼성전자호치민가전복합(SEHC) 등 주요 생산법인 매출은 379억 달러(약 50조7000억원), 영업이익은 27억4000만 달러(3조7000억원)를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대유행이 불어닥친 와중에도 호실적을 보였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전자 부문 계열사의 베트남 전체 매출은 742억 달러(99조3000억원), 수출액은 655억 달러(87조6000억원)이다. 1년 전과 비교해 매출은 14%, 수출액은 16% 늘었다.

이는 코로나19 봉쇄라는 악재를 딛고 이룬 성과다. 베트남 정부는 지난해 4월 말 코로나19 4차 유행이 시작되자 강도 높은 봉쇄령을 내렸다. 이에 부품 수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고 공장 가동이 차질을 빚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적극적인 방역으로 공장 내 감염 확산을 차단하면서 당국·협력사와 공조해 물류와 인력 이동 문제에 대응했다.

베트남 경제가 여전히 연간 6~8% 성장률을 보이면서 연 매출 1000억 달러 시대도 먼 미래는 아니다. 올해 하반기 들어서는 세계적인 경기 침체로 수요가 주춤하며 성장세가 둔화했다. 현재 베트남 스마트폰 생산라인은 기존 주 6일 근무에서 주 3~4일 근무로 작업 일수가 줄었다. 현지 직원의 소득 감소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회복에 대한 기대감도 공존하는 상황이다.
 

이재용 부회장이 지난 2020년 10월 베트남 타이응우옌 공장을 찾아 사업 현황을 점검하고 있다.[사진=삼성전자]


◆베트남서도 '인재 경영', 동남아 R&D 중추로

삼성은 베트남에서 '큰 손'으로 통한다. 외국투자기업 중 가장 많은 수준인 180억 달러(24조1000억원)를 투자했다. 지난 8월에는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장(사장)이 베트남을 방문, 팜 민 찐 베트남 총리를 만나 33억 달러(4조4000억원)를 추가로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가전과 전자기기 이외에 반도체 분야에도 투자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핵심은 인재 육성과 연구개발(R&D) 기능 강화다. 삼성은 창업주인 이병철 회장 때부터 이건희 회장, 현재 이재용 회장에 이르기까지 '인재 경영'을 경영 철학으로 삼아 왔다. 초일류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기술이 중요하고 기술은 사람에게서 나온다는 생각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하노이에 대규모 R&D센터를 짓고 있다. 대지 면적 1만1603㎡(3500평)에 지하 3층에서 지상 16층 건물을 올린다. 연면적만 7만9511㎡(2만4000평)에 이른다. 베트남 R&D센터는 마무리 공사가 진행 중으로 완공을 앞뒀다.

삼성전자는 R&D센터 건설을 계기로 현지 R&D 인력을 현재 2200명에서 3000명까지 늘릴 계획이다. 연구 범위도 스마트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중심에서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으로 넓어진다. R&D센터 완공으로 베트남은 동남아 생산 허브에서 R&D 중추로 거듭날 전망이다.

인재 육성도 활발하다. 삼성은 기술 인재 양성 프로그램인 '삼성혁신캠퍼스(SIC)'를 해외 주요 사업장에서 시행 중이다. 베트남에서는 2019년부터 시작돼 지금까지 학생과 교사 3000명이 SIC에 참여했다. 지난 9월 출범해 내년 8월까지 1년 간 진행되는 2022~2023 SIC에는 베트남 각지에서 중·고등학생과 대학생, 교사 등이 참여한다.

SIC는 산업 동향과 기업의 채용 수요에 맞춘 교육과정으로 구성돼 참여자가 향후 취업하는 데 실질적인 도움을 준다. SIC를 수료한 참여자에게는 수료증과 함께 삼성이 주최하는 여러 기술 경진대회에 참가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또한 삼성은 대졸자 채용을 통한 인재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삼성에 입사하는 첫 관문이자 한국에서는 '삼성고시'로 유명한 '삼성직무적성검사(GSAT)'가 베트남에서는 매년 2회 이상 진행된다. 올해는 지난 3월과 6월에 이어 11월 23일 세 번째 시험이 치러졌다. 현지에서 우수 인력을 발굴해 베트남은 물론 동남아에서 활약하는 기술 리더로 키운다는 방침이다.